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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언 Jul 13. 2023

성인과 어른

열아홉의 나는 제야의 종이 치자마자 세상만사를 통달한 어른이 되리라 기대했다. 성인이 됨과 동시에 어른 타이틀을 거며 쥔다 여긴 것이다. 참으로 양심 없게도.


성인과 어른. 어찌 보면 같아 보이는 두 단어는 내 머릿속에서 완벽히 분류되어 있다. 나이가 차면 성인, 산재한 문제를 피하지 않고 꿋꿋하게 견뎌내면 어른.


헐거워 보이는 기준이지만 내게 들이대는 잣대만큼은 촘촘하기 그지없다. 당연한 결과지만 성인이 된 지 올해로 십삼 년째인 나는 여전히 어른이 되지 못한 채다. 안타깝게도.


성인과 어른을 분류해 놓은 이는 비단 나뿐만 아닐 것이다. 어쩌면 수많은 사람이 자각조차 하지 않은 채 확고한 선을 그어놓았을지도 모른다. 간단한 예로 어린아이가 제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한 행동을 하면 '성인 같다'가 아닌 '어른 같다'란 말로 칭찬을 건네니까.


솔직한 마음으로선 어른이 되지 않은 채 성인으로만 살아가고 싶다. 성인으로서 가진 수많은 권리를 마음껏 누리며 그 어떤 책임도 짊어지고 싶지 않으니까.


나이 서른셋에도 여전히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아직도 어른 되기는 멀고도 멀었다. 그렇지만 서른셋을 앞둔 과거의 내가 그러했듯 서른넷의 나를 내심 기대해 본다.


제야의 종이 한 번 더 친다고 뒷머리에 USB를 꽂은 듯 어른의 필수 요소들이 뇌 속에 입력되는 것은 아닐 테지만. 

또 모르지 않는가. 나눈 대화가 있고 읽어낸 글이 있으니 지금보다는 나을 테지.


게으른 나는 성장을 위한 노력은 조금도 않은 채 성숙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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