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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Mar 18. 2022

꽃 한 송이

도시의 높다란 아파트에 사는 아이는 꽃을 자주 볼 기회가 없어서 엄마가 가꾸어 놓은 화분을 유심히 바라보곤 했습니다.     


엄마는 꽃을 화분에 옮겨 심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하는 것을 조용히 바라봤습니다. 꽃을 화분에 옮길 때에는 꽃만이 아니고 그 꽃이 심어진 흙을 전부 떠서 옮기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왜 그렇게 하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저게 꽃에게 좋은 거구나 하고 생각했던 걸까요.     


어느 날 엄마는 아이와 창밖을 보며 저 아래의 비포장도로에 아스팔트가 깔릴 거라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앞으로는 흙먼지는 날리지 않을 거라고도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럼 흙이 아예 없어지는 거냐고 아이는 몇 번이고 되물었습니다.     


전에 몇 번 아이가 저 아래의 비포장도로에서 노는 걸 보고 데려 온 적이 있었습니다. 도로의 한편에만 머물러서 놀긴 했지만 위험해 보였지요. 그 뒤론 아이가 도로에 놀러 가지 않았는데 요 며칠 새 갑자기 다시 도로에 가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위험하다며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는 자꾸만 갔습니다.

이제 흙길이 없어지니 아쉬워서 그러는 걸까요.     


아이는 그날도 도로에 갔다 오는 모양이었습니다. 엄마는 화가 났지만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아이를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아이는 작은 두 손을 모으고 있었고 그 위에는 꽃 한 송이가 조금의 흙에 머무른 채로 올려져 있었습니다.       

전에 비포장도로에 놀러 간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아이가 한편에 쪼그리고 앉아 무엇을 바라보고 있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이의 시선이 머문 곳에는 한 송이의 꽃이 피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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