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게 많고
꼭 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알맹이가 없다.
껍질을 까보니
못다 영근 알맹이처럼
영글지 않은 마음이
껍질 안에서 자라는 중이라 착각하는 건 아닐까
사실은 눈 가리고 아웅
구실을 찾아
시간을 벌고 있는 중
껍질이 벗겨져서
볕에 단단해지는
그런 열매일지도 모른다
대롱대롱 매달려
기어이 가보겠다며
껍질을 여닫으며
세상을 간 보는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살고 있는 거지
오늘을 잘 보냈기에
마음의 허기짐까지 욕심내 보는 거지
이 욕심이 탐욕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니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스산해지는 가을바람에
냉정해지는 마음에
월동준비를 해야겠구나 싶은 거겠지
뭐라도 써야 할 것 같아
써보지만 공개되지 않을 글이고
폼 잡고 노트를 꺼내 기록할 짬은 부족하니
그저 이렇게 앉아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읽어내 보는 게
나의 멋이자 나의 힘이지.
아이들이 더 자라면
우리는 어떤 포지션에 위치하고
어떤 감정으로 자신을 꾸미게 될까
우리라면 적절한 방향을 찾아
큰 흔들림 없도록 조율해 갈 테지.
그와 만들어가는
4인 가족 이야기는
때론 외롭기도 하지만
감사함이 큰 비중을 차지해.
서로에게 이야기가 되어주는 사이는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아닌데
부부가 되어 만들어 가는 인생 벗.
우리는 어디까지 솔직할 수 있을까.
솔직이 좋은 걸까.
솔직은 대부분 의도를 담은 언어이지 않나.
포섭할 수 있는 무기이지 않나.
이해받고 싶은 마음들이
만들어내는 언어
사랑받고 싶은 마음들이
만들어가는 대화
잘 지내려는 우리의 노력이 걸어온 길.
그곳에 함께하는 아이들.
그 어떤 외로움, 고독의 유혹이라도
갈망하는 이상의 상념이라도
이들이 안녕하지 않다면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허영일뿐이다.
내가 모르는 나를 만나게 하는
세상에 절대적 권력을 가진 생명
자식이라는 존재.
독립을 외치지만 나는 결코 그들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렇기에 더욱 자유로우려 독립을 외칠 것이다.
이런 소리 저런 소리 지껄이며
멋 부리려는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하물며 누구에게 보이지도 않을 텐데...
나는 이 허세가
바로 우리를 채우는 행복감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
이상의 실현이 아닌
이상의 갈망이 더 좋은 이유다.
나는
지금 우리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