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의 나는 제야의 종이 치자마자 세상만사를 통달한 어른이 되리라 기대했다. 성인이 됨과 동시에 어른 타이틀을 거며 쥔다 여긴 것이다. 참으로 양심 없게도.
성인과 어른. 어찌 보면 같아 보이는 두 단어는 내 머릿속에서 완벽히 분류되어 있다. 나이가 차면 성인, 산재한 문제를 피하지 않고 꿋꿋하게 견뎌내면 어른.
헐거워 보이는 기준이지만 내게 들이대는 잣대만큼은 촘촘하기 그지없다. 당연한 결과지만 성인이 된 지 올해로 십삼 년째인 나는 여전히 어른이 되지 못한 채다. 안타깝게도.
성인과 어른을 분류해 놓은 이는 비단 나뿐만 아닐 것이다. 어쩌면 수많은 사람이 자각조차 하지 않은 채 확고한 선을 그어놓았을지도 모른다. 간단한 예로 어린아이가 제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한 행동을 하면 '성인 같다'가 아닌 '어른 같다'란 말로 칭찬을 건네니까.
솔직한 마음으로선 어른이 되지 않은 채 성인으로만 살아가고 싶다. 성인으로서 가진 수많은 권리를 마음껏 누리며 그 어떤 책임도 짊어지고 싶지 않으니까.
나이 서른셋에도 여전히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아직도 어른 되기는 멀고도 멀었다. 그렇지만 서른셋을 앞둔 과거의 내가 그러했듯 서른넷의 나를 내심 기대해 본다.
제야의 종이 한 번 더 친다고 뒷머리에 USB를 꽂은 듯 어른의 필수 요소들이 뇌 속에 입력되는 것은 아닐 테지만.
또 모르지 않는가. 나눈 대화가 있고 읽어낸 글이 있으니 지금보다는 나을 테지.
게으른 나는 성장을 위한 노력은 조금도 않은 채 성숙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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