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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Jan 12. 2024

피할 수 없는 길을 걷는 방법

다섯 번째 산 / 파울로 코엘료



비극이란 없고
피할 수 없는 길이 있을 뿐이다.

<다섯 번째 산>



파울로코엘료 소설 다섯 번째 산 필사






피할 수 없는 일에도 끝이 있다.

피할 수 없는 일이 남기는 교훈은 영원하지.

<다섯 번째 산>



다섯 번째 산 필사 책






돌이 날아온다.

분명 돌이다.

저대로 쭉 날아든다면 내 코에 명중할 것이다.

피해야 한다.


이 생각들과 동시에 예상대로 돌은 내 코에 명중했다.

찰나의 생각 사이


'저 돌을 맞는다고 코 뼈가 부러지진 않을 거야'

'피하기엔 늦었어'

'아픈 거보단 창피함이 더 클 거야'

라는 결과적 느낌을 이미 갖고 있었다.


돌은 잘 못 던져진 것이다.

주변 모두 알고 있었다. 다만 재수 없게 딱 그 포물선 끝에 내 코가 있었을 뿐이다.


매트릭스 한 장면처럼 돌이 날아오는 순간의 기억은 무중력으로 저장되었다. 다시 중력이 밀려든 건 코를 맞고 서다. 그제야 모두가 반응하고 움직였다.

중학생 시절인 그날의 기억엔 창피함과 기묘함이 함께다.




'피하지 그랬어~'

'피하면 되지~'

'그러게 조심하지~'

이 모든 말들이 와닿기 전에 툭툭 튕겨나갔다.


세상엔 피하고 싶으나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많다.

피해보려고 돌아가 보지만 가고 가다 보면 막혀버린 네모 상자 속이다.


내가 만든 건지 누가 가둔 건지 모를 상자 안에 갇혀 외부의 자극에 귀 기울인다. 실체가 뭔지도 모르고 소리로만 가늠해 두려움을 키운다. 상자는 더욱 커지고 외부의 소리 역시 비례한다.


피할 수 없는 일은 돌아가도 피할 수 없었다. 조금 더 빠른 길은 다리 좀 긁히며 기어 넘어 본 길이다.

코 한번 맞은 후로 날아오는 것을 잘 피한다.




그리고 한참 지나 딸아이가 어린 시절의 내 나이에 가까워진 무렵이다.  날아오는 것을 잘 피한다고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의 체육시간인 피구 게임을 통해서다.



'엄마! 나는 잘 피해서 끝까지 살아남아~'


아이는 끝까지 공을 잘 피해 살아남았으나 친구를 살리진 못했다. 공에 맞기 무서워 받으려 하지 않아서다.

어린 시절 나 역시 공을 잘 피해 끝까지 잘 살았으나  질질 끌다  결국 죽었다. 경기를 지루하게 만든 장본인이 되기 싫어 적절한 타임에 공에 일부러 맞은 것이다.




'공 받기 연습하자~ 공에 많이 맞아봐야 받을 수도 있어~'


운동을 좋아하는 아빠는 아이를 데리고 며칠간 연습에 들어갔다. 연습 후 아이는 피구를 피하지만 않고 구할 줄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피구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피구는

피하고 구하는 인생 스포츠다.


돌과 마주했던 나와 피구공과 마주한 딸.

피할 수 없는 일이 남기는 교훈을 배웠다면 억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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