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릉지에 놀러 오세요

by 휘루 김신영

기릉지에 놀러 오세요


얇게, 아주 얇게

킥킥 웃음을 기운

열두 살 소녀들의 비밀


기릉지


웃음을 기우며

서로를 기우며

옷을 깁다가 팔을 깁다가

가벼운 심장도 햇살도 기워버린 엄마야


파란 잉크를 살 속에 쿨럭

푸른 물이 들면 다시 찾겠다고 쿨럭


파란 약속이 별처럼 빛날 때

우정을 푸른 줄로 엮어 푸른 밤이 살아날 때


살 속에서 웃음이 킥킥

할머니가 되어서도 킥킥


기릉지 매던 가느다란

바늘이 파르르 킥킥


그건 기성문화에 대항하던 엄마야,

기록의 반항, 비밀이라는 거


글 모르는 사람끼리 방구석에 앉아

어른들 모르게 서로를 깁던 은밀한 범박

기록되지 않은 저항


묻어가는 세월

은밀한 문맹도 흘러


살 속에 새긴 파란 피 킥킥

아직도 새파란 피 킥킥


*배꽃나래 감독의 영화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 참고

keyword
이전 09화엄마없는 엄마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