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우연'의 허구를 밝혀내다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않는다 - 데이비드 핸드(길벗) ●●●●●●●○○○

by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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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사건 각각이 일어날 확률은 아주 작다 하더라도,
충분히 많은 사건들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압도적으로 높아진다.



.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우연과 마주치지만, 그 중 대부분의 우연에 대해서는 깨닫지도 못한 채로 흘려보낸다. 하지만 아주 가끔, 일어났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극소수의 우연은 우리를 사로잡는다. 그것은 로또 1등에 두 번 당첨되는 행운의 모습을 띠기도 하고, 벼락에 여러 번 맞는 불운의 모습을 띠기도 하며, 때로는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메모를 남긴 지폐가 돌고돌아 그 상대방의 손에 들어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우연들은 우리를 사로잡고, 혼란스럽게 만드며, 이런 우연에 대해 우리는 우연 이상의 다른 의미와 이름을 부여하려 든다. 그리고 종종 재미를 넘어 우리를 함정에 빠뜨리기도 한다.


. 그래서 통계학자이자 수학 교수인 데이비드 길벗은 이야기 내내 우연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연이 일어나는 이유를 수학적으로 설명하기 이전에, 우선 우연을 잘못 해석하는 사례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시작한다. 미신, 예언, 기적, 초심리학과 초자연현상, 칼 융의 동시성 등등. 이들 중에선 단순히 믿을 수 없는 일을 설명하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자의적으로 해석을 끼워맞추거나 더 악의적으로는 아예 우연처럼 보이는 일을 꾸며 이를 통해 이득을 챙기려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저자는 그 목적이나 의도가 어떻든 간에 그 모든 우연은 어느 것 하나 증명된 바 없다고 하나하나씩 짚어가며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여기까지 읽고나면, 왠지 헌책방을 경영하면서 '이 세상에는 이상한 일 같은 건 아무것도 없다'고 얘기하는 한 신관이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



우연의 법칙의 한 측면인 충분함의 법칙에 따르면 충분히 유사한 사건들은 동일하다고 간주된다. 이 법칙을 따르는 사람은 실은 유사할 뿐인 것들을 일치하는 것들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이 법칙은 잠재적 일치의 개수를 증가시킨다.


- p. 118. 아주 큰 수의 법칙 : 참 많기도 하다


우연의 일치가 내 눈에 띈 것은 나의 관심이 양쪽 분야 모두에 걸쳐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주목하라. 내가 다른 '우연의 일치'를 얼마나 간과했을지, 다른 관심분야를 가진 다른 사람들은 같은 잡지에서 얼마나 많은 우연의 일치를 목격했을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 p. 226. 오해의 동물, 인간




. 뒤이어 저자는 우연에 대해 '의미심장한 관련성이 있다고 느껴지는 사건들이 눈에 띄는 인과적 연결 없이 동시에 발생하는 놀라운 일'이라는 사전의 정의를 소개하면서, 우연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은 극히 주관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 중에 과학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자의적인 기준으로 특정한 사건들을 뽑아내고, 그 사건들 간에 주관적인 관련성을 부여하며, 인과적 연결이 없다고 마음대로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쉽사리 납득하기는 어렵겠지만, 사실 수많은 로또 구매자들 가운데 내가 로또 1등에 두 번 당첨되는 것이나, 특정한 사람 A와 B가 로또에 당첨되는 것이나 확률 자체는 동일하다. 그저 우리의 마음이 한 사람이 두 번 되는 것을 더 놀라워하고,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보렐은 초우주적 규모에서 무시할 수 있는 확률을 정의했다. 그러나 그 정의를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사건이 일어날 기회가 아주 많다면, 확률이 낮은 사건도 거의 확실한 사건이 된다.


- p. 118. 아주 큰 수의 법칙 : 참 많기도 하다




. 뿐만 아니라, 설령 한 사람을 기준으로 놓고 보더라도 같은 사람이 두 번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이 확률로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허무할 정도로 간명하다. 로또를 사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사는 로또의 수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당첨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동안 꼬박꼬박 사온 로또의 개수가 많다는 것은 간과하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하게 되는 것이다.


. 여기에 주변 정황과 개연성이 겹쳐지면 우리가 생각하는 '놀라운 우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지 드러난다. 책에서는 골프장에서 몇 번씩 벼락을 맞은 사람의 이야기를 예로 든다. 우선 전세계에는 골프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고, 탁 트인 골프장에서 금속 골프채를 든 사람이 벼락을 맞을 가능성이 높은 건 당연한 일인데다, 특히 기후에 따라 벼락이 자주 치는 지역이 있기 때문에 그 지역에 살면서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 벼락을 맞을 확률은 상당히 높아진다. 이런 정황과 개연성이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느낌만으로 '어떻게 그런 일이!' 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놀라움이라는 건, 겨우 이정도였던 것이다.



법칙에 따르면, 만일 사건이 일어난 뒤에 선택할 수 있다면, 확률을 원하는 만큼 높일 수 있다. 호두 속살 단지를 만드는 이들은 껍데기를 부순 다음에 온전한 속살만 선택함으로써 확률을 1로 만들었다.


- p. 146. 확률 지렛대의 법칙 : 나비의 날갯짓




. 특히 저자는 우연에 대한 이러한 과장된 인식이 단순히 개인적인 기분이나 재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잘못된 해석을 가지고 사람들을 호도하는 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에 이 점을 특히 경고한다. 차라리 미신이나 점술처럼 비과학적인 분야의 일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과학이나 학문의 이름을 달고 악용된다면 그 파급력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 분석가들은 예측을 다양하게 내놓은 후 적중한 예측에만 관심을 집중시키고 잘못된 예측은 언급하지 않는다. 저널리스트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을 가지고 처음부터 징후가 있었는데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관심을 끈다. 학자들과 편집자들은 논문을 쓸 때 부정적인 결과보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취사선택 함으로써 연구결과를 입맞에 맞는 방향으로 틀어버린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는 단순한 우연을 악용하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개개인의 이득과 손해는 물론 진실 자체가 끊임없이 뒤틀린다. 이러한 왜곡에 넘어가지 않고 '그들'에게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항상 주변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미래가 현재가 될 때까지, 우리는 결코 예측을 확신할 수 없다.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끼어들어 예측을 짓밟을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그러나 미래가 과거가 되고 나면, 쉽게 되돌아보며 사건들의 연쇄를 추적할 수 있다. 이것이 '사후설명 편향'의 토대다.


- p. 235. 오해의 동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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