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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Feb 07. 2024

울리는 책이 좋아요

빨간머리 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가로로 정렬된 검은 글 떼들이

몸을 들어 내 눈으로 읽혀 들어왔다.

식도를 지나 소화되는 음식물처럼

글자는 눈으로 먹혀

내 몸 어딘가를 훑고 지나간다.


커다란 단어와 문장이

턱 걸리기라도 하면

며칠 속앓이한다.



지난해 맛본 글자들이

소화되지 않고 있다가

오늘 먹은 글자와 짝이 맞아

흘러내려가기도 한다.


날 선 글자 모서리에 찔려

피를 흘리기도 하고

이해받지 못한 글 더미에 눌려

속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나 역시 '울리는 책'이 좋다.



비단 눈으로 흐르는 것만이

울림의 전부는 아닐 터.
몸을 떨게 하는 울림,

머리에 갑작스레 

피가 쏠리는 울림도 있다.


산을 울리던 산울림도

땅속의 변화로 산을 울리고,

울려 퍼져 나간 소리가

산이나 절벽 같은 데에

부딪쳐 되울려온다.


결국 울리는 것들은

안의 변화의 소리요,

다른 곳으로 퍼져가

누군가를 두드리고

되돌아오는 북소리더라.






빨간머리 앤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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