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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Aug 26. 2023

스쿨 성폭력 필리버스터

약자인 여성의 폐해는 눈을 뜨고 볼 수 없으며 귀를 열어 들을 수 없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쿨 성폭력 필리버스터는 ‘학생부 교사는 온라인에 글이 올라가면 기자들한테 연락이 와 학교 이미지가 망가진다며 공론화를 반대했습니다. 또한 해체를 운운하며 페이지를 제한하였습니다.’면서 시작되었다.


학교에서는 성폭력이나 성추행을 당하고도 말할 수 있는 자유도 공간도 없어 필리버스터에 참여하였다는 학생들의 하소연이 들린다. 성폭력 필리버스터를 통하지 않고는 언론창구가 막혀 있었다는 반증이다. 


학생들의 필리버스터를 들어본다.      

"저댄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댄동은 학교 축제나 운동회 등 학교행사에 참여하거나 외부 댄스 대회를 나갑니다. 그리고 다른 남자 중학교 축제에 찬조 출연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합니다. 저희 댄동은 제가 입학하기 전부터 찬조공연을 다녔고 올해는 두 남자 중학교에 공연을 갔다 왔습니다. 그리고 이 공연에서 남중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당해왔습니다.


따먹고 싶다, 섹스하고 싶다, 가슴이 크다, 개섹시하다...


우리는 춤을 추고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직접 들은 발언과 전해 들은 발언들이 우리에게 너무도 폭력적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졸업한 선배들을 대상으로 했을 그 말들은 고스란히 내려와 우리에게 똑같은 고통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이 폭력은 후배들을 향해 돌진할 것입니다. 


나의 후배들이, 어딘가에서 더 이상 똑같이 성희롱 당했을지도 모르는 타학교 여학생들이 다시는, 더 이상 성희롱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공론화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우리의 공론화는 학생들 사이 성희롱을 자연스레 낳는 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학생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너희가 잘못했다’, ‘성희롱은 범죄이니 하지 마라’라고 말하는 데에 의의를 둡니다.


‘성희롱은 범죄이니 하지 마라’ 


댄동은 전에도 공개적으로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찬조 공연 이전에 성희롱에 대해 경고하는 글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었고, 남중 학생회를 통해 전교생에게 공지할 수 있도록 나름의 예방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이 발생했기 때문에 우리는 찬조에 갔던, 성희롱 당했던 그 남중에게 성희롱에 문제 제기를 하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학생부 교사는 온라인에 글이 올라가면 기자들한테 연락이 와 학교 이미지가 망가진다며 공론화를 반대했습니다. 또한 해체를 운운하며 페이지를 제한하였습니다. ’     


그래서 개인의 처벌이 아닌 학교나 학생회 차원의 대처가 필요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입장문을 작성하여 남중 대의원 회의에 전달했습니다. 그 입장문은 남중의 사과문 작성과 사과문 전교방송, 게시판 게시를 요구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입장문을 받은 남중 학생회는 다행히도 우리의 고통에 공감하려 노력하였고 요구 사항을 실현해 주었습니다. 방송이나 게시판을 통해 이 사건을 마주한 남학생 몇몇은 댄동 부원들에게 사과했고, 성희롱 가해자들을 비난하고 댄동에게 미안해하는 여론이 생겼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동아리의 이름으로 다른 남중 학생회에 요구하여 학내 공론화를 실현시켰다고 자부합니다. 여기서 이야기를 끝낸다면, 동화가 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학교의 어른들은 우리에게 공감해 주지 않았습니다. 동아리 담당 교사는 성희롱 당하지 않으려면 찬조 공연을 가지 않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성희롱을 당한 까닭은 찬조 공연을 갔기 때문이 아니라 찬조 공연에서 남학생들이 성희롱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피해자인 우리의 동아리 활동이 제한당했습니다. 


우리는 성희롱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이 상황이 낯설지 않습니다. 옷을 야하게 입으니까 성희롱 당하지, 우리는 이 문장 또한 낯설지 않습니다. 찬조를 가지 않는 것, 물론 성희롱을 차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게 학교라는 공교육기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아닐 것입니다. 


대답해 주십시오. 노출 없는 옷을 입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근본적 대책을 세우지 않고 찬조를 제한하면 여학생들이 성희롱을 당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학교도 알고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사건을 종결시키려고만 하는 학교의 태도는 우리에게 폭력적이고 위협적이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관련 두 학교 밖으로 퍼뜨려 많은 청소년들에게 문제의식을 전달하고 싶어, 페이스북을 이용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학생부 교사는 온라인에 글이 올라가면 기자들한테 연락이 와 학교 이미지가 망가진다며 공론화를 반대했습니다. 또한 해체를 운운하며 페이지를 제한하였습니다. 후배들을 인질로 삼았기에 끝내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대신 오프라인으로 나왔습니다.     


여학생들은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특정 신체 부위로 치환되는 경험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를 향한 성희롱이 나만을 향하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심각한 폭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이야기를 말하고 다른 학생들이 그들의 싸움에서 승리를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똑똑히 보았습니다.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여성 성적대상화와 성희롱, 조직의 방관과 묵인, 피해자가 귀로 들은 문장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없기에 폄하되는 여성들의 고통, 그래서 우리는 말해야 합니다. 


말하는 건 곧 존재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내가 이 학교에 있고 내가 이런 혐오와 성희롱을 겪었으며 이젠 내가 말합니다. 여성의 이야기를 사회가 듣게 만들어야 변화에 닿을 수 있습니다. 먼저 용기 내 밖으로 나올 것이며 다른 여성들과 연대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저의 필리버스터를 마치겠습니다.                    

(2017.11.25. 스쿨 성폭력 필리버스터에서)  

   


다음은 성폭력 필리버스터를 통해 나온 말의 일부를 적는다.

-여자랑 개는 패야 맛있다-인권유린과 학대가 당연하다는 선생

-남자 선생님들 있는데 그렇게 다리 활짝 벌리고 있지 마라-선생님이 맞나?

-메걸x, 허벌xxx, 씨xx, 미xx 등을 숨 쉬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주 쓰고 있습니다.-욕쟁이 선생


-너희는 다 다방 레지 같다. 우리 학교 여학생은 다 왜 이러냐?-다방에서 늘 레지랑 노는 선생?

-담임선생은 여성혐오의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이다. 선생이 성추행 피해자라며 그저 조심하라고 말하는 날은 화도 나지 않았다.-담임은 자신과 같은 학생을 양산하려 하나?

-학교는 과연 여성을 어떤 존재로 규정하고 우리에게 여성성을 가르치는가? 신성한 학교의 수업에 따르면 우리는 수학도 체육도 운전도 못한다-어느 시대인지, 사우디 아라비아와 같은 인권차별이...


-영어 문법과 수학공식은 알면서 인간 감수성은 갖추지 못했다, 더 이상 이런 혐오 발언이 교실 내에서 허용돼서는 안 된다. 편견과 억압이 없는 학교를 원한다.     

-학교 선생님 중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분이 있을까요한두 명도 없습니다

-저희 학교는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페미니스트 교사가 필요하다혐오는 나쁜 것이라고 차별에 저항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성폭력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10대 학생들은 학교에 페미니스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     


관련 신문기사

https://v.daum.net/v/20191213144912514?f=o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54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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