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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Sep 03. 2023

여성의학과라고 부르자

   우리 사회에 폭력적 언어가 난무하는 한가운데 그중 ‘산부인과’가 있다. 이는 여성을 도구화하는 표현이다. 여성을 임신과 출산의 도구로 보는 시각이 내포되어 있다. 여성에 대한 인격적 존중은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미국에서 산부인과는 ob-gyn으로 쓴다. 앞의 ob는 obstetrics로 산과학, 조산술, 산부인과를 의미하며, gyn은 gynaecology로 부인과학, 부인병학, 부인과 의학을 의미한다. 역시 여성을 임신과 출산의 도구적 의미로 보는 진료기관명이다.


일본은 2006년부터 여성진료과로 고쳐 부르고 있다. 우리는 전체적인 여성의 입장을 두루 아우르는 여성의학과로 부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여성을 가임(기) 여성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임신과 출산의 관점에서 여성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남성들의 병원은 비뇨기과로 부르면서 여성들은 산부인과로 부르므로 여성을 임신을 하는 도구로 인식하는 사회 문화적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사회는 다변화하고 있다. 여성에 관련된 질병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곳이라는 명칭이 필요하다. 혼자 사는 여성도 많으며 수명이 길어져서 나이 많은 여성도 많다. 게다가 임신을 못하거나 하지 않거나 등등 사정이 다 다른데 일괄적으로 산부인과로 칭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외에도 편향적이며 차별적인 말은 너무나 많다. 오승현의 책 <말이 세상을 아프게 한다>를 참고하기 바란다. 차별적 언어에 대하여 자세하고 쉽게 잘 풀어놓은 책이다.


하나만 더 예를 든다면 ‘자식 같아서’, ‘딸 같아서’ 반말을 하는 경우다. 여기에 자식 같은 대상에는 남성은 드물고 여성은 흔하다는 사실이다. 흔히 자식 같은 어린 남성에게는 하대하지 않으면서, 자식 같은 어린 여성에게만 하대하는 경우가 많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딸 같아서’ 성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딸 같아서 그랬다.’ 혹은 ‘손녀 같아서 그랬다.’라고 성추행범, 성폭행범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듯한 핑계를 댄다. 자신의 딸이나 손녀라면 그랬겠는가. 그랬다면 잘못이 없다는 핑계를 댄 것이지만 천하에 자기 자식이나 손녀에게 손을 댄 것이므로 패륜 중의 패륜이 아니겠는가. 여성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비인격적인 것이며 패륜이다.


사회적 약자와 여성을 향한 모든 언어가 정정되어야 한다. 또한 관습적인 언어를 사용할 때 조심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혹시 상처를 받는 언어라면 가급적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성에 관련하여 비하 어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흔하다. 이 일은 여성으로서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여성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욕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성들에게는 김치남, 된장남, 빠충 등의 단어가 사용되지 않고 드문 데, 여성에게만은 심하게 혐오성 발언이 많다. 김치녀, 된장녀, 맘충 등 이에 더하여 방송사들은 인기를 위해서 부적절한 언어를 쓰고 있다.


사이버 상에서는 더 극단적인 여성비하의 욕이 난무한다. 왜 별 잘못도 없이 그저 여자라는 이유로 험한 소리, 거친 소리, 저질스러운 말을 들어야 하는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언어폭력죄로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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