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결국 사람이다

때론 화가 나기도, 때론 울컥하기도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

by 이소연

요가 수련을 하고 나면 보통은 홀가분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고 울적함이 사라진다. 요가수련의 가장 큰 매력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주는 느낌이 안락하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요가를 수련하는 '나'는 여전히 사람이기에 끊임없이 고뇌하고 갈등하고 결국은 나의 감정에 때론 지배당하고 마는 것이다.


"불쾌하다. 나의 감정, 기분 그리고 몸 전부 다."


가끔 이유도 없이 울적해지거나 기분이 가라앉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이 있을까. 나는 요가를 하면서 그래도 꽤나 괜찮아진 경우지만 그래도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부정적인 기운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럴 땐 평소에 괜찮게 진행했던 동작도 흐트러지기도 하고 유지하기가 힘들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시르사 아사나(머리 서기)를 할 때 나의 복부와 팔의 힘이 단단하게 받쳐주니 가뿐하게 다리를 들어 유지하기 좋았지만 부정적인 상태에서의 머리 서기는 그야말로 고역이다. 어깨부터 무너지며 아래의 기반이 불안정하니 다리도 흔들흔들, 내 마음도 흔들흔들해진다. 마음이 몸에게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그렇기에 몸을 사용하는 요가이지만 마음수련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일까.


요가 지도자 과정을 듣고 난 후 요가 철학을 내 삶 속에 적용시키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가령, '감정'과 '나'는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계속 상기하고 적용하는 중이다. 감정은 마치 지나가는 구름과도 같아서 계속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흘러가는 존재라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한 평생 감정이 '나'라고 착각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세월 동안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기에 한 번에 뒤바뀌기란 쉽지 않다.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란, '화' 그리고 '후회'였다. 생각해보면 무엇에 그리도 화가 나있었는지 나 자신을 갉아먹으면서 마음속에선 계속 화가 일어났다. 그 '화'를 자각하기 시작한 건 요가 지도자 과정 속 수련을 하면서부터 였다. 수련할 때 어떤 아사나는 마음이 편했다가 어떤 아사나를 할 때 내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리고 그것은 서서히 몸을 잠식해가면서 잠시 나는 나를 화나게 하는 사건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평온한 요가 수련 속에서 나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이어갔다.


'흘려보내. 흘려보내. 이것은 내가 아니다.'


그렇게 겨우 '화'를 잠재우면 그 뒤엔 '후회'의 아이가 찾아와 내가 살면서 후회했던 순간들을 보여주었다.

그땐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걸. 그땐 이렇게 말해버릴 걸. 이미 지나가버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과거의 순간들이 한꺼번에 우수수하고 쏟아지는 것이다. 순식간에 기분이 가라앉고 슬퍼진다. 나의 마음의 작용이 계속 내게 시련을 줄 때가 가장 힘들고 비참한 순간이다. 그럴수록 나는 그 감정을 마주하고 그 감정이 지나가길 되뇌고 또 되뇐다.


항상 사람이 행복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항상 수련을 하면서 기분 좋을 순 없다. 가끔은 어떤 동작을 하고 있는 순간이면 마음속에서 갑자기 무언가 울컥하고 올라온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수련 중 경험하는 모든 경험들은 다 소중하고 가치 있다. 내가 이러한 상태임을 자각할 수 있기에.


어떤 글에선 요가를 예찬하다가 또 이번 글에선 요가 수련 때 갈팡질팡 힘들어하는 나의 모습을 서술하다니. 굉장히 모순적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글들은 내가 요가를 하면서 겪은 나의 경험들 그리고 나의 생각들임에 분명하다. 사람은 단편적이지 않기에 입체적이고 그 속에서 겪는 경험들 또한 다채롭다.


단체 요가 수업 때 어떤 선생님의 센터링 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오늘 수련할 때 어떤 동작에서 무언가가 올라오거나 불쾌하거나 불편한 감정, 느낌이 드실 수 있을 거예요. 그 감정과 느낌을 받았다고 오늘의 수련은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오늘은 이런 수련을 한 날이구나라고 받아들이세요. 그런 감정으로 수련한 경험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날은 굉장히 무더운 날이었던 것 같다. 굉장히 불쾌해질 수 있는 날씨였고 굉장히 신경질 적으로 변할 수 있는 온도였다. 외부의 요인도 수련하기 앞서 마음에 크나 큰 영향을 준다. 어떤 때는 사람 때문에 한순간에 화가 나기도 한다. 걷잡을 수 없이 그것은 마치 마음속의 화재와도 같다. 옛날엔 그 감정이 일어나면 당장 외면하고 인식하지 않으려 애써 괜찮은 척 덮어버렸을 거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바라보고 왜 내가 그렇게 느꼈는지 계속 마주하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피하지 않고 그 감정과 함께하면 그 감정이 점점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한 번 나란 존재에 대해 자각하고 알게 된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런 감정을 느꼈는지. 얼마나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기가 힘든 것인지. 알게 된다.


이 글을 쓰는 것도 일종의 '바라보고 마주함'이다. 이렇게 글을 씀으로써 나 자신에게로부터 달아나지 않고 왜 그러한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 요가 수련을 하다가 가끔 이렇게 기분이 나빠지거나 울컥하거나 여러 가지로 가라앉는 등 다양한 경험을 계속 겪고 있다. 지도자 과정 때 했던 수련은 이제 시작이었음을. 이제부터가 진짜임을 실감한다.


결국 나는 아직 현자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에 휘둘리고 잠식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조금씩 나를 마주하는 걸 늘리겠다. 그래서 그 감정이 나라고 착각하지 않을 수 있게.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조금씩 단단해지고 여물어가도록. 나의 요가적 여정은 이제 막 시작이라고 알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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