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둘 중 어느 쪽의 이야기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나사의 회전 - 헨리 제임스(시공사) ●●●●●●●●○○

by 눈시울


남겨진 처지에 대한 체념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그가 무시한 나의 매력에 그가 관심을 갖도록 하려고 내가 꾸며놓은 그 멋진 계략을, 그가 조롱하고 재미있어 하며 경멸하리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그를 위해 봉사하고 계약 조건을 준수하면서 얼마나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지 부인은 몰랐다. 사실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 몇 년 전에 다른 책으로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유령은 실제로 있었던 것인지, 아이들이 정말 유령의 영향을 받았던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과연 그 알 수 없는 결말은 무엇이었는지, 가정교사는 도대체 어떤 인물이었는지 하나도 들어오는 것이 없이 그저 줄거리를 따라가기에 급급해하며 간신히 일독을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우연한 기회로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책을 다시 읽게 되었고, 그제서야 이야기가 손에 잡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읽은 이 소설은, 지극히 평범하고 꿈도 욕망도 억눌려진 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 그리고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 한 사람의 허영심을 다룬 이야기였다.


. 헨리 제임스는 정교한 솜씨로 이야기에 양면성을 부여해 읽는 이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두 이야기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우선 젊은 처녀가 아이들의 가정교사 일을 받아들이게 되는 첫 장면. 작가는 이전의 가정교사가 죽었다는 사실을 내비치면서 동시에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고용주에게 연락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보여주는데, 이 조건은 뒤에 나오는 이야기와 맞물려 역시 그 저택에는 유령이 나오고, 이 때문에 고용주가 저택에 관여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는 전개를 가능하고 있다. 물론 그와 함께 이전의 가정교사는 그냥 죽은 것이고 젊은 나이에 아이들을 떠맡게 된 고용주가 귀찮아서 연락을 끊었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이렇게 이 책의 이야기는 어느 쪽을 취하느냐에 따라 같은 내용을 놓고 전혀 다른 내용이 전개되는데, 이런 방식은 이후 벌어지는 유령과의 첫 조우, 아이들의 태도, 그리고 결말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단순히 같은 줄거리로 가다 열린 결말을 취하는 게 아니라, 이 이야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 가지의 가능성이 계속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 그리고 여기에 '허영심'이라는 키워드를 넣었을 때, 작가가 얼마나 생생하게 인물을 움직여 갔는지를 깨닫고 그 세밀한 묘사에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유령 때문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막다른 곳으로 몰아가는 가정교사에 대한 섬뜩함을. 젊고 잘생기고 상류층이 고용주를 보며 갖게 되는 동경과 망상(그 당시에는 귀족과 고용인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대유행하던 시절이었다)과 그녀가 처한 고독하고 따분한 현실은 서로 반목하고, 여기에 이전 가정교사의 죽음에 대한 호기심이 방아쇠가 되면서 그녀는 '유령'을 잉태하게 되고, 그 존재는 점점 커져간다. 처음으로 유령이 등장하는 장면(3장)이나 또 다른 유령을 '느끼는' 장면(6장)에 대한 묘사는 여주인공의 심리상태와 유령의 등장을 함께 보여주는데, 이어지는 7장에서 오직 대화와 생각만을 통해 유령이 아이들을 지배하려 든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아이들을 빼앗겼다고 울부짖게 만드는 등 차츰 여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막다른 곳으로 몰아가는 솜씨는 정말 빼어나다.


. 나는 이 책은 환상이나 괴기소설이라기보단, 로얄드 달이나 스티븐 킹 류의 심리 스릴러물로 읽었다. '나사의 회전'이라는 특이한 제목도 스스로를 조인 끝에 고정되어 버린 주인공의 왜곡된 심리를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고. 그와 함께 처음과 끝을 통해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아마도 탈출을 위해) 학교에 가야하지 않겠느냐고 여주인공을 떠보면서도 결국 스스로 백부를 불러오려는 편지를 없애버리는 아이의 모습은 이야기의 처음에 나오는 더글러스와 어딘지 겹쳐보이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이야기의 결말은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렇게 작가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독자들을 안심시키지 않은 채로 끝을 맺는 것이 이 글의 특징이고, 작품에 대한 호불호를 가르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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