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며 일하며 마음이 힘들 때, 홀로 그 무게를 견뎌내는 것만 같을 때 다들 있지? 그럴 때마다 왜 잘 지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건지. 마치 불행 배틀을 하듯이 너도 나도 자신이 더 힘들다며 힘듦을 공유하고 있는 걸 발견했어. 그게 아니라면 누가 누가 아이 잘 키우나 자랑만 하는 것 같고 말이야. 어려움을 공감받고 싶고, 해결책을 찾고 싶어 SNS, 카페, 온라인 모임을 뒤적거려도 보면 볼수록 헛헛했던 마음을 기억해.
삐뚤어진 마음이 그렇게만 본 걸까? 아니. 정말 잘 지내고 있는 사람들은 말이 없더라고. 그저 열심히 살아가기에도 바쁘단 말이야. 불평, 불만, 어려움을 호소할 시간도 없어. 힘들어할 새도 없이 삶을 유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야. 힘든 일이 있으면 고민이 아닌 행동으로, 누구보다도 빠르게 가족과 소통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야.
일도 하고 육아도 묵묵히 해내는 가족을 바다에 비유하자면, 깊은 수면 아래에서 생태계를 유지하는 '심해어' 같아. '심해'라는 극한의 생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개체인거지. 깊은 바다에 빛이 들어오지 않아도 괜찮아. 스스로 빛을 내기도 하고 칠흑의 어둠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진화했어. 우리가 아는 물고기와는 다소 다른 모습으로 말이야. 그저 땅에 사는 사람들이 보기엔 깊은 바다가 무섭고 공포의 대상일 수 있지. 그런데 봐, 누가 뭐라 해도 심해어는 깊은 바다에서 잘 살아가고 있을걸? 상위포식자가 없어서 더 안정적으로 바다를 누비며 살아갈 수도 있지. 그럼에도 바다를 처음 보는 사람의 눈에 보이는 건 바람과 파도의 영향을 받는 바다일 뿐이야. 특히 성난 파도에서는 물고기 가족이 살아가기가 쉽지 않을거야. 똘똘 뭉칠 새도 없이 파도에 떠밀려갈걸?
우리도 마찬가지야. 가족을 이루고 잘 살아보겠다는데 자꾸만 걱정과 어려운 이야기만 접하게 되잖아. 가족을 지킬 새도 없이 이리저리 떠밀려 버티는 일만 보고 있자니 서글픈걸. 그래서 심해에 사는 친구들을 찾게 되었어. 컴컴한 바닷속을 유영하느라 서로가 보이진 않지만 어딘가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을 나의 심해어 친구들 말이야. 처음에는 왠 심해냐? 했지? 대한민국에 심해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왜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찾을 수 없는지, 왜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 건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건 정말 자연스러운 성장의 기회인데 왜 걱정과 불안을 먼저 갖게 하는지 의문을 풀고 싶어. 자극적인 것이 난무한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라마가 글을 써보겠다고 다짐한 이유야. 왜냐하면 정말 평범한 이야기를 할 수 있거든. 어쩌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누군가는 우리보다 더 잘 살아가고 있으니 안심을 할 수도 있을 거야.
그렇다면 일을 하며 육아하는 라마와 라파는 평범한 걸까? 점점 더 느껴지는 건 요즘 미혼, 비혼도 많고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도 있기에 아이를 낳는 비율 자체가 줄어들었잖아. 그 안에서 또 맞벌이 가구 비중을 생각하자니 솔직히 많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어. 그래서 구체적으로 맞벌이 가구 비율*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졌어. 2021년까지의 통계청** 자료를 보니 우리나라에서 6세 이하 자녀가 있거나 가구주가 30대인 유배우자 가구에서 맞벌이의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대. 코로나 유행 이후에는 변동사항이 있겠지만 당시 자료로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 중 47.3%가 맞벌이라고 하니 두 가구 중 한 가구는 아빠와 엄마 모두 일을 하고 있지. 아이가 청소년기(만 13세~17세)로 자라면 비중이 60.5%로 높아지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어. 우리 모두 가정의 경제적 안정 그리고 자아실현을 위해 열심히 일과 양육을 도맡고 있는 거야. 봐, 보이지 않지만 분명 많다니까.
일과 육아, 육아와 일 동시에 이루어지는 시기를 겪는 우리에게는 자극보다는 안정이, 비난보다는 위안이 필요해. 특히, 첫 아이를 낳은 30대 사회적으로도 일이 가장 많다는 30대 그리고 40대, 말이 없는 사람들이 이야기가 보편적이었으면 좋겠고,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가족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해.
지금도 그랬지만 앞으로의 이야기는 평어체로 쓰려고 해. 반말이라기 보단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이해해 주면 좋겠어. 옛날에 가정을 이룬 남자는 상투를 틀고 여자는 쪽을 지어 비녀를 꽂았지. 또, 결혼하면 아이를 무조건 많이 낳던 시대였잖아. 즉 몇 살에 낳든 자녀가 있는 사람은 어른이었잖아. 나이를 묻고 따질 것도 없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른이 됨과 동시에 작은 생명 앞에서는 똑같이 초보자가 되거든. 아무리 사회에서 이뤄낸 것이 많은 사람도 말이야. 그러니까 육아계 아마추어끼리편하게 얘기하자고. 육아하고 직장에 간 워킹맘(Working Mom), 워킹대드(Working Dad)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처음부터 아이를 갖고 직장생활을 한 건 아니었잖아. 한 성인으로 의무를 다하다가 아이를 함께 키우게 된 거지. 남자 여자 나눌 것도 없이 아이를 기르면서 일을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모두 잘 살아가고 있다고, 힘을 내라고 응원을 전하고 싶어.
글을 쓸 때는, 라마(라봉이엄마), 라파(라봉이아빠)라고 줄여서 쓰긴 할 거야. ‘라봉’은 우리 아이의 태명에서 따왔어. 엄마, 아빠를 구분 짓기보다는 한 아이를 기르며 고군분투하는 두 양육자로 봐주면 좋겠어. 자, 이제 시작해 볼게. 우리 함께 힘내보자!
*맞벌이 가구 비율 = (맞벌이 가구/유배우자 가구) x 100.
**통계청 자료는 가구 수 기준으로 하므로 대부분의 조사에서 같이 살지 않는 부부도 맞벌이 가구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