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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Dec 01. 2021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단편 여덟 번째

“스승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제가 전에 살던 마을에 두 어른이 살고 계셨습니다. 한 어른은 마을에서 제일가는 시설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다른 유명한 마을까지 가서 교육을 받았다고도 하고요. 그리고 또 다른 한 어른은 교육을 많이 받지는 못했다고 했어요. 읽고 쓰는 것과 기본적인 교육 정도만 받았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교육으로는 앞서 설명한 분에 비하지 못하지요.”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것이냐?”     


“제가 궁금한 것은 교육을 많이 받은 어른한테는 마을 사람들이 찾아가서 무언가를 묻고 조언을 구하더라도 별로 속 시원해하지 않고 그냥 별 표정의 변화도 없이 돌아서더란 말입니다. 그리고 찾아와 조언을 구한 대가로 성의를 표하더라도 그냥 처음에 가지고 온 그대로만 주려고 했다는 말입니다. 반면에 또 다른 한 어른은 분명 앞서의 어른보다 교육을 많이 받은 분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그 어른만 뵙고 오면 표정이 밝아지고 들어설 때의 근심은 싹 사라진 듯 발걸음이 가벼워져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가지고 온 돈이나 선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신고 온 신발마저 벗어주고 가려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왜 이런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음 이것은 내 두 어른을 직접 뵙고 나야 알 일이나 이와 관련해서 내 너에게 한 가지 해줄 말이 있다. 머리를 울리는 것과 가슴을 울리는 것은 다르다. 그리고 배웠다는 이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 중 하나가 상대방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고 마음으로 다가가려기 보단 이리저리 자신의 머릿속에 든 것만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이다. 이 바람에 정말 간절함에 찾아온 이들은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조차 들지 못한 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돌아선단 말이다. 지적 박탈감만을 느끼고 돌아서는 이도 없지 않을 것이다.

허나 이것을 꼭 많이 배운 자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자의 일반적인 특징이라 단정 짓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울리고 기운을 북돋는 일은 시설 같은 데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늘 앎에 앞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려 하고 있지만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만약 네가 살던 마을로 간다면 네가 말한 교육을 많이 받았다는 이와는 맞수가 되어 식견을 한번 겨루어 볼 수 있겠으나 네가 말한 두 번째의 어른에게는 감히 비할 바가 못 되니 나도 그 어른의 제자가 될 것이다.     

아무리 남들보다 특출 나게 배웠다 한들 우리는 모두 온기를 가진 사람이다. 머리에 든 것만 읊어대는 이들을 가슴을 울리는 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일이다.     

네가 나의 제자로서 나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해서 너 또한 남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거라. 그리고 곤경에 처한 이를 돕는답시고 네 머릿속에 든 것을 함부로 읊어대지 말거라. 만일 그리 한다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두 번 다시 너를 찾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상대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한 공감 한 번과 위로 한 번이 열 번의 지(知)를 과시하듯 읊어대는 일보다 나은 일이다.

만일 도움을 청하는 이가 자신이 모르는 바에 대해 배우고자 함이었다 할지라도 공감과 위로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말 현명한 자라면 상대가 배우고자 하는 바를 알려줌으로써 상대보다 지적으로 우월하다고 스스로 착각에 빠지기 전에 이것은 어려운 게 아니고 누구나 배우면 알 수 있는 거라고 용기를 심어줄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나의 대답이 도움이 되었느냐?”     


“네”     


“좋구나. 내 오늘 말한 바를 깊이 새기 거라.”     


“네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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