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의 마성에 빠진 포로가 여기에도 있었다니

카이사르의 여자들 - 콜린 맥컬로(교유서가) ●●●●●◐○○○○

by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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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는 자신의 품행에 기준을 세워놓았고
그것은 삶의 모든 부분에 적용되었다.



카이사르는 숨을 들이쉬었다.

"저는 제 존엄 없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여러분 한 명 한 명에게 엄숙히 경고합니다. 제 존엄을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제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저는 이 유서 깊은 의사당을 여러분 머리 위로 무너뜨릴 겁니다! 펠리온 산을 오사 산 위로 옮겨 쌓고, 제우스의 천둥을 훔쳐서 여러분 하나하나를 쳐 죽일 겁니다! 원로원 의원 여러분, 제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십시오. 분명히 말하건대 저는 카틸리나와 다릅니다. 만일 제가 여러분을 몰아내려고 공모했다면 지금쯤 여러분은 다 쓰러졌습니다!"

- 3권, p. 309.




. 그동안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5, 6, 7부를 내리 읽었고, 다시 1-4부를 다시 읽기로 마음 먹고 가장 먼저 4부를 집어들었다. 1부부터가 아니라 4부부터 시작한 이유가 두어 개 있는데, 일단은 5-7부와 가장 가까운 시대여서 그나마 인물들 이름이 좀 생각이 난다는 것이고(^^;) 실질적인 이유는 재미없는 부분을 한시라도 빨리 넘어가서 본격적으로 이 시기의 알맹이를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카이사르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6부 '시월의 말' 리뷰에서도 이야기했듯, 이 시리즈의 전반부인 마리우스와 술라의 이야기에 비해 후반부는 '재미가 없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콜린 매컬로가 다루는 카이사르라는 인물이 4부든 5부든 6부든 캐릭터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완벽한 외모와 완벽한 능력을 갖추고, 자신에게 대항하는 보니(원로원)파들을 위축시키는 최고의 혈통에 필요할 때마다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까지 모든 걸 갖췄다. 역사적 인물이라는 걸 빼면 투명드래곤과 별반 다른 점을 찾을 수가 없다. :)


. 더구나 그런 카이사르의 상대편에 있는 인물들은 대거 몇 수 아래의 인물들이다. 카토를 비롯한 원로원 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는 카이사르를 막아내야 합니다!'라고 다짐하지만 매번 실패하고 '또 졌어! 카이사르에게 또 당했어'를 무한반복하는 TV 만화 악당에서 벗어나질 못하는데다 균형을 맞춰줘야 할 키케로나 폼페이우스 같은 역사적인 주요 인물들도 콜린 매컬로의 묘사를 거치면 카이사르의 손에서 놀아나는 조연 1로 전락할 뿐이다. 거기다 등장할 때만 해도 아름답고 자존심 센 것처럼 묘사되는 여자들은 카이사르만 보면 그전까지의 서술은 뭐였는지 아낌없이 몸을 던지기에 급급하고(....) 이렇듯 줄거리로만 보면 양판소 무협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일반적인 평작을 넘어 작품이라고 불릴 수 있는 정도로까지 올라가는 건, 오로지 방대한 자료조사와 무시무시한 필력으로 이야기를 우격다짐으로 끌고가는 매컬로 여사님의 어마어마한 의지 덕이다. 그 의지가 너무도 또렷해서, 도저히 이보다 낮은 평점은 줄 수가 없었다.



p.s. 그러고보면 시오노 나나미 여사의 로마인 이야기와 콜린 매컬로의 카이사르 시리즈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왔는데, 특히 콜린 매컬로의 '카이사르의 여자들'과 '카이사르'는 각각 96, 97년에 나왔고 시오노 나나미의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권이 95년에 나왔으니 편집이나 출간 작업 같은 걸 생각하면 같은 시기에 쓰여진 셈이다. 시기가 거의 겹쳐지기에 망정이지 몇몇 작은 에피소드들을 제외하면 출간연도가 5년여 정도만 차이가 났어도 백퍼센트 표절 시비가 났을 수준인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서로 만나본 적도 없었을 두 여사가 같은 인물에게 하트를 날리며 어마어마한 속도로 이야기를 써내려갔다니 정말 신기하다. 거기다 마리우스나 술라, 그리고 뒤에 나오는 클레오파트라의 인물평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데 비해, 유독 카이사르에 대해서만큼은 인물평이 완전히 똑같은 것도 재미있고. 더군다나 그 인물평이라는 게 이쪽이건 저쪽이건 찬양에 찬양에 찬양(....)이니, 이쯤되면 '카이사르는 여사님들께는 마성의 남자였다'는 한줄로 정리해도 괜찮지 않을까. :)




그건 아주 명예로운 종류의 명예심이 아닐 뿐더러,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 혹은 그런 인물이 되기 위해 스스로 강제해놓은 기준과 단단히 결부돼 있었다. 카이사르는 자신의 품행에 기준을 세워놓았고 그것은 삶의 모든 부분에 적용되었다. 그는 배심원들에게 뇌물을 먹이지 않았고, 로마 속주를 갈취하지 않았으며, 위선자처럼 굴지 않았다. 이것은 그가 모든 일을 힘든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뜻이었고, 정치 인생을 수월하게 만들려고 고안된 장치에 기대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 1권, p.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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