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오전 아르바이트 때문에 아이들 등교를 일찍 준비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평소에 철저한 준비를 하는 성향이 짙은 첫째는 엄마의 시간에 맞춰 일찍 일어나 아침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등교를 준비하는데 초기 감기 증세를 보이던 오늘은 늦잠을 잤다. 출근을 미룰 수는 없어서 아이들 가방만 후문에 두고 아이들보다 먼저 집을 나섰다. 특히나 오늘은 첫째와 둘째 방과 후 시간마저 달라서 둘째가 걱정이었다. 그래서 어젯밤에 첫째에게 수업이 끝나면 늘봄교실에 있는 둘째까지 챙겨서 피아노를 치고 오라고 당부해 두었다. 19개월 차이나는 형아는 동생을 잘 챙기는 편이어서 걱정이 덜했다. 워낙 세심해서 당연히 잘 하리란 믿음이 있으니 오전 아르바이트를 끝나고 수영장에서 운동을 하고 가락시장에서 아이들 좋아하는 생선을 사서 집으로 왔다. 오래간만에 양손 무겁게 짐을 들고 왔는데 현관문에 첫째의 메모가 대문짝만 하게 붙어있었다.
"엄마 빨래개지마.
내가 갤 거야.
엄마를 사랑하는 준우가"
둘째는 눈웃음을 장착한 애교를 태어나서 귀엽고, 첫째는 낯부끄러운 말과 행동을 못하면서도 수줍게 건네는 한마디가 사랑스럽다. 매일 가는 일도 아니고 어쩌다 가는 출근인데도 아이의 사랑스러움이 엄마인 내겐 한도초과다. 이러니 할머니들의 걱정스러운 연년생 아들 형제를 키우는 내가 어떻게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니? 이런 사랑을 이 생에 경험해 볼 수 있게 해 준 너희들에게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어. 봄꽃보다 해사로운 너희들에게 오늘도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