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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램 Nov 11. 2024

거울을 올려다 보고 멈칫했다.

모처럼 가벼운 발걸음

가뿐한 몸 따라 

또박또박 걸어가며


마주치는 청춘들의 

발그레한 볼터치와

볼륨 있게 찰랑이는 머릿결을

스치면서 

저만 아는 미소로 화답하고

화장실에 들어가

입꼬리가 올라간 채 손을 씻고

머리를 매만지려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다

멈칫 


내게도 발그레한 볼터치가

내게도 선명한 아이라인이

내게도 촉촉한 피부가 

있을 것 같던 기분이 

밤새 내린 서리에 젖어

뭉기듯 흘러내려졌더라


가방에서 급히 응급처치를 할 

화장품을 꺼내 덧발라보지만

바를수록 가면이 되고 마니

제 나이를 잊고 가볍던 마음이

제 나이 곱절까지 더해가며 무거워져 가니


닦아내고 닦아내

풀 죽은 입술에만 살짝 생명을 넣고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본다


거울보고 흠칫 놀란 

그 기분이 새삼 우습다가

거울 보고 기대했던 제 모습이

예쁨이었던 마음에

여전히 사랑스럽고 만다


거울 없이 제 멋에 제 맛에 취해

또박또박 걸으며 

나이를 모르는

나잇값을 못하는

그런 날도 살아보고


생각했던 것보다 채색이 어색한

그런 날엔 색을 죽이고

물을 들여 촉촉하게 찰박이는

이런 날도 살아본다


살아있다는 건 

채색이오

착각이오 

완성이 없는

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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