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ㅂ ㅏ ㄹ ㅐ ㅁ Jan 31. 2024

엄마! 엄마는 어떻게 살고 싶어?

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

엄마!

엄마는 어떻게 살고 싶어?





몰라서 썼던 글이 있다.

'데미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몰라서 할 수 있는 말과 글은

의도 없이 거대하다.

아는 이들에겐 부끄럽지만

내게 있어서는 알고는 할 수 없을 순간이다.

그 무용한 의도를 어느 순간부터 사랑하고 있다.


데미안, 연금술사, 자기 신뢰를 거쳐

진하게 스며든 책 '싯다르타'를 사랑한다.


싯다르타를 사랑한다 하여

불교, 부처라는 의식이 따라붙을 것을

염려하지 않는다.

내가 데미안과 싯다르타에 빠진 이유는 하나다.


나는 나에게 신이다.


아브락사스라는

긴 단어를 익혀버린 것도_

선명하지 않은 나에게 가졌던 불만이

실은 선명한 것에서 멀어지는 중이었다는 것도_











모르겠어.

모르겠어.

나도.


내가 나인데도 모르는 마음들이

잔뜩 담긴 가방을 짊어지고 걷는다.


추워서..

배고파서..

가방을 열어보니 아무것도 없다.

먹을 것도 덮을 것도.


모르는 것을 넣었으니

그 무게를 가늠할 길 없고,

모르니 쓰일 것도 없다.







떠난다.

두고 가는 게 아니다.

당신은 이곳에

나는 그곳으로_


남겨지는 게 두려워 붙잡았던 기억

남겨지는 게 외로워 붙잡고 싶었으나

말 못 해 눈길로 비춰주던 전구가 다 된 아롱한 기억


남겨지고 싶어 붙잡아 주길 바라던 기억

남겨지고 싶어 다치고 싶었던 기억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면서 내 가족이 투영된다.

그리고 점점 눈길이 먼 곳을 향하는 딸이 보인다.




'저 아이는 내게로 와 나를 지피고,

내 불씨가 타오르니 이제 저를 태우러 가는구나.'




나에게 생을 더 이어가야 할 목적이 되어주고

나에게 진정한 강인함을 배우도록 하고

나에게 기다림을 수없이 가르치고선

나에게 놓아주는 때를 선물하고서

끝나지 않을 생의 목표를 놓고서

조금씩 걸어 나간다.


나를 바라보고 미소 지으나

걸음은 이곳이 아니라 저곳이다.

두 팔 벌려 다시 뛰어들어오게 하고 싶지만

저는 내게 두 팔 가득 다른 걸 안겨두고 간다.










지난 어느 밤이다.


'엄마! 엄마는 어떻게 살고 싶어?"


엄마는 너를 낳고서 변함없어.


"내 딸이 살았으면 좋겠는 데로!"


너는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일깨워주려 와준 선물이자 스승이다.


잠든 네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내게 건넨 질문은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생을 고민하기 시작한 너다.


걱정이 가득한 눈빛일랑

훈수 두고 싶어 근질거리는 입일랑

한없이 안고 싶은 마음일랑

책으로 눈, 입, 마음을 둔다.


하지만 어쩌나

귀는 쫑긋 너를 향해 열려있는 걸.


못 들은 척, 못 본 척

허기진 굶주림

고단한 몸

갖은 방식의 고통을

가방에 짊어지고 돌아올 수도 있는

너를 위해

내 품을 넓혀야겠지.


너를 위한다지만

품이 넓어져 좋을 건

다.






이전 19화 내려놓지않고 내놓는 일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