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리자 스미스와 제프리 스미스 교수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한 실험에 의하면 관람자가 작품을 감상하는 평균 시간은 약 17초였다고 한다. 작품 옆에 붙은 설명표(작품 캡션) 읽는 시간도 포함되었으니, 실제 그림 감상 시간은 10초가량이 된 것이다.
한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10초는 충분한 시간일까? 화가들이 작품 한 점을 위해 쏟은 시간과 땀에 비하면 턱없이 짧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는 그림을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상(圖像)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올린 작품도 많다.
그럼 이제 그림을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 독자들의 ‘적극적인 감상’을 강조하기 위해 난 이 책의 제목을 <감상해 보자>로 정했다. 그림을 적극적으로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질문하며 감상하기"다.
수잔 우드포드(Susan Woodford)의 저서 <회화를 보는 눈>을 읽은 후, 내가 정리한 ‘적극적인 그림 감상을 위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적극적인 그림 감상을 위한 4 질문>
1. 목적 : 이 그림은 어떤 목적(필요, 요구)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려는 이야기, 사건, 메시지는 무엇인가?
2. 배경 : 작품 탄생 전후의 시대적, 문화적 큰 흐름(시류)과 유행은 어땠는가? 화가의 당시 나이, 재정 상태 등 개인 환경과 가족, 친구, 스승, 애인 등 인간관계는? 그리고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가?
3. 조형 : 작품의 형태, 색채, 배열, 재료 등 디자인 관점에서의 구성과 그 의도와 의미는 무엇인가?
4. 개념 : 이 그림의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는 무엇인가? 이 화가와 깊이 교류했던 작가나 작품의 예술적, 철학적 개념과 성향 등은 어떠했는가?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그가 쓰는 말과 표정 그리고 몸짓의 의미를 알면 훨씬 수월해진다. 미술도 하나의 언어이기에 화가가 사용하는 그림의 형태와 색 그리고 구도의 의미를 알면, 작가가 도상으로 묘사한 상징이나 메시지를 쉽게 읽어낼 수 있다.
본문에서 “감상해 보자"란 말이 나오면 관련 작품을 보고, 질문하며 감상하길 권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미술 작품들과 함께, 독자의 삶이 풍성해지길 기대한다.
- 도슨트 김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