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백암 파이브이모션
6월 2일부터 4일까지 2박 3일 동안 우리 가족은 용인 백암에 위치한 파이브이모션 S2존에 머물렀다. 3일 동안 최저 기온은 14도였기에 봄이 끝나지 않은 것 같았고, 최고 기온은 28도였기에 여름이 시작된 것 같았다. 캠핑을 시작하기 전 우리 가족의 걱정이었던 곤충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하기 전으로, 좋은 기온이었다.
언제나처럼 덮어준 이불은 발로 차고 덮지 않은 채로 자는 39개월 된 딸이 있기에 공기를 덥혀야 하는 우리 가족은 난로와 전기장판을 챙겨야 했고, 모순되게도 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민소매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지내는 여러 구간에 걸친 온도가 있는 시기였다.
파이브이모션의 S2존은 단독 사이트로 독립성이 보장되는 곳이다. 이곳처럼 아늑하고 자연과 함께하며 여유 있는 공간을 가지면서 적당한 그늘도 조성해 주고 멋진 뷰를 제공하는 사이트는 없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가고 싶은 멋진 사이트다.
우리 딸은 캠프사이트에서 정말 많은 놀이들을 했는데, 많은 놀이들이 만들어낸 놀이들이다. 모든 놀이들은 과격하지 않고 차분했지만 끝이 없었다. 어쩔 땐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각자가 맡은 역할대로 놀이했고, 또 어쩔 땐 방금 만든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캠프사이트에서 쉽게 주울 수 있는 나뭇잎과 돌들을 가지고 이해할 수 없는 신기한 놀이들을 하기도 했다. 한 번도 지루해하지 않고 모든 시간을 최선을 다해 놀고 즐겨주는 딸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다.
또 한 가지 딸에게 고마운 점은 밤시간이다. 집에서는 늦은 시간까지도 어떻게든 침대에 가지 않고 놀기 위해 애쓰는 딸이고, 그 딸을 재우기 위해 애쓰는 우리인데, 캠프사이트에선 오후 여덟 시 정도면 '이제 들어가서 자고 싶어' 같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말을 한다. 함께 들어가 잠시 시간을 보내면 금방 잠에 드는 딸이다. 아마도 낮시간의 많은 에너지 소모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고맙게도, 우리 부부와는 달리 딸은 밖에서도 집에서처럼 맘 놓고 편하게 자준다.
덕분에 나와 혜원이는 모닥불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모닥불의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느라 집중하기도 하고, 요즘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옛날 추억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가족에게 일어날 많은 행복할 날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도 한다.
어린이날 딸에게 유아용 카메라를 선물해 줬다. 호기심을 많이 보였고 종종 '엄마 사진 찍어줄게', '아빠 저기 서봐' 같은 이야기를 하며 우리를 찍어주기도 한다. 딸이 찍은 사진들 중 괜찮은 것들을 골라 현상해서 전시도 하고 액자에 몇 장 넣어 보관할 생각이다. 딸이 늘 사진에 관심을 갖고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을 사진에 담았으면 한다. 나중에 사진을 통해 딸의 관점으로 바라본 나와 혜원이의 젊었을 적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 같다.
우리 가족의 상반기 캠핑에는 새로운 취미에 적응하는 시간도 있었고, 서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도 있었고,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는 시간도 있었다. 모도 우리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함께할 시간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