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노인 모두가 싫어한다는 백작의 노인 이야기 11
벼랑 끝에서 보다가 멀리서 바라보면 더 아름답다
경치도, 부부도, 친구도, 가족도, 추상도 그러하다. 너무 멀어지지도 더 가까이 가지도 않는 균형과 긴장감과 배려와 존중이 진정 ‘사랑’이다. 시야의 확대와 각도, 물리적 거리와 마음의 거리 그리고 정신의 거리가 필요하다.
사랑이던, 우정이던 적당한 거리와 존중을 갖아야 더 품격과 진정성을 유지한다. 코로나가 끝나가도 거리 두기는 필요하다.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심리적 거리까지 말이다.
친구, 우정의 거리
돌아가야 할 곳은 언제나 가족이 아닌 친구였어. 살면서 가장 우선 시 해야 할 것은 가족이 맞아. 가족은 나의 분신 즉 나의 일부. 바로 나야. 그러나 나 자신을 성장시켰던 것은 나 아닌 남이었고 바로 친구였어. 인간은 친구로 일생을 살아가는 거야.
가족과 거리를 두자고 말하긴 쉽지 않다. 하나 친구는 거리가 필요하다. 너무 가까워지면 위험하다는 경고가 아니라 자신에게 하는 경고의 의미이다. 우정에 흉허물 없고 숨기는 것 하나 없는 관계는 오히려 위험하다.
어쩌면 벼랑 끝에 함께 서 있는 것과 다르지 않겠다. 함께 한 방향을 보는 것도 중요하나 서로 마주 보고 챙겨줘야 할 일이 있음을 잊지 말자. 이성 간의 사랑 또한 다르지 않다.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경험이 풍부했다 할지라도 인간이 삶에 대한 지식, 옳고 그름에 대하여는 여전히 미지하다. 그러니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는 치기도, 위안도 갖기에 두렵다. 하지만 온전한 내편 하나만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란 생각은 점점 굳혀진다. 어쨌거나 나는 내편이 분명히 있음을 확신하고 있으니 나의 삶은 꽤 괜찮다 위안하고 있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과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의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다.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백범 김구 선생의 고언을 삼키자
지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하면 된다.
천국을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 된다.
모든 것이 다 가까이에서 시작된다. 상처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내가 결정한다.
또 상처를 키울 것인지 말 것인지도 내가 결정한다.
그 사람 행동은 어쩔 수 없지만 반응은 언제나 내 몫이다.
산고를 겪어야 새 생명이 태어나고, 꽃샘추위를 겪어야 봄이 오며, 어둠이 지나야 새벽이 온다.
거칠게 말할수록 거칠어지고, 음란하게 말할수록 음란해지며, 사납게 말할수록 사나워진다. 결국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나를 다스려야 뜻을 이룬다.
우정이던, 사랑이던, 애국까지도, 너무 가까운 거리를 경계하라는 격언은
궁극적으로 자신과 자신 간의 거리까지도 거리를 유지해야 함을 뜻한다. 그래야
초심과 품위와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지켜 낼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