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는 가전 이모님이 최고지

집안일에 신경을 끄는 것도 필요해

by 가나다라봉

일도 하고 육아도 하는데 집안일도 해야 한다면? 맞벌이 부부로 살아가기 위한 또 한 가지의 변화는 집안일에 관한 부분이야. '집안일'이란 단어는 워킹맘에게 특히 발작버튼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라마도 그랬고.


우리 부부는 신혼 때부터 집안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어. 라파는 말 그대로 FM 스타일이랄까? (신혼 초 라마가 느끼기엔 군대 같은 모습이었어.) 라파는 최소한의 물건으로만 삶을 살아가며, 바로바로 정리하고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일에 한결같았어. 리고 냉장고 청소, 빨래, 화장실 청소하기 등 일요일은 항상 청소날이었거든. 반면 라마는 '집은 쉬어야 하는 곳'이라며 일주일에 6일은 집에서 쉬고 싶었고, 하루 정도에 몰아서 정리하곤 했지. 일주일에 한 번 청소하면 그나마 다행이고 사실 더 오랜 시간 방치해 두는 경우도 있었어. 주말에 다른 일정이 생기면 청소는 미뤄지는 일이 되었거든. 라마도 나름의 규칙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집안일에 쏟는 의지가 낮은 상황이지. 그런데 라파가 그러더라, '아이 키우면서도 청소 안 하면 어쩌지?'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이가 있으니 청소를 하더라며... 그래, 라마가 원래 청소를 안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야. 그저 우선순위가 낮은 것이지. 이런 점들을 보면 보통의 남편, 아내 역할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 지만 어느 가정이든 이런 고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성별 생각하지 않고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야.


여하튼, 그런 라마가 복직하면 어떨까? 집안일 우선순위는 더 뒤로 밀릴 것이 뻔해. 라마도 그런 자신을 잘 알고 있어. 그리고 굳이 그 시간을 집안일에 쓰고 싶지 않더라고. 사실 그 동기부여도 되지 않아. 시간을 들여서 '현상유지' 되는 일이 재미가 없거든. 라마는 청소를 하더라도 구조적으로 바꾸거나 무언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야 그제야 만족스럽다고 느끼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럴 때마다 라파는 '청소를 재미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한결같이 집안일을 하라고.


주기적으로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듣다 보니, 라마는 '집안일 시간을 줄여줄 가전제품은 꼭 들여야겠다'라고 생각했어. 복직을 준비하던 시기에 집 이사 시기도 맞물려서 새로운 가전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거든. 사실 라파가 하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데, 집안일에 대한 관점이 다름을 이해받지 못하는 느낌이었어. 여러 번 반복되니 집안일에 대한 의지라기보다는 부스럼을 만들기 싫어서 움직이는 정도로 하고 있더라고.


그럼 어떤 이모님을 모셨나? 라마는 아이 옷, 손수건을 세탁 후 건조대에 말리는 일을 1년 동안 해왔으니, 이제 졸업한다며 건조기 이모님에게 뽀송함을 부탁했어. 설거지하는 시간도 아끼려 식기세척기 이모님을 모셨고, 깜짝 선물로 온 로봇청소기 이모님은 박스 안에서만 쉬고 있었는데 드디어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어. 또 음식물을 처리해 주는 이모님도 모셨지. 미생물 이모님이라고 이름을 붙여보았는데 어때? 요리를 자주 하지 않기에 딱이었어!


결론은? 맞벌이 유지하기에 편안한 환경이 된 것은 확실해. 이모님은 말이 없고, 그저 우리의 삶의 패턴에 맞추어 우리의 일을 대신해 주었어. 그중 라파의 놀라운 변화는 뭐게? 싱크대에 그릇이 쌓여있는 걸 힘들어했던 라파가 식기세척기 이모님에게 드릴 전기세와 물세를 아끼려 그릇을 모아두게 되었지. 그래, 집안일에 눈 감고 있어도 된다니까? 그리고 빨래도 일요일에 하고 일요일에 개어놓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널고 말리고 개고 이틀에 걸쳐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잖아. 로봇청소기 이모는 어떻게? 부부가 일하러 나갔을 때 바닥에 있는 머리카락을 싹 치워주고 들어가 계시잖아.


유의미한 변화는 그 시간만큼 마음의 안정 그리고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거야. 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어질러진 집에서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무거운 마음이 아닌 아이와 무엇을 할까 더 고민하게 되었어. 동안 '우리 조금만 신경 끄고 살면 안 될까? 도움받을 수 있는 건 도움받고 최소한의 것만 하자!'라고 계속 외쳤던 라마의 말이 라파에게는 '신경을 끄고 안 하자는 건가?'처럼 추상적으로 들렸을 텐데, 그런 부분도 자연스레 해결이 되었지. 부부가 주체적으로 가전 이모님 도움을 활용하니 안일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어. 라마는 집안일에 손 놓는 게 아닌 사람 손이 필요한 영역에서 선별해 움직였고, 라파는 해왔던 영역을 구분해 내려놓고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확보했지!


그리고 맞벌이육아 1등 공신 우리 아이도, 점차 함께 집안일을 하는 구성원으로 성장했어. 이 내용은 아이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소개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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