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가 많다.
내 몸속에는
무심코 흘러들려 온 음악에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 속 한 장면에서
다를 것 없는 하루에 시원한 입김으로 불러 들어와 깨워주는 여린 바람줄기에
불꽃이 일지도 않았는데
몸속 심지들에 불이 붙었다.
이따금씩 뜨겁다.
뜨겁게 끊어올라 흘러나온다.
심지는 굳어 버렸고
그마저 곧지 않건만
불이 붙어 흘러내리는 시간
나는 뜨겁고
심지는 녹아내렸다.
좋아해야 할지
서러워해야 할지
저도 몰라
잠자코 있던 심지에까지 불이 옮겨
속이 속이 아니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