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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시울 Nov 23. 2024

함께 읽은 책들 세줄요약) 1. 문학

기다림, 쿠오바디스, 만년,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外



<고전문학>

1. 만년 - 다자이 오사무(민음사), ●●●●●●●◐○○

   - 허무를 말하는 작가는 많고, 좌절을 말하는 작가는 더욱 많지만, 다자이처럼 지금 시대와 꼭 맞아떨어지는

      감성을 가지고 있는 작가는 정말 드물다. 아마도 다자이에게는 글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없는 척해도 어딘가에 분명 가지고 있는 겉치레나 자기 변호가 없기 때문이겠지. 


2. 제5도살장 - 커트 보네거트(문학동네), ●●●●●○○

   - 정신을 차리고 하나하나 빌리의 행적을 따라가자고 생각해서는 결코 이 소설을 즐길 수 없다. 

      두서없이 슥슥 페이지를 넘기며 따라가다 방금 전에는 어디에 있었는지,

      지금은 어디 있는건지 길을 잃을 때야말로 이 소설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 때다. 


3.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 괴테(민음사), ●●●●●

   - 한 '시민계급'의 청년이 예술과 사랑에 빠져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결국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예술 '애호가'로 남아 품성 좋고 건실한 여성과 맺어지는 해피엔딩. 당신의 수업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 우리 함께 선량한 본보기가 되어 살아갑시다. 그래서 참 밋밋하고 또 재미가 없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 





4.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민음사), ●●●●●●●

   -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의 하루 중 슈호프가 자신을 수용소로 몰아넣은 체제에 대해 '우회적으로' 한탄하는

      장면은 딱 반 페이지에 불과하다. 거기다 그에 뒤이어 아주 흡족하게 잠이 든다.

      비참하디 비참했던 하루를 마치 '소확행'처럼 이야기하는 주인공으로 인해, 이 소설은 더욱 아프고 서글프다.


5. 기다림 - 하진(시공사), ●●●●●●●

   - 전통과 공산주의가 기묘하게 뒤섞여 일그러진 사회와 그에 맞춰 억압된 채 일그러진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당시 시대상에 대한 비판을 읽어내기는 어렵지 않지만, 그런 거시적인 비판보다는 이제는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지점까지 삶을 살아버리고 나서 터져나오는 그 구질구질한 개인의 한탄이 왜 이렇게 좋은건지.


6.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해와나무), ●●●●●

   - '나는 죄를 짓고 불행해지고 늙고 추해지고 걱정하며 고통으로 괴로워할 권리를 원한다'는 책 속의 말은

      지금도 수많은 작품에 변주되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당연히 그럴 것이다. 

      이 작품이 나온 게 참혹했던 1차대전이 끝난 지 겨우 1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7. 쿠오 바디스 - 헨리크 솅키에비치(하서), ●●●●●●●

   - 읽고 나면 비니키우스와 리기아의 인상은 사라지고 한편에서 가장 처절하고 극적으로 개심하는 킬로와, 

      그 정반대 편에서 최후까지 풍류인으로 남는 페트로니우스의 이야기만이 기억에 남는다. 

      덕분에 살짝 지루했던 초중반의 느낌이 싹 사라져버리기도 하고. 에필로그가 조금만 길었다면 좋았을텐데.


8. 파리대왕 - 윌리엄 골딩(민음사), ●●●●●

   - 불시착 전에 벌어진 핵전쟁은 구조를 포기하게 하고, 식량이 풍부한 섬은 합심해야 할 이유를 빼앗는다.

      눈앞의 위기가 없는 상태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있는 섬은 이성을 빼앗는다.

      그렇게 수치심과 자의식마저 빼앗겼을 때, 그들을 인간이라 부를만한 것은 더 이상 남지 않게 되었다.





<한국문학>

1. 제1-6회(2007~2013)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 너의 이름은 어떠니, 김애란 外

   - 한때 오디션에서 화제가 되었던 '말하듯이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조언을 창작으로 옮긴다면, 

      그렇게 '말하듯이 소설을 쓰는' 작가가 김애란이다. 눈이 좋고, 그 좋은 눈으로 본 것을 과장하지 않고 

      조곤조곤 풀어내기에 언제 어디서 읽어도 지금의 나와 가깝게 느껴진다.


2. 제13-16회(1979~1987)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 - 금시조, 이문열 外 

   - 완전한 성취를 이루었을 때가 아니라,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이룬 성취를 부정할 수 있는 자신과 마주했을 때 금시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솔직히 이 정도면 내게는 금시조를 볼 수 있는 작품처럼 보이는데. :)

 

3. 제42회(2018)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 존재의 증명, 정지아 外 

   - '정'과 '관계'로 대표되었던 기존의 사회를 거부하고 '개인'과 '기호'를 선택한 젊은 작가들의 반란 사이에서

      어떻게든 거센 변화에 맞서 기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정통적이고 고전적인 작품을 선택한 노작가들의  

      몸부림이 눈에 들어오던 작품집.





4. 저녁의 구애 - 편혜영(문학과지성사)●●●●●

   - 도시 속에서의 인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최근의 작가들과는 달리 72년생인 편혜영은 도시 이전의 삶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도시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마냥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흙을 밟고 끈끈하고 조밀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런 끼어버린 이들의 이야기. 


5. 제27회(2003)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 부인내실의 철학, 전경린 外

   - 부부라는 이름만 달아놓은 채 대놓고 바람을 피우는 남편과, 몰래 맞바람을 피우면서도 결국 이 모든 것이 

      흘러 썩어져버린 채 홀로 남아 풍화되어버릴 것을 알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그린 전경린의 단편. 

      지금의 작가들은 이런 소재를 가지고 절대 이런 소설을 쓰지 않을텐데. 시간은 홀로 꾸준히 가는구나.





6. 제20회(1996)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 빈처, 은희경 外

   - 상상과 일상이 혼재된 아내의 일기장을 읽으며 자신과 아내를 돌아보고, 일상과 일상을 구성하는 이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는 줄거리는 참 재미없게 느껴지는데, 실제로 은희경의 여우처럼 깜찍한 글은

      이런 요약이 한심할 정도로 맛이 있으며, 읽고 나면 이제는 말라붙은 세포 두어 개를 살살 다독여 깨운다. 


7. 호출 - 김영하(문학동네), ●●●●● 

   - 드디어 민주화를 달성하고 과거를 단죄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한복판에 있던 그가 느끼던 것은 목표가

      없다는 공허함과 아무리 용을 써봐도, 뭘 시도해도 어디로도 갈 수 없다는 좌절이었다. 거대담론이 사라지고

      갑작스레 주어진 자유에 짓눌리던 시기. 단편의 인물들은 자신을 내려놓고 날뛰던 그런 김영하의 분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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