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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램 Aug 19. 2024

한 여름 밤 너는 가을로 걸어들어갔다.

아스팔트 위로 봄도 아닌데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여름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반팔 티셔츠를 꺼내 입던 날부터일까?
그것도 아니면 매미가 울어대던 시점부터일까?
5월에 꺼낸 반팔
6월의 미친 밤바람
7월의 긴 비바람 뒤에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했던 여름은 반팔부터라 생각했는데
내가 체감하는 여름은 장마 끝 매미가 구애를 하고
아스팔트가 아지랑이를 짙게 만들어내고
쉬 식지 않은 낮의 열기가 밤까지 남아
이게 여름이지!라며 열대야를 소리친다.

한여름 밤의 꿈.

심심치 않게 믿기지 않은 한때를
몽상하듯 한여름 밤의 꿈이라 했다.
셰익스피어까진 들어가지 않더라도
나는 그 꿈이 왜 한 여름밤인지 익숙해서 썼을 뿐
이해하지 못했다.

매미의 허물이 나무 곳곳에 놓이고
긴 시간 땅속에서 준비한 그들의 노래가
여름을 실감토록 배경이 된다.

찌릿한 더위는 정수리를 관통하고
아~더워~라는 탄식이 무심히 툭툭 튀어나가다
어느 순간 절벽 아래로 떨어져 버린다.

어디서부터 여름인지 몰랐다가
순간 솟구친 더위에 정신을 못 차린다.
내가 하는 말이 뭔지 혼미하다.
그렇게 뜨겁게 열 올리던 한때였는지도 모른다.

아주 긴 시간 같지만
찰나가 되어버린
시작이 어딘지도
끝이 어딘지도
모른 채 흘러가버린 한때.

한여름 밤의 꿈.
밤인데도 열기가 식지 않았던 그때.
나는 아직 여름이건만
나보다 앞서 가을로 가버린 누군가의 마음.

그 등을 보며 말한다.
한여름 밤의 꿈이었노라..

나는 아직 이 더위를 식히지 못해
여전히 턱 막혀있어
그 꿈이 내 것인지 곱씹으며
아주 더디게 가을로 걸어간다.

식히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한 여름이 절정에서 낙하하는 지점에
허무한 이별이 있었고
그곳에 꿈이 그려졌다.

한여름 밤의 꿈

한 여름밤 당신은 가을로 걸어들었다.
미처 쫓아가지 못한 나는

아마 가을을 걷지 않고

한 여름에서 한 겨울로 걸어들듯싶다.


이 열기를 그대로 굳히려는 미련함으로
이 열기를 식히려는 아련함으로
한여름 밤의 꿈은 쉬 깨어나지 못하니까
한동안 멍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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