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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plica Nov 01. 2020

에너지의 결과 레벨이 맞는 사람을 찾아서

MBTI가 기특할 수밖에 없던 이유




한동안 MBTI 열풍이 말도 아니었다. 전에도 없던 테스트가 아닌데 새삼스럽게 E네 I네, T네 F네를 놓고 서로를 규정하며 궁합을 맞추고 조합을 찾아 노는 열풍이 대단했다. 팬데믹과 거리두기가 생활이 된 시대가 와버린 지라 링크 하나로 간단히 공유할 수 있는 온갖 테스트들도 성행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결과치의 기반도 거진 다 MBTI를 뿌리로 한다. 당신은 OOO 같은 사람이에요, 한 마디에 우리는 왜 그렇게 뜨겁게 열광했을까-



이에 몰입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여러 매체나 전문가들은 밀레니얼들이 MBTI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들을 내놓는다. 스펙 중심 사회에서 숫자와 점수에 좌우되며 자란 이들이 ‘진짜 나'에 대한 고민을 할 만한 충분한 여유가 없었고 고로 나의 성격유형을 구분해주고 소상히 설명까지 덧붙이는 MBTI에 열광한다는 일방적인 진단들이 대부분이다. 좀 뜬다 싶은 사회적 현상이나 트렌드가 포착되면 초등학생도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고 그닥 깊이 없는 분석들을 내놓으며 이를 애써 규정하려 드는 걸 나는 좀 싫어하는 편인데 MBTI에 대한 기성세대의 통념도 그러하다. 설마 성격검사 하나에 스스로도 몰랐던 자아에 대한 진리를 깨쳐서 그걸 또래끼리 공유하고 맹신한다고 생각을 하는 걸까. 팩폭 결과 분석이나 재치 있게 파생된 컨텐츠가 끊임없이 공급되니 질리지 않고 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각 유형끼리 분석 영상 댓글창 같은 데서 초면임에도 공감과 경험을 나누는 데서 오는 짤막한 위로와 재미 정도지 마패처럼 생각하면서 사람 성향을 16가지 틀 안에 가르고 편견을 가지고 하는 그런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쨌든 MBTI가 기특했던 이유는 그간 성격차이, 개인 성향이란 어슴푸레한 단어로 눙쳐졌던 인간들의 관계 방정식을 구조화했단 점이다. 살면서 관계를 맺을 때 상대방의 성향을 세세하게 면접 보듯 필터링해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학교, 동아리, 지인의 지인처럼 어떤 그룹이나 인간관계에서 파생된 우연에 의해 처음 보는 사람과 프로필을 나누고 술 한 끼 하면서 우린 그렇게 서로 엮인다. 생각 외로 SNS를 통해 면을 트거나 깊어지는 관계도 많아지는 추세고 전략적으로 인맥이라는 걸 넓히고자 여러 플랫폼이나 취미활동이란 매개를 이용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 부침을 겪게 되는 여러 요소들이 사실 이 출발점으로부터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앞에 앉은 사람이 어떤 성향의 어떤 기질을 품은 이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때론 필요에 의해 때론 소개에 의해 인연을 꽤나 쉽게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물건 쇼핑하듯 사람을 사전에 거르고 재면서만 만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끔은 안 맞을 걸 뻔히 알면서도 인연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동기와 계기가 어떻든 스스로의 성격이 예민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과정에서 얻는 감정적 부산물들이 나의 일상과 컨디션에 영향을 많이 주는 스타일이라면 더욱이 이 부분을 조심하고 기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마다 관계 에너지의 결과 방향, 레벨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MBTI 이야기로 시작을 했으니 유형을 가르는 가장 큰 지축인 E와 I를 예로 들어보자. 한글로는 크게 외향형/내향형으로 구분하지만 이게 단순히 아웃고잉 하고 외향적인 사람과 잔잔하고 내성적인 사람을 의미하진 않는다. 하지만 인간관계에 있어 에너지 화살표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관계에 있어 에너지 방향이 밖으로 향한 사람들과 안으로 향한 사람들로 말이다. 여가 시간이나 재충전이 필요할 때 끝없는 외부 자극과 타인과의 어울림이 필수인 사람이 있고 스스로와의 내밀한 시간을 다져야 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어느 부류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지만 은근 잘못 알고 있거나 알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으며 주위 사람들에게 휩쓸리고 에너지를 애먼 데 쓰는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적어도 예민한 축에 끼는 캐릭터라면, 내가 어떤 에너지를 가진 사람인지 빨리 깨우쳐야 한다. 내가 꽤 활발한 성격이라 치자. 그 에너지가 주위 분위기에 쿵짝을 맞추느라 타의로 인해 활발해지는 건지 자체적으로 본디 페스티브 한 사람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원체 말수도 적고 얌전한 편인 나의 모습이 나의 본 기질을 펴기에 너무 어려운 관계에만 놓여있어 가려진 것인지 진짜 그냥 에너지 레벨이 잔잔한 편인지 나의 기질을 적어도 나는 알아채야 한다. 실제로 합이 잘 맞고 자연스러운 자리에 가면 평소엔 말수 없어 보이는 친구가 술술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대화 분위기를 주도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본연의 기질을 발휘하기 좋은 환경에 있기 때문이다. 주말에 외출 스케줄을 빼곡하게 채워 남들 간다는 핫플은 다 다녀봐야 직성이 풀린다고 생각했지만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주말 오후 조용히 방 안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것일 수 있다. 반대로 평생 깊고 좁은 인간관계에만 익숙해 새로운 만남을 기피하는 것이 습관처럼 밸 수 있는데 삼십 대의 나는 또 다를 수 있다. 사람의 성향은 그간의 경험과 주위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와 같아서 업무를 하며 낯 가리는 성향이 융화되었을 수도 있고 작년엔 없었던 또 다른 기질이 올라올 수도 있다. 어릴 때 성격이나 나를 오래 봐 온 가족이나 지인들의 평가를 너무 믿을 필요 없단 뜻이다. 다양한 경험과 시간 등 여러 변인에 의해 현재 나의 기질과 성향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으니까.



여기서 사실 E에 준하는, 그러니까 에너지 방향이 밖으로 발산되며 크기도 큰 사람은 사실 누굴 만나도 크리티컬 하게 영향을 받거나 나의 에너지가 좌지우지될 확률이 그나마 낮다. 문제는 반대 성향의 사람들인데 관계에 있어 특히 예민 레이더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 파악 없이 피곤한 관계들에 무방비로 노출되다 보면 소위 말해 기가 무척 빨리고 관계로 인해 심신이 지치게 된다. 나의 기질과 안정을 보존하기 위해 나와 밀접한 사람들일수록 그들의 에너지 레벨과 방향, 내가 가진 에너지와의 조화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꼭 비슷한 사람들이랑만 지내라는 의미는 아니다. 외향적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마음속 빈칸이 채워지는 날도 있고 주변에 죄다 기 쎈 사람들에 둘러싸인, 하다못해 나도 한 기 하는 사람이지만 선호하는 만남은 같이 있기만 해도 유순해지는 느낌의 순한 맛 친구들과의 보송보송한 시간일 수 있다. 서로의 에너지 결과 레벨에 대해 자세히 알면 알수록 그 관계들은 건강하게 발전하기 좋다. 상대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막역한 관계여도 매번 함께하는 순간이 좋을 수만은 없다. 오늘 얘가 왜 이러지 싶을 때도 있고 슬럼프 어딘가 쯤에 빠져 본연의 모습을 잃고 친한 내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인간관계란 아무런 상처 없이 그 어떤 질곡 없이 진공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다만 상대의 관계 에너지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으면 이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를 보다 유연하게 가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많이 지쳤나 보구나, 시간과 거리를 줘야겠다 라거나 혹은 말은 저렇게 해도 더 자주 연락하고 치대서 외롭지 않게 만들어줘야겠다는, 친구로서 나의 솔루션 말이다. 쾌활한 성향의 사람이라고 해서 1년 365일 웃는 얼굴로만 살 수 없듯 아주 입체적으로 부딪치고 어우러지는 서로의 에너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관계는 더욱 건강하게 무르익을 수 있다. 예민한 스스로를 안전하게 보듬고 관계에 있어 필요 이상의 상처를 받지 않게끔 보호하는 건 덤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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