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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 Ception Oct 30. 2020

도슨트 퍼포먼스

퍼포먼스 가이드를 위한 전시 도슨트 콘텐츠 디자인

디 셉션은 배트맨 마술을 메인 콘텐츠로 코믹콘 서울 2019, 서울 캠퍼스타운 페스티벌, 홍익 디자인 & 크래프트 디자인 페어,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2019까지 총 4번의 전시를 참여했다. 여러 전시를 경험하며 배트맨 마술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였고 전시회에 적합한 현재의 도슨트 퍼포먼스가 남게 되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콘텐츠를 보고 싶게 만드는 것


사람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으며, 아무리 많은 것을 준비했다 한들 관람객이 볼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그것을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콘텐츠를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관람객이 더 보고 싶게 만들고, 더 궁금하게 만들며 스스로 우리가 원하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 전시회를 위한 도슨트 퍼포먼스의 핵심이다.






전시 퍼포먼스의 시작은 부스의 디자인부터 시작된다. 가진 콘텐츠가 아무리 뛰어나도 눈에 띄지 않는다면 보여줄 수가 없다. 먼저 관람객의 눈에 들어야 기회가 생긴다. 그렇기에 디 셉션은 어떻게 다른 부스와 차별점을 만들 것인지, 동시에 전시 부스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배트맨스러움을 보여줄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




부스 공간의 역할: 첫인상의 중요성


7초 안에 배트맨스러움을 전달하기

전시에는 정말 많은 부스가 모여있기에 한 부스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고 모든 부스를 들어가 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관람객은 본인이 해당 부스를 볼지 말지 선택하게 되는데, 이는 사람의 첫인상처럼 몇 초 안에 결정된다. 그렇기에 다른 부스와는 차별화된 시각적 정보를 전달해야 했으며, 빠른 시간 안에 디 셉션의 콘텐츠가 전달될 만큼 명료하고 동시에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디 셉션 부스 중앙벽 (2019)

디 셉션 부스는 검은색 배경 벽을 사용하여 다른 부스(대부분의 부스는 흰색 벽을 사용했다)와 차별화를 했다. 한눈에 배트맨에 대한 부스임을 색과 단순한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중앙 벽에는 멀리서도 이목을 끌 수 있는 배트맨 조명을 설치했고, 조명 이외에 다른 이미지나 설치물을 모두 제거하여 불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배제했다. 조명은 이목을 끄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포토존의 역할로도 활용되었다. 



부스 앞 앵커 포인트: 퍼포먼스 가이드의 역할

부스가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고 해도 부스에 들어오는 것은 관람객의 입장에서 꽤나 큰 의지가 필요하다. 대략적인 부스의 콘텐츠를 관람객 입장에서 이해를 한 상태이나 그것이 정확한지 확신이 없고 실제로는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부스에 들어오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럼 어떻게 들어오게 만들 수 있을까?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디 셉션 부스 (2019)

처음에는 부스 안쪽에서만 퍼포밍을 진행했으나, 바깥쪽에 퍼포먼스 구역을 추가하자 관람객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퍼포먼스를 바깥쪽에서 진행했을 때 더 많은 관람객이 그에 응해주었고 지나가던 관람객도 같이 보는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것을 보고 부스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의 수도 늘어났다.

 

코믹콘 서울 디 셉션 부스에서 퍼포먼스 가이드가 설명을 하고 있다 (2019)

부스 앞 쪽에서의 퍼포먼스는 관람객이 부스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부담을 없애주며 가볍게 정보를 열람하고 싶은 관람객에게는 좋은 선택이 된다. 이렇게 관람객의 부담을 줄여놓은 상태에서 디 셉션의 도슨트 퍼포먼스가 시작된다.







도슨트 퍼포먼스 디자인


이제 준비한 콘텐츠를 관람객 스스로가 더 듣고 싶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관람객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끝까지 설명을 듣게 되는 퍼포먼스를 설계해야 했다. 이를 위해 관람객이 제품과 자연스레 관계를 맺고, 마술 현상을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하며 이를 통해 설명을 계속 듣게 만드는 퍼포먼스를 디자인했다.



1. 제품 인지: 관람객에게 카드를 만져볼 수 있게 건네기

이제 눈 앞에 부스에 관심을 보인 관람객이 서 있다. 먼저 퍼포먼스 가이드가 가벼운 인사를 통해 자신을 관람객에게 인지 시킨다. 그런 뒤 눈을 마주치며 배트맨 카드를 관객에게 건네며 만져보시겠냐고 여쭙는다. 

서울 캠퍼스타운 페스티벌에서 퍼포먼스 가이드가 관람객에게 카드를 건네고 있다 (2019)

관람객은 카드를 만지면서 자연스레 제품과 관계를 형성한다. 우선 관람객 스스로가 배트맨 카드를 인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관람객이 카드를 직접 만져보면서 관계를 형성할 때 즈음 퍼포먼스 가이드가 자연스레 배트맨 카드의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초기 전시에서는 관람객에게 설명을 들으시겠냐고 물어본 뒤에 앞서 말한 과정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경우 설명을 듣지 않겠다는 관람객이 다수 존재했다. "설명"이라는 단어가 관람객에게 무언가를 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줬기 때문이다. 



2. 배트맨 망토 현상: 디자인과 마술의 융합을 시각적으로 전달 

배트맨 카드의 뒷면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며 최초로 마술 현상을 보여준다. 바로 배트맨 망토 현상이다. 이 현상은 도슨트 퍼포먼스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 첫 번째로, 디자인과 마술의 융합이라는 디 셉션의 컨셉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카드의 뒷면 디자인을 통해 마술이 일어나는 것을 보여 주어 디자인과 마술이 긴밀하게 연결되어있음을 전달할 수 있다. 

홍익 디자인 & 크래프트 페어에서 배트맨 망토 현상을 선보이고 있다 (2019)

두 번째로, 관람객에게 최초의 마술의 순간을 선사한다. 마술을 봤을 때의 느낀 신기함이 곧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이어져 관람객은 이후에 이어질 내용에도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게 된다. 망토 현상 이후 카드를 펼쳐 배트맨 카드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을 진행한다. 



3. 인스타그램 팔로우 유도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퍼포먼스 가이드가 이름표를 보여주고 있다 (2019)

카드에 대한 설명을 마친 뒤 배트맨 마술을 시연할 준비를 한다. 이때, 관람객에게 "배트맨 카드로 할 수 있는 간단한 마술을 한 가지 보여드리고자 하는데... 이게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보니 잠시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이름표 뒷면의 QR 코드를 통해 Instagram 팔로우를 유도한다. 마술을 준비할 시간을 버는 것과 동시에 팔로우를 늘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앞서 보여준 배트맨 망토 현상 덕분에 이후 보게 될 마술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고, 이런 긍정적인 기억 덕분에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할 확률이 높아진다. 



4. 설명용 카드와 마술 시연용 카드: 카드를 교체 통해 사용량 70% 감소

카드의 경우 소모품이다 보니 한 카드만 계속해서 사용할 경우 카드를 자주 교체해줘야 한다. 특히, 마술을 보여줄 카드의 경우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기에 카드가 빠르게 손상된다. 이를 위해 퍼포먼스 앞부분 배트맨 망토 현상과 카드에 대한 설명에 쓰이는 카드와 관람객과 함께 진행하는 배트 시그널 마술에 쓰이는 카드를 따로 사용했다. 앞서 설명한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유도하면서 확보한 시간으로 배트맨 카드를 바꿔서 배트 시그널 마술을 준비했고 이를 통해 카드 전체 소비량을 기존 사용량보다 70%까지 줄일 수 있었다.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디 셉션 부스 중앙벽 테이블 위에 악당 카드가 전시되어있다 (2019)

준비가 끝나면 관람객에게 테이블에 놓인 악당 카드 중 하나를 골라달라고 요청한다. 배트 시그널 마술은 관람객이 악당을 하나 골라야 하는데 이를 테이블에 악당 카드를 배치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배트맨을 잘 모르는 관람객도 7장의 악당 카드 중에서 본인이 원하는 악당을 고를 수 있고, 동시에 마술사가 카드 덱 속에서 악당 카드를 찾는 시간과 수고를 덜어 이후 마술 시연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5. 배트 시그널 마술 시연

배트 시그널 마술을 시연하고 퍼포먼스를 마무리한다. 퍼포먼스 후에는 관람객이 직접 제품을 만져보며 이해할 수 있도록 테이블 위에 전시했고 배트맨 카드를 설명하는 포트폴리오 또한 다수 배치하여 이해를 도왔다. 






전시회라는 특성상 굉장히 많은 정보가 범람하는데 관람객의 시간은 한정적이다. 관람객 또한 이를 알고 있기에 한 부스에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 또한, 이것이 공연장에서 하는 공연이 아니기에 수시로 관람객이 드나들고 중간부터 설명을 듣는 사람도 많다. 정리해본다면,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으며 중간부터 봐도 큰 문제가 없는 퍼포먼스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간은 상대적이다. 만약 콘텐츠가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다면 시간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 디 셉션의 전시 퍼포먼스는 관람객이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전시회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마술이라는 요소를 통해 호기심을 자극했으며, 이 마술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관람객의 흥미를 계속 이끌어나갔다. 또한, 시각적인 현상 위주로 준비하여 말없이도 내용이 전달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디 셉션 전시 퍼포먼스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초기에는 단순히 카드 마술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면, 현재는 퍼포먼스 속에 "디자인과 마술의 융합: 배트맨스러움을 표현하다"라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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