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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램 Oct 22. 2024

지금의 우리가 너무 좋아서 이상의 허세만 부려도 괜찮아

쓰고 싶은 게 많고 

꼭 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알맹이가 없다.


껍질을 까보니 

못다 영근 알맹이처럼

영글지 않은 마음이

껍질 안에서 자라는 중이라 착각하는 건 아닐까


사실은 눈 가리고 아웅

구실을 찾아 

시간을 벌고 있는 중


껍질이 벗겨져서

볕에 단단해지는 

그런 열매일지도 모른다


대롱대롱 매달려

기어이 가보겠다며

껍질을 여닫으며

세상을 간 보는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살고 있는 거지

오늘을 잘 보냈기에

마음의 허기짐까지 욕심내 보는 거지

이 욕심이 탐욕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니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스산해지는 가을바람에

냉정해지는 마음에

월동준비를 해야겠구나 싶은 거겠지


뭐라도 써야 할 것 같아

써보지만 공개되지 않을 글이고

폼 잡고 노트를 꺼내 기록할 짬은 부족하니

그저 이렇게 앉아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읽어내 보는 게

나의 멋이자 나의 힘이지.


아이들이 더 자라면

우리는 어떤 포지션에 위치하고

어떤 감정으로 자신을 꾸미게 될까

우리라면 적절한 방향을 찾아

큰 흔들림 없도록 조율해 갈 테지.


그와 만들어가는 

4인 가족 이야기는

때론 외롭기도 하지만

감사함이 큰 비중을 차지해.


서로에게 이야기가 되어주는 사이는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아닌데

부부가 되어 만들어 가는 인생 벗.


우리는 어디까지 솔직할 수 있을까.

솔직이 좋은 걸까.

솔직은 대부분 의도를 담은 언어이지 않나.

포섭할 수 있는 무기이지 않나.


이해받고 싶은 마음들이 

만들어내는 언어

사랑받고 싶은 마음들이

만들어가는 대화

잘 지내려는 우리의 노력이 걸어온 길.

그곳에 함께하는 아이들.


그 어떤 외로움, 고독의 유혹이라도

갈망하는 이상의 상념이라도

이들이 안녕하지 않다면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허영일뿐이다.


내가 모르는 나를 만나게 하는

세상에 절대적 권력을 가진 생명

자식이라는 존재.


독립을 외치지만 나는 결코 그들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렇기에 더욱 자유로우려 독립을 외칠 것이다.


이런 소리 저런 소리 지껄이며

멋 부리려는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하물며 누구에게 보이지도 않을 텐데...


나는 이 허세가

바로 우리를 채우는 행복감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


이상의 실현이 아닌

이상의 갈망이 더 좋은 이유다.


나는 

지금 우리가 참 좋다. 



책을 등진 딸인가 책에 기댄 딸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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