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이유로
우리는 어떤 순간에
클립과 클립으로 끼워 놓은 것 같은
사이가 되었을까요?
당신의 한쪽 끝에 끼워진 클립
제 다른 편에 연결된 클립
그 끝을 한없이 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
우리도 모르게 둥근 원으로 만들어진 세상을
끌어안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생각해 봤습니다.
둘만 안기엔 쑥스럽고
팔짱 끼고 걷는 것도 어색해
손가락 하나씩 걸어잡아도
거친 누군가 갑자기 부딪혀오면
손가락 하나의 위력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 하나로 당겨 부딪히지 않았으니까요.
검은 무리가 몰려와
깎지 끼지 않아 꺾이지 않은 손가락을
다행으로 알고
슬쩍 상대를 위해 놓아줄 줄도 아는
멋짐으로 걸었더군요.
누군가를 위한 응원이
곁에서 존재감 뿜으며도 가능하겠지만
건너편에서 살피다 보면 되려
크게 보며 상대를 위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봐 알게 되고
해봐 느끼게 되었습니다.
대가 없는 응원이
뜻 없는 믿음이
이유 없는 눈길이 밝혀진
당신이 사는 곳은
대가大家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