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향수병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호주의 워홀이 드디어 끝났다. 방송에서 누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기가 가장 잘한 것 중에 한 가지가 유럽 여행을 한 건데 이때 쌓은 추억으로 지금까지 견디고 있다는 것.

나 역시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호주의 대자연과 나 홀로 만끽했던 자유로운 생활에 대한 향수병이 생겼다.

호주 워홀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회사 생활에 많이 지쳤기 때문에 돈이고 뭐고 영어 공부하면서 

잔잔한 시골생활을 즐기는 것이 나의 큰 목표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워홀이 끝나가는 시점에 한국에서의 향후 진로를 자연스레 걱정하고 계획하게 되면서 가라앉았던 스트레스가 서서히 수면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한국에 가서 새 출발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왔고, 

무엇이 그렇게 급했고 불안했는지 한국에 오자마자 바로 회사에 취직했다.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선택은 무언지, 어떤 쪽이 더 행복하고 조금 덜 힘든 지를 알았다고 자신했다. 

분명 다음 진로를 선택할 때 적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일단 되는대로 현실 속으로 금세 들어간 거 같아 아쉬웠다.

그래서였나 미련이 남은 건지, 또 마음 한구석에 잠자고 있던 역마가 올라오더니 

순탄하게 잘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홀연히 또다시 캐나다로 두 번째 워홀을 결심해버리고 말았다.

늦은 나이에 가는 것은 리스크가 컸다. 사실 현실적으로 바라본다면 당장 다가올 미래에 대해 

대비하는 게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 생각이 들었고 이런 상태라면 일을 하고 있어도 

자꾸 바람이 들 거 같고 후회할 거 같아서 나는 그렇게 결정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듯 본인을 잘 알아야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생각한다. 

물론 실수를 할 때도 있지만 이조차도 본인의 선택이려니 하며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차피 되돌릴 수 없으니까 말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만 보고 쫓으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불안하지만, 

내가 지금 행복하고 후회하지 않을 본인만의 확신과 이후를 감수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으면 

진짜 떠나도 좋을 거 같다. 그 후에 오는 모든 일들의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오긴 하지만 말이다.

당연히 일도 안 하고 돈도 안 벌고 있으면 또래 친구들에 비해 뒤처지는 게 아닐까 불안도 하다. 

원래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나이가 들고 보이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뭐 어쩔 건가? 이미 엎질러진 거 후회하면 뭐할까. 대신 나는 인생 참 재미있게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런 믿음만 있으면 용기를 내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