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돌 아이의 어린이집 생존 전략
일 하며 육아하는 라마와 라파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아이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지. 생후 12개월부터 부모의 곁을 떠나 오랜 시간 기관생활을 하며 자라온 우리 라봉이 이야기도 해볼게. 사실 아이 이야기를 꺼내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어떻게 글을 풀어야 하나, 워킹부부에게는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 있어서 쓰다가 지우다가 반복했어. 그럼에도 아이의 성장에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라마와 라파에게도 성장의 발판이 될 이야기이니 남기려 해.
라마의 복직 후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아이 18개월~21개월 그쯤이었어. 그 시기는 아이의 성장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성장통, 어금니가 나올 때의 잠투정뿐만 아니라 한창 자아가 성장하니 정서적인 어려움도 챙겨야 했어. 하지만 이전처럼 아이의 일거수일투족 어떤 마음인지 알지 못해.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은 키즈노트에 올라오는 몇 장의 사진과 간헐적으로 걸려 오는 전화, 선생님의 이야기로 단편적으로 파악할 뿐이었지.
그렇다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엔 어땠을까? 어딘가 쌓여있는 분출하지 못한 감정을 과하게 해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 예를 들면, 하원 후 집에 가는 것이 아닌 어린이집 앞 산책로와 놀이터에서 한참 동안 자유 놀이를 하고 싶어 하고, 무언가 생각처럼 되지 않을 때 다시 해보는 게 아니라 울음이나 투정이 터져버렸지. 울음이 1시간, 2시간까지 지속된 적도 있어. 말을 하지 못하는 시기의 아이가 그 답답함을 울음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해. 관련해 여러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영유아의 '집단생활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라고 하니 그 환경을 온몸으로 겪고 온 아이의 모습이겠지?
라봉이의 스트레스 성향을 보면, 공격적이라기 보단 시위하는 느낌이 더 강했어.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한 게 있다면 꾹꾹 가지고 있다가 기회가 되면 속 시원하게 해 버리는 느낌이랄까? 놀이든 울음이든 말이야.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걸 스스로 주도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일찌감치 배운 것 같아. 또 한편으론 원하는 것을 하기 위에 주변의 소리로부터 귀를 닫아버리는 능력도 생긴 것 같고.
라마가 놀랐던 한 사례를 적어볼게. 아이가 15개월쯤 어린이집에서 처음 팔꿈치가 탈구되었어. 선생님이 병원에 데려가 응급처치를 해주어서 괜찮았지만 그 이후에도 2~3번 더 '팔이 빠지는' 증상이 생겼지. 선생님들도 산책 중이나 보육 중 아이 팔을 잡는 일을 조심해 주셨어. 그러던 중 아이가 산책 중에 "떤댕님, 나 팔 아퍼, 손 잡지 마!"라고 이야기하고 친구들 대열에서 벗어나 뛰어다녔다는 거야. 보통은 선생님 손을 잡고 속도를 맞추어 걸어야 하는데, 선생님들이 자기 팔을 잡는 걸 조심한다는 걸 알았던 거지. 그 점을 이용해서 하고 싶은 자유산책을 얻어내다니 정말 생각도 못할 부분이었어. 한 아이가 뛰니 너도나도 뛰는 아이들 덕분에 선생님은 무척 고생이셨을 거야. 나중에나 선생님이 말씀하시더라고.
3년 간의 어린이집 생활 그리고 지금 유치원 생활을 보면, 공통적으로 라봉이는 규칙을 잘 지키는 것 같지만 언제 어디로 튈지 눈치를 살피고 친구들이 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고 해. 이런 행동이 본인의 관심사에 주체적인 것 같아 좋은데 또 한편으로는 과한 행동이 욕구불만족 표현이나 관심을 바라는 행동인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해. 문제 행동처럼 비칠 수도 있고 말이야. 어린아이가 선생님의 손길을 받으려면 끊임없이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냈어야 했겠지. 애정을 원하고 돌봄을 받고 싶어서 경쟁했을 아이 마음이 뒤늦게 느껴지더라. 아이는 나름대로 엄마, 아빠 없는 환경에서 생존 전략을 구축해 왔더라고.
긍정적으로 보면 아이의 마음에는 '자립' 측면이 강화된 것 같아. 아이가 잘 적응한 시간도 있고, 꿋꿋이 잘 이겨내어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길러졌지. 하지만 엄마 눈에 숙제 같이 보이는 '문제 행동'을 어떻게 개선해 줄 수 있을까? 더 늦기 전에 '애착'을 갈구하는 과한 행동을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시켜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제야 라마도 아이와의 시간, 질 높은 애착의 시간이 부족했음을 깨달았어. 어린이집 보내는 시간 외에 주양육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껴. 아이의 불안 감정이나 해소하지 못한 스트레스를 가정에서 잘 풀 수 있도록 연습을 시켜주는 게 워킹 부부의 미션이 되어야 해.
스트레스 환경을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 있도록, 아이의 마음이 단단해질 수 있도록 같이 성장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