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 게임 끝나지 않아

엄마냐 아빠냐, 왜 어려움이 없겠어?

by 가나다라봉

일하는 시간, 육아하는 시간이 모여 우리에게 또 다른 시간 세계가 열리면 얼마나 좋을까? 부부가 일을 하며 육아를 한다는 것, 양육의 공백을 채우는 일은 끝나지 않는 제로섬(zero-sum) 게임 같아.


우리 부부는 24시간 조각의 균형을 딱 맞추어 놓은 그런 상태야. 아침 출근하며 아이를 등원시키고, 아이가 끝날 시간에 맞추어 데리러 가야 하는 불변의 시간 조각이 생긴 거지. 아이를 낳고 1년 만에 이 생활이 시작되었어. 적어도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까지는 양육자가 함께해 주어야 하는 의무를 수행해야 해. 또는 양육자가 아닌 누구라도 그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도록 촘촘하게 계획해야 하지.


여러 사람이 서로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모든 이득의 총합이 항상 제로 또는 그 상태를 제로섬 게임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모든 시간의 총합이 항상 부족하거나 유지하면 다행인 그 상태와 사해. 워킹 부부가 시간 조각을 더 갖는 것은, 배우자로부터 배려받아야 하는 것을 의미하고, 일상의 시간이 아닌 특수한 시간을 확보하려면 배우자의 시간 조각을 훼손하면서 맞춰야 할 수도 있는 거지.


사실 상황을 보면 정말 안타까워. 처음에는 분명 아이를 돌보기 위한 합심의 결정 그리고 선한 마음이었는데... 점점 더 누가 내 시간을 더 많이 뺏어가나 재고 따지는 상황이 발생해. 처음 한두 번은 배려하는 마음으로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계속 반복된다면 어떻겠어? 일방적인 갈취가 되어버리고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겠지.


맞아. 이 안타까움은 라마의 복직 이후 시간조각 싸움으로부터 시작되었어. 왜 라마가 시간을 조금 더 얻으려면 라파의 시간을 뺏어야만 할까? 라파는 왜 하루 8시간 근무를 고정값으로 두고 있는가? 우리의 시간은 더 확보할 수 없을까? 그저 아이는 부모를 기다리고 있어야 하나? 우리 부부가 숨 쉴 시간이 있는가? 시간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은 치열하게 버티며 생겨났어.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최선일까? 서로의 시간을 빼앗으며까지 하는 일이 그렇게 가치 있는 일인가? 자꾸 되묻게 돼.


또 한편으로 아이의 성장에, 여덟 시간 아니 그 이상 사회생활을 하는 게 맞는가?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 정규 교육과정을 보면 초등학교 1학년은 4교시만 하고 집에 가지, 초등학교 3년 정도 되어야 점심도 먹고 5,6교시도 생길 테지. 중학생쯤 되어야 4시까지 학교에 있을걸? 그런데 지금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6시 7시까지 있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걸 마주하니 이거 뭔가 한참 잘못됐는데 싶더라. 애초부터 8시간 일하는 엄마, 아빠의 시간에 맞출 수밖에 없는 우리의 교육, 보육 현실이 안타까워.

육아휴직 기간은 아이의 성장을 온전히 채워주지 못해. 부모의 도움이 계속 필요한데, 1년, 2년을 오롯이 아이와 보내는 시간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단 말이야. 오히려 그 간극만 커지지. 적어도 10년을 바라보고 엄마와 아빠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지 못해. 육아휴직 기간 동안 한 명은 일을 전담하고 한 명은 육아를 전담하지. 그 한 명도 사실상 육아 명목의 휴직이니 다른 일은 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져. 다만 적극적으로 육아를 나누고 개인의 시간을 만든다면, 그 기간을 유의미하게 보낼 수도 있겠지만 우리 부부는 사실 그러지 못했어. 다시 복직했고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제로섬 게임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아. 오징어게임 주인공 성기훈이 다시 그 판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리석은 선택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무언가 대의를 갖고, 커다란 결심과 마음으로 시도하려는 그 마음이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해. 헛웃음이 나오지만 적절한 비유가 여기 있었네 싶어서 적여보았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제로섬게임의 판을 애초부터 만들지 말자는 거야. 쳇바퀴 도는 그 게임판으로 돌아가지 말자는 거야. 그리고 그 판에서 오랜 시간 버텨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었다는 라마의 회고적인 메시지야. 엄마, 아빠, 아이 개개인의 이득 총합이 더 커질 수 있는 판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이를 양육하며 제일 먼저 고민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 리의 24시간 안에서 쪼개고 쪼개진 말자.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면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우리의 육아와 삶에 더 나은 방향이 있는지 찾아내는 게 요즘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에서 무척 중요한 일이지 않을까 싶어.


이건 라마와 라파에게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진행 중 미션 같은 부분이야. 이가 크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도 있지만, 여전히 시간 조각의 여유에 아쉬움이 있어. 제로섬 게임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미처 챙기지 못한 아이의 시간도 더 지켜주고 싶어. 그 마음으로 이 브런치북을 쓰고 기록을 남기는 것 같아. 다음 글에서는 아이의 시선도 담아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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