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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희 Apr 11. 2024

뽀뽀와 포옹을 모읍니다.

영어 수업 시간에 'Daily routines'에 관한 활동을 곁들였다. 몇몇 아이들이 'Hugging' 단어 뜻을 물었다.

"오늘 아침, 엄마나 아빠, 가족들과 꼬옥 껴안고 나온 사람?!" 질문했다. 15명 남짓 아이들 중에 수줍게 손을 든 아이는 단 한 명. 나머지는 '엥' 반응을 보였다. 의아한 생각에 3, 4, 5, 6학년 모두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침의 포옹에 대해 대답한 아이들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공기인형이랑 안고 왔어요!"

누군가 대답했다.


그 아이는 내가 말하는 포옹을 이해하지 못했고 난 공기인형이 뜻하는 바를 몰랐다.


쌍둥이를 키우면서 내가 가장 잘하는 것, 가장 자주 하는 게 있다면 바로 '포옹'일 거라... 새삼 더 놀라웠다.



아이들을 깨울 때, 재울 때,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낼 때,

매 순간순간 포옹하고 뽀뽀를 한다. 지금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아이들이 거부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싶어,

부지런을 떤다. 아이들의 연한 살 틈 사이로 파고들며 안온함을 누린다. 품 안에서 새근거리는 아이들에게 위안을 받는다. 아이들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스킨십이 아닐까 싶다.


오케스트라에 관한 동화책을 읽으며 튕기는 현악기, 부는 관악기, 때리는 타악기를 설명하다 불현듯 아이들의 몸을 악기 삼아 연주한다. 살을 튕기듯 간지럼을 태우고, 배를 불기도 하고, 엉덩이를 타악기 삼아 또닥거린다. 까르르, 까르르하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또 다른 악기가 된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들이 기지개를 켜면 팔과 다리를 조물조물해 준다. 바디 크림으로 마사지를 해주며 보습감을 주고 "키야, 쭉쭉 커라!" 마법의 주문을 외듯 다리를 늘려준다. 쪼꼼한 발가락들을 하나하나 튕겨준다.


푸딩처럼 부드럽게 말랑한 볼을 매만지고, 작은 이마에 볼바람을 불면서 입으로 음을 입혀 동요도 불러본다.


잠에 드는 아이들의 귓바퀴를 접었다 폈다... 귀를 매만져준다. 머리카락을 쓸어내려준다.


일주일에 고작 두 번 만나는 영어 선생님이지만 칭찬에, 애정 표현에 메말라있는 듯한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주고 싶었다. 꾹 참았다. 


길거리의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프리허그'를 하는 것도 이벤트가 되는 세상이건만... 학교 내에서의 괜한 스킨이 문제가 될까 싶어 하이파이브로 대신했다.



네덜란드 신경과학연구소 소셜브레인랩(Social Brain Lab) 연구팀은 최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에

포옹과 악수, 마사지 등 신체 접촉이 실제로 몸과 마음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합의된 신체 접촉이 아기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통증이나 우울증,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불완전함이 아이들과의 포옹으로 채워지는 느낌이다. 나의 모나고 까슬까슬한 단면이 둥그러진다. 아이들의 청정무구함으로, 나까지 맑아진다. 소진되었던 에너지가, 꽉 채워진다. 아이와 포옹 몇 분으로 하루동안 나눴을 백 마디 말 이상을 함께 나눈 듯하다.


하지만 역시 포옹과 뽀뽀를 모으는 시간은 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만 존재한다. 아이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안, 악수를 건네고, 어깨를 다독거리고, 등을 쓰다듬는 크고 작은 스킨십들이 의외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임엔 분명다.


앙상해진 친정 아빠를 안는 일이 어색다.

출근길의 남편을 안는 일은 큰 용기가 필요해 머뭇거리다 그쳤다. 엄마를 안는 일 또한 새삼스러운 일이 되었다.


I need a hug.
Will you cuddle me, Lou?
<I need a hug, Aaron Blabey>

안아줘야지. 힘껏.
온 힘을 다해 그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꼭 안아줘야지
-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아이들을 넘어서 내 가족 안에서라도 좀 더 범위를 넓혀보기로 했다.


온 힘을 다하지 않더라도,

배려와 친절함을 담고,

담백한 응원을 꾹꾹 누르고,

살뜰한 마음만을 실어,

그렇게 말없이 안아주고 다독거려 주는 시간.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게 바로 그것이라,

내가 원하는걸 먼저 슬그머니 내보이기로 한다.


일단, '간다' 한 마디 남기고 출근길에 나서는

남편에게부터 용기 내 보기로 한다.


"이 사람이 갑자기 왜 이래." 움찔하면서도

입가를 살짝 씰룩거리며 가뿐히 출근길을 나설 텐가,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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