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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박변 Jul 18. 2023

뉴욕박변: 유방암 3기 진단을 받다.

작년 여름 유방 초음파 검사를 했을 때는 왼쪽 가슴에 석회 덩어리가 있다고 했었다. 6개월 후 follow-up을 하라고 했지만, 뉴욕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큰 결정을 내리고, 한국에 와서는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여영부영 그렇게 또 1년이 지났다.


올 4~5월부터 왼쪽 가슴에 멍울이 신경 쓰일 만큼 커졌고 딱딱하게 느껴졌는데, 병원에 한 번 가봐야지 하고 계속 미루고 있었다. 미국에서 온 친한 언니를 보러 부산에 갔다가, 언니가 찾아준 울산 근처에 산부인과 중심의 준종합병원을 찾아 6월 20일쯤 진료를 예약했다. 작년에도 난소암으로 한 번 놀랬었기 때문에,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마모그램과 CT를 찍고 나서, 선생님의 조직검사를 해 보자고 하셨다. 총소리가 몇 번 나고, 내 가슴과 림프에서 채취한 조직 검사 결과를 들으러 토요일 오전에 병원을 다시 찾았다. 원래 계획은 병원에 갔다가, 많이 자라서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 곱슬머리를 잠재우기 위해 미용실 예약을 하고 애쉬 그레이로 염색을 해서 뭔가 파격적인 변신을 하고 싶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 림프까지 전이된 유방암 2기처럼 보인다고 했다. 빨리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담담하게 결과를 듣고, 바로 큰 병원 진료를 예약했다. 2주 안에 어떻게 될지도 모를 난소암보다는 완치율이 비교적 높은 유방암에 대해서는,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자신이 있었다. 미용실에 들렀더니, 항암 2번째 후에 머리가 다 빠질 테니, 몇 주간 기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조용한 시간에 머리를 밀어줄 테니 전화하라고 나를 돌려보냈다.


7월 4일, 서울의 큰 병원에서 수술을 담당하실 선생님을 만나고, 피검사, CT, MRI 등 하루종일 7가지 검사를 했다. 전날부터 금식했는데, 오후 5시 반 마지막 검사까지 금식이 걸려 있어서, 꼬박 하루를 굶었다. 그런데도, 뼈에 전이가 되었는지를 검사하는 bone scan은 예약이 많이 밀려 있어 일주일을 또 기다려야 했고, 그다음 주 목요일에 4가지 추가 검사를 마쳤다. bone scan은 pet scan으로 내 몸속에 방사선 물질을 투입하고 5시간 반을 기다리고 검사에 들어갔는데,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더 사람을 지치게 했다.


드디어 오늘, 그 모든 검사 결과를 가지고 수술을 해 줄 선생님과 항암을 담당하는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있었다. 일찍 병원 안에 있는 공차에 출근 도장을 찍고 (여기가 와이파이 제일 잘 터져서) 재택근무 찬스를 사용해, 이름이 불리는 순간까지 열심히 일했다. 수술을 담당하는 선생님께서 Ki지수(얼마나 암이 빨리 퍼지는가)가 56.8%로 상당히 높은 편이며, 유방암중에서 가장 생존율이 낮은 triple negative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또 한 시간을 기다려 항암을 담당하는 선생님을 만났는데, triple negative인 것 같지만, 그중 하나가 3%가 나왔기 때문에 병리학 쪽에 재문의를 한 후 항암을 시작하자고 하셨다. Triple negative라면, 복용약과 immunotherapy를 함께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치료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하셨다. 이제 유방암 3기에 접어들고 있으므로, 빠르면 이틀 후, 늦어도 일주일 안에 1차 항암 치료를 하기로 하고, 키모포트 (chemo port)를 심으러 갔다. 항암치료를 하다 보면 한꺼번에 4개까지 주사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어야 하는데, 핏줄이 약하고 잘 도망가는 나는 항암치료보다 나를 여기저기 찌를 주삿바늘이 더 진절머리 나게 싫어서 키모포트를 하겠다고 요청했다. 사실, 작년에 암환자 가족들을 통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키모포트를 늦게 한 것을 후회한다는 얘기였다.


키모포트는 국소마 치를 하고, 한쪽 가슴 피부 아래, 작은 장치를 정맥과 연결하여, 바로 항암제 투여를 할 수 있게 만든 장치이다. 30분에서 1시간이 걸리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라지만, 얼굴에 천을 씌어 하나도 보이지는 않았지만, 피부 속으로 의사 선생님이 온 힘을 다해 밀어 넣는라 힘들어했고, 나도 아프고 불편했다.

키모포트를 하고 나니, 이제 좀 실감이 났다. 회사에는 항암을 하면서 재택근무와 월차를 이용해 변함없이 업무를 하겠다고 말했으나, 첫 번째 항암 치료를 하고 나면 답이 나올 것 같다. 키모포트를 한 스스로가 좀 용감해 보인다고 생각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웃겼다.


다음 주면 하기휴가로 미국에 11일 갈 예정인데, 될 수 있으면 이번 목요일에 항암 1차를 끝내고 비행기에 올랐으면 좋겠다.


이런 일은 항상 나에게 또는 내 가족에게 생기기 전에는 남의 얘기 같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의료선진국인 한국에 있는 동안 발견해서,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응원해 줘서.


모자 달린 가발을 사서, 보안팀을 놀라게 해 주려고 한다니까 이 와중에 개그욕심 낸다고 친구가 웃는다. 개그는 포기 못하지.


암튼, 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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