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하자마자 어린이집 등록 신청 해야 한다던데?”, “대기 번호에 밀려 어린이집에 못 간다던데.”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 라마의 복직 걱정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거든. 제일 황당한 건, 출산 전부터 어린이집 신청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인지 출산 전엔 등록할 수가 없는데 말이지? 여기에 대척점인 말은 또 뭔지 알아? "만 3살 까지는 가정보육을 하는 것이 좋다.", "최대한 어린이집을 늦게 보내는 것이 좋다."와 유사한 말들이야.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만삭까지 직장생활을 하고 출산휴가를 앞두고 있는 라마에게는 그저 혼란스러운 이야기였어.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알게 되었어. 수많은 상황에 그에 따른 대응책은 참 많더라고. 우리 가족이 그 말을 다 따르려고 하면 아마 괴기스러운 일이 벌어질걸? 각 가정의 상황에 맞추어 결정하면 되는 거야. 육아 정보를 선별하는 것도 아이를 키우면서 꼭 가져야 하는 능력 중 하나지. 여하튼, 휴직을 쓴 라마에게는 복직이라는 선택지가 있었어.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하려면, 라마를 대신해 아이를 봐줄 양육 환경을 다시 만들어야 했어. 물론 돌도 안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게 1순위는 아니었어. 라파의 육아휴직, 부모님의 도움, 도우미 선생님의 방문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있지만 그중 우리 부부는 어린이집을 선택했지.
사실 라마는 라파가 육아휴직을 이어서 쓰길 바랐어. 육아 생활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싶기도 했고, 버젓이 시도해 볼 수 있는 제도인데 '왜 나만 써야 하지?'라는 불만 섞인 생각이 있었거든. 여러 차례 이야기를 시도했지만, 라파는 어떻게 쓰냐는 말만 반복할 뿐 이야기를 더 이어가지 않았지. 사실 라마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조율하느라 여러 번 면담한 걸 생각하면 솔직히 섭섭함이 있었지만 라파의 육아휴직을 억지로 하게 할 수도 없었어. 사회에서 바라보는 출산, 육아를 위한 휴직제도는 여성 근로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정도라고 생각해. 그래서 이해해. 라파의 육아휴직은 큰 도전이 필요한 일이었어. 그나마 대기업에서 쓸 수 있는 아빠 육아휴직 제도를 중소기업에서 쓰기란, 자리 내놓는 격이었거든. 아이를 위해 자리를 내놓는다 해도 1년 이후엔 다시 고민해야 하니 지속가능한 대안은 아니었지.
부모님의 도움도 어려웠어. 양가 부모님 집은 우리 집에서 1시간 운전해야 하는 거리야. 두 분의 어머니는 운전을 하지 않기에 대중교통을 타고 오시는 것도 마음이 불편하고, 매번 모시러 갈 수도 없고 말이야. 그리고 결정적으로 일을 하고 계시거든. 우리가 부모님 집 근처로 이사 가는 것을 잠깐 생각해 보았지만 라마, 라파의 직장 출퇴근 시간이 1시간 이상 더 소요된다는 것 그리고 결혼 전 살았던 그 동네에서 다시 회사를 다닐 생각 하니 까마득했지.
도우미 선생님의 방문은 고려하지 않았어. 그 이유는, 엄마인 라마도 아이와 하루 종일 같이 있는 게 쉽지 않은데, 주 양육자 없이 선생님이 아이랑 단둘이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더 어렵다고 생각했거든.
남은 대안으로, 우리는 아이를 잘 맡아줄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아보기로 했어. 집 근처의 어린이집을 찾아 아이사랑 시스템에 대기를 넣기 전에 전화도 하고 직접 방문하기도 했지. 보통 아이들 낮잠시간에 방문 상담을 해주시더라고. 다섯 군데 이상 방문 했던 것 같아. 원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린이집 특징이 보이더라. "아이는 기본적으로 엄마가 봐야죠." 라며 맞벌이 엄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어린이집도 있었어. 아침 일찍 등원한다고 하니 다른 어린이집을 추천해 준 곳도 있었고, 하원 시간 물어보기도 전에 "00시에는 아이들이 다 가요." 라며 어린이집 운영시간을 지키려는 모습도 엿보였지. 그러던 중, 한 어린이집 원장님은 상담날짜를 고려할 때부터 “평일 방문 어려우시면 주말에 오셔요.”라고 흔쾌히 일정 조율을 해주셨어. 덕분에 아이랑 라파와 함께 방문할 수 있었지.
딱 느껴지지? 우리 아이가 다니게 될 어린이집은, 마지막에 상담한 그곳이었어. 적응기를 보내기 위해 복직 한 달 전, 입소 일정도 결정했어. 구체적인 등원, 하원 시간도 이야기하고 말이야. 원장님은 우리 원에는 맞벌이 자녀가 많다며 조금 늦더라도 괜찮다고 하시더라고. 아이를 맡겨두고 일을 하러 가는 라마의 마음을 헤아려 주신 것 같아서 고마웠지. 알고 보니 야간 연장반도 운영하는 곳이었더라고. 늦게는 저녁 9시 30분까지 있을 수 있다더라.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맡길 생각은 아니었지만 저녁 7시 30분 하원도 우리 부부에게는 매우 빠듯하거든. 그래서 야간 연장반이 보험처럼 든든하게 느껴졌어. 다른 맞벌이 가정을 보면 이모님이나 할머니가 정규반 종료할 때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부부가 직접 아이를 돌보는 분위기였어. 7시까지도 많은 아이들이 있었고, 간혹 더 늦더라도 선생님의 퇴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지.
요즘, ‘어린이집을 언제 보내야 할까?’, ‘어린이집이 과연 최선일까?’ 고민하는 엄마, 아빠가 많은 것 같아. 수많은 가치 갈등이 있을 수 있어. 하지만 우리 부부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결정은 어렵지 않았어. 전제는 라마는 '복직한다'였고, 생후 12개월 즈음되는 아이에게 어린이집은 하루의 생활을 보낼 ‘집’을 대체해 줄 공간이라고 생각했어. 이 시기의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친구를 만나는 사회적인 경험이나 교육적인 것이 아닌 아이가 어려움이 있을 때 안정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 충분히 호기심을 탐색할 수 있는 환경이면 된다는 생각이었어.
그럼에도 우리가 마지막까지 생각한 부분은 아이가 오랜 시간 어린이집에 있는 것이 괜찮을까?라는 물음이었어. ‘아이가 지낼 환경을 한 번 바꿔주어야 하나?’ 고민도 했어. 그러기 위해선 종일반 이후 하원을 도와줄 이모님을 모셔야 했는데, 결국은 시도하지 않았지. 어린이집에서 집까지 가는 여정이 걷기에는 멀어서 이모님이 아이와 차로 이동해야 했거든. 그 부분이 안심이 되지 않더라고. 또 이모님과 아이가 집에 단둘이 있는 게 상상이 되지 않았어. 그렇다면, ‘어린이집에서 10시간, 그 이상 있는 것이 괜찮을까?’ 생각의 실마리는 아이의 양육 환경을 다시 살펴보았어. 사실 아이가 태어나고 약 10개월 동안 라마랑 단둘이 매일 똑같은 집에서 성장해 왔거든.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태어난 아이였기에 그게 너무 당연했다랄까? 오히려 라마는 아이랑 있는 시간에 집안일을 하기도 했고 핸드폰을 보기도 했기에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했는데 어쩌면 선생님이 업무로서 아이를 봐주는 게 더 안정적일 거라는 생각을 했어. 이건 당시 라마의 생각이야.
여하튼, 라마의 복직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은 해결된 것 같지? 우리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서 잘 지내길 바라면서 복직을 준비할 수 있었어. 아이는 잘 적응했냐고 물어본다면, 말할 것도 없지. 돌 전후 아이는 새로운 환경에 거부감이 없어. 분리불안 증상이 전혀 보이지 않았거든. 우리 부부가 선택한 어린이집은 3년 꽉 채워 다녔고, 정말 '잘 선택했다!' 싶을 정도로 만족해.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 지금도 들어. 우리 아이도 잘 성장했고.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면, 진심으로 아이와 함께해 줄 곳을 찾으면 돼. 그리고 아이가 매일 즐겁게 다니는지 살펴봐주고, 아이가 어린이집 공간에서 열심히 생활하는 만큼 엄마도 아빠도 사회의 한 자리에서 빛나는 역할을 해내는 거야. 그리고 아이와 만나면 충분히 마음을 다해 시간을 보내면 되지!
**월요일 00:00시 예약 발행으로 진행했는데, 브런치북에 발행되지 않아서 다시 올리게 되었어요. 발행된 글은 브런치북으로 수정이 안되네요. 이전 글에 좋아요 눌러주신 홍준오, 이종원님감사해요. 그리고 양해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