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바뀌던 날 만난 세입자는 활짝 웃고 있었다. 여유로웠다. 한껏 '가진 자'같았다. 어디로 이사 가냐는 소장님의 말에 세입자는 어깨가 더 올라간다.
세입자 : 세종 **마을로 가요.
소장님 : 허.. 거기 비싼데..
세입자 : (더 활짝)오르기 전에 사서 괜찮아요.
그제서야 그곳에 계약했다는 것을 알고 찾아봤더니 헐.. 그새 나보다 더 부자가 되어있네? 얼떨결에 세입자 실거주 구매 조언을 해준 것이다. 나를 뭘 믿고 나에게 조언을 구하다니.. 나로서는 참 고마운 일이었다. 나도 그때 한개 샀어야했는데..ㅋㅋㅋㅋ 조언을 구했다하나, 조언하는 것은 나의 몫이나 진짜로 계약한 것은 그들이었다. 그렇게 난리 난 세종 부동산에 이미 그들은 도착해서 집을 보고 있었었다. 그들의 결정이었기에 대단해보였다.
그나저나 세입자가 나간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난 이후 내가 해야할 일은 다시 세입자를 찾는 것이었다. 급등장에 움직이지 않는 전세가. 난 얼마로 세입자를 찾아야 할까. 원래 계획상으론 (집값이 이렇게 오를줄 모르고) 다시 세입자를 구할땐 1,2천만원 상승한 가격으로 맞춰 투자금 회수를 일부분 하려고 했었는데.. 난 과연 얼마로 해야할까. 아직 그때는 임차법 시행의 '임'자도 나오기 전이었다. 임차법 하니 또 화가 나네. 말로 뱉으면 현실로 되는 세상. 에라이!!!!
먼저 부동산에 전세시세를 확인했다. 한동안 거래가 너무 많이 됐기에 전세가 많을 것 같아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세낀 거래가 대부분이었나보다. 전세는 하나도 없었다. 없어도 너무 없어 '제..제에발 전세 물건 좀 줍쇼...' 분위기였다. 그래서 한번 내 머릿속의 전세가 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훅' 질러봤다. 소장님은 까무라치실 것 같았다.
소장님 : 아이고오~ 매매가는 그렇게 많이 올라도 전세는 사람들이 그 가격주고 안 들어오려고 해요. 아직 그렇게 거래된 적도 없고요.
나 : 아~ 그렇구나. 그럼 일단 남편이랑 상의 좀 해볼께요.(이럴 땐 한발 빠져주는 게 예의다.)
소장님 : 흠... 일단 전세를 맞추기는 하실꺼죠?(물건 확보가 중요)
나 : 네. 고민 좀 해볼께요. 아직 날짜는 좀 있으니까요.
어차피 시세 조사차 전화한 거였다. 집값은 폭등했으나, 전세가는 그 동네의 수요에 따라 서서히 움직인다는 책의 구절이 떠올랐다. 괜히 욕심 부리다가 투자자가 이렇게 갑자기 많이 들어온 마당에 잘못하면 물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원래 전세가 그대로 받기는 아쉬웠다. 부동산에 그 곳 전세시세의 최고가로 - 풀호수뷰-니까 세입자를 구하겠다고 했다.
소장님은 한숨을 쉬신다.
소장님 : 휴.. 어쩌겠어요. 구해볼께요. 주변에 요즘 임대아파트 입주가... 블라블라.
나 : 에이 왜그러세요 하실 수 있잖아요. 부탁드려요~!!
워낙 전세가 없어서인지 그래도 세입자는 금방 구해졌다. 소장님은 특별히 신경 좀 썼다고 연신 뭐라고 하신다. 그 동네 최고가로 전세를 뺐다고 했다. 새 세입자는 이제 돌 갓 넘긴 아이가 있던 예쁜 신혼부부였다. 새 세입자는 우리의 등기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알고 사셨나봐요.
아이고 왜 그러십니까. 알고 샀었으면 그렇게 갈굼당할 일도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눈물의 맥주 백잔과 비꿍이의 취득세 타령을 어찌 아시겠습니까.
세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얼굴도 미남, 미녀에 날씬하기까지. 그리고 웃는 얼굴이 이쁜 커플이라 그런지 더더욱 말이 하고 싶었다. 우리가 신혼 때 전세를 계약하고 다녔을 딱 그 나이였다. 비꿍이랑 그때 집을 샀더라면... 이라고 후회하는 그 시기 말이다.
'지금 전세에 들어오시면 안돼요. 빨리 집사야 해요.'
'지금 여기 들어오시면 우리 투자금을 대신 내 주는 거에요.'
'분양권 입주 기다리시는 거죠? 아무것도 없이 전세 들어오는 거 아니죠?'
'이거 계약하시고 나가시는 길에 바로 여기 근처 분양권 하나 겟하고 가세요. 아무것도 안하면 안돼요.'
'우리도 그때는 전세가 답이라 생각했는데요. 빚 내서라도 집 사야해요.'
그래. 나도 안다. 이 말이 전세계약하는 부동산에서 그것도 집주인이 해서는 안되는 말이란걸. 자칫 입에 힘을 빼면 바로 이 말이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며칠 뒤.
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