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럴 때 임차인이 연락이 오다니. 무슨 일이지. 임차인의 계약기간은 얼마남지 않았었다. 그간 집값은 폭등 장세를 보였으나 그 곳의 전세가는 움직이지 않아 전세가를 어떻게 설정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저.. 선생님(?) 잘 지내시죠?
헐? 서...선생님요?
저.. 여쭈어볼 것이 있어요.
네... 말씀하세요......
선생님께 여쭈어봐도 될지 모르겠는데...
네네. 용건을 말해보세요. 저도 긴장되는 참이니까...
제가 이제는 집을 사려구요.
응? 조금 긴장하고 있었는데 이상한 곳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지금 그 집이요? 임차인의 느리디 느린 카톡에 난 혼자 김칫국을 마신다. 얼마에 팔아야 하지. 이제 오르기 시작한 것을 팔아야 하나. 팔지 말까. 한참 김칫국을 들이키고 있을 때 드디어 임차인 카톡이 왔다.(해봤자 1,2분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내 성격이 급해서 그렇지.)
이제 집을 사려고 세종에 왔어요.
부동산에 사람이 너무 많고, 집주인이 앉은 자리에서 집값을 5000만원씩 올리고 있어요.
집을 볼 여유도 없이 매물 한개 나오면 그 자리에서 사람들이 계약금을 쏘고 있는데...
제가 지금 세종을 사는 것이 맞을까요?
갑자기 훅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혹시.. 세종을 잘 아시면 저 어디 사면 될까요?
마시던 김칫국이 갑자기 따뜻한 커피로 변했다. 임차인이 내 등기갖고 말하는 것이 아니구나. 다행이다. 그런데 임차인이 왜 나에게..? 내가 그렇게 난리부르스를 치면서 등기를 가져왔는데.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한 부린이일 뿐인데 나에게 왜...?
생각해보니 계약하던 날 구입한 집상태를 다시 보고 싶어 집을 다시 돌아보고 있을 때 임차인과 나눈 대화가 기억났다.
임차인 : 그날 바로 계약하셨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 얘길 듣고 남편이랑 우리도 집을 빨리 사야되는 건 아닌가 고민했어요.
나 : 빨리 사세요. 빨리! 지금이라도 사셔야 해요."
나의 그 말 때문이었을까. 집을 한번 보곤 바로 계약한 것땜에 내가 신기해보였을까. 임차인이 비꿍이의 갈굼, 꼭 계약서를 갖고 집에 돌아갈 것이란 나의 다짐(?)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런 쌩쑈를 하면서 등기를 친 것을 알 턱이 없었다. 밤마다 술잔을 기울이며 출구전략을 논했던 것을 알겠는가. 실거래가를 보며 갈굼당한 것을 알 리가 있나.
그저 임차인이 바라보기에 난
10년간 매매가와 전세가가 전혀 변동이 없는 곳에 가서 널리고 널린 매물 사이에서 집 한번 보고 그날로 집 사서 간 사람. 미리 들어와있으면서 몇 달 후 큰 호재를 만나 폭등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 몇 달 전에 집 살까 물었을 때 얼른 사라고 했던 사람.
이었던 것이다. 우와 내가 보기에도 난 대단한 사람이었군. 내 속사정을 모르면 말이다.
그 당시 상황은 생각지도 않던 조정지역에 걸리면서 그곳 매수문의는 싹 끊어졌으며, 너도나도 조정, 투기지역이 되면서 오히려 똑똑한 조정, 투기지역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었다. 그것도 조정지역이 되자마자 바로 그 주 주말이었으니. 세종 부동산이 얼마나 북적였겠는가! 그 사람들 틈 속에 임차인이 있다니.
아이고.... 세종에 집 살 생각있으셨으면 조정지역 되자마자 부동산에 바로 전화돌려서 집 볼 생각하지 말고 계약금 쏘셨어야지요....
아이고... 그때 제가 집 사라고 할 때 집 사셨어야지요..
라는 웃긴 생각이 내 머릿속 가득해졌다. 우와 이런 생각을 내가 하고 있다니. 내가 많이 컸구나. 내가 나를 보고 놀랬다. 그리고 임차인이 나에게 세종을 살까말까 묻는 이 상황은 더 놀랄 일이었다.
내가 임차인이 집을 사는데 감히 말해도 될까 고민이 되었지만.. 내 기준에서 조언은 했다. 임차인에게 했던 말은
나와 있는 집 중에서 내가 가진 돈 내에서
내가 제일 살고 싶은 곳, 평수, 층수를 사세요.
집 볼 생각하지 마시고 계좌 나오면 바로 계약금으로 많이 넣으세요.
전국에 투자자가 반은 서울로 가고 반은 세종으로 갔어요.
지금 빨리 사셔야 해요.
그렇게 임차인은 지난 6월. 바로 그날 세종 집을 눈앞에서 5천만원 올린 집을 보지도 못하고 계약금을 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