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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인 Z Aug 15. 2021

실패한 탈도시 계획

시작은 6.17 부동산 정책이었다.

실패한 탈도시 계획에 대한 기록이자, 

우울증이 시작되었던 시점에 관한 이야기이다. 


2020년 6월 정부의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었고, 

지인 2명이 함께 전세로 살고 있던 빌라는 가압류로 인해서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되었다.

전재산이 보증금으로 묶여있었는데 그 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상황이었다. 

집주인이 갭 투자로 집을 구매한 상태고 소위 '깡통전세'라고 말하는 매물이었다. 

그에 따라 발생된 세금을 제하면 집이 팔리고 난 뒤에도 전세금을 보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전세보증금 반환제도가 있었지만 지인이 힘겹게 집을 구할 당시

그 보험료마저 너무 부담스러운 금액이라 가입하지 않았었다. 


3년 간 온갖 부당함을 버티며 만든 그의 첫 영화는 

개봉일이 잡히자마자 코로나 방역이 2.5단계로 격상이 되면서 흥행 결과는 처참해졌다. 

그는 늘 이 영화가 끝나면 도쿄올림픽을 시작으로 세계여행을 할 거라고 말하며 버텨왔는데

그 모든 게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그 와중에 그의 부모님이 사업하다 생긴 빚까지 그가 감당해야 했기에 

쉬지도 못하고 글을 쓰며 돈을 벌어야 했다.  

길지 않은 인생에서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을 그를 보고 실감하게 되었다. 

한 인간의 삶에서 이토록 많은 불행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건 너무 불공평하다 생각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영화를 관둘 생각이 없었기에 

5년 뒤에 20억을 벌어서 집을 지을 테니 양평에서 같이 살자던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않았었다. 

그는 작가로서 자리를 잡았기에 귀촌해서 살아도 괜찮았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날따라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으니 

같이 살면서 운을 나눠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으로 돌아와 그날부터 전원주택을 짓기 위한 갖은 정보를 취합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고, 모든 경우의 수를 예상하며 7안까지 계획을 마련했다. 

연출부 생활을 하며 배운 버릇 그대로 했다. 

프로젝트 이름도 정하고 계획을 짜다 보니 어느 정도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만나서 내가 짠 계획들을 말해주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그렇게 두 달은 혼자서 온갖 환상을 키우다가 

드디어 4명에서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maicon de cinema' (가제) 경영 & 지분


1. 전체 일정


* 경영인 : 4인 (지인 1, 지인 2, 나, 파트너) 

* 땅 구입기간 : 3개월

* 설계기간 : 3개월

* 설계 수정 & 인허가 : 3개월

* 공사기간 : 3-5개월 예정. 


- 입주 목표일 : 2022년 2-3월. 

- 공사 착공일 : 2021년 9월 

- 땅 구입 완료 시점 : 2021년 2월. 



2. 이사 관련 계획


* 집주인에게 올해 안에 이사를 간다고 통보하기. 

* 적극적으로 부동산에 매물 놓기. 


* 2021년 2월에 전셋집이 안 빠질 경우:

  전세금을 줄 때까지 그곳에서 버티다가 준공이 되면 일부 짐만 남겨 놓은 뒤, 

  전세금을 받을 때까지 독촉하기. 


* 주택 준공일보다 일찍 전세금을 받을 경우:

   남은 기간 동안 우리 집에서 같이 거주하고, 이삿짐은 다락 창고 서비스 이용. 

    (면적과 기간에 따라 다르나 월 16-50만 원 내외로 해결 가능) 

https://www.dalock.kr/qna/personal/%EC%9D%B4%EC%9A%A9%EC%9A%94%EA%B8%88%EC%9D%B4-%EC%95%88%EB%82%98%EC%99%80-%EC%9E%88%EB%84%A4%EC%9A%94


*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임대금 반환 조정신청

   (2달 정도 소요기간을 잡고, 대부분 1년 안에 해결이 된다고 함) 

https://www.hldcc.or.kr/hp/main/mainDetail.do

  

* 소송을 진행할 경우. 전세 계약 끝나기 2달 전에 내용증명을 보낸다. 

   (참고 블로그. https://brunch.co.kr/@brunchflgu/840)



3. 땅 구입하기 


* 땅 구입 : 1억 ~1억 5천 (200평. 양평 시세) 


* 계획관리지역 : 건폐율 40%, 용적률 100% 

                       100평 구입 시 40평 * 2층 + 20평 (다락, 창고, 주차공간으로 활용 가능함)

* 보존관리지역 : 건폐율 20%, 용적률 80% 

                       200평 구입 시. 40평 *2층 + 80평 (다락, 창고, 주차, 수영장으로 활용 가능함)

* 보존녹지지역 : 건폐율 20%, 용적률 50% (다가구 주택은 지을 수 없음) 


=> 계획관리지역 150평이나 보존관리지역 200평 이상의 땅을 구입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임. (실제 도로 지분, 땅 모양에 따라서 더 넓은 면적도 고려해야 할 수도 있음) 



4. 예상 건축 비용


* 건축비 : 60평 기준. 3억 ~ 3억 5천 (내, 외장재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평당 500만 원으로 예상) 

* 수영장 : 5천 (고급 주택에 포함되지 않는 수영장 크기는 6M*10M*1.2M 규모 이하) 

                5M*10M (타일) 규모 수영장 : 2500만 원. 

             토목 공사비 + 온수시스템 설비 + 예비비 : 2500만 원.  

             물 1회 100톤 : 1톤에 800원 정도 계산하면 물 값으로 8만 원 예상. 

* 벽난로 : 800-1000만 원. (시공비 포함) 

* 조경비 : 5천~ (건축 면적의 일부를 조경을 해야 함. 토지에 따라 면적이 달라짐) 

* 세금 + 부대비용 + 예비비 : 5천. 

* 설계비 : 1~2천만 원 (건축가에 따라 다름) * 평당 시공비의 5% 정도는 지불해야 함. 

               패시브하우스로 했을 때는 설계비 3천까지 예상. 

* 인허가비 : 6백20만 원

* 구조계산 설계비 : 6백20만 원 (평당 10만 원)

* 인테리어 설계비 : 6백20만 원 (평당 10만 원)



5. 주택 운용 비용


* 토지 & 집 담보대출 :  50% 가능함 (대출 명의 지인 1?) 

2억 대출 10년 상환 : 2% 금리. 매달 이자 + 원금 (대략 200만 원)

3억 대출 10년 상환 : 2% 금리. 매달 이자 + 원금 (대략 300만 원)


* 개인 부담금 ( 매월 100만 원 + 10만 원) 

- 생활비 (식료품비 + 관리비 + 주택 보험료) 각자 50만 원

- 대출금 50-75만 원씩 (대출 금액에 따라 조정) 

- 10년 후 노후 주택 수리자금 (매월 10만 원씩 10년 모으면 대략 5천만 원이 됨) 


* 이후 추가 비용은 회의를 통해서 결정해서 각출하기. 




6. 주택 관리 계획


* 본인방 + 사무실 + 가까운 화장실은 각자 관리. 

* 공동 관리 구역은 책임자 인솔 하에 다 같이 하기. 


* 수영장 & 데크 관리 : 지인 1 (수영장이 지인 1의 로망이었음)

* 조경 & 텃밭 관리 : 지인 2 (최근에 식물 키우기에 눈을 떴음)

* 마당 & 창고 관리 : 파트너 (장비 보관을 위한 창고를 요구함)

* 내부 집 관리 : 나 (오랜 자취 경험과 정리 정돈을 좋아함) 


* 세금 & 행정 관리 : 지인 1 (가족모임 주도 & 계획) 

* 재고관리 & 장보기 : 지인 2, 파트너 (운전 가능자들)

* 회계관리 : 나 (넷 중에 유일하게 가계부를 쓰는 인간임)


* 장기 출장으로 집을 비워야 할 경우 관리비 추가 50만 원. 

(가사 도우미 비용, 관리 인력을 고용했다는 개념) 



7. 재산 환원 계획


1안 ) 구성원이 모두 죽었을 경우 지분율에 따라 공동명의로 사회 환원. 

2안)  양도세가 없어지는 10년 뒤에 주택과 땅을 처분 후 지분율에 따라 나눠갖는다. 

3안 ) 지인 1이 재단을 만들어 보육원을 운영하고픈 꿈이 있으니, 거기에 기부한다. 

4안 )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은 사람이 모든 걸 알아서 처리한다. 

        (나이가 가장 어린 지인 2가 될 확률이 높으니 일단 주택과 땅을 지인 2의 명의로 세팅)



8. 자금 조달 계획


* 지인 2의 명의로 집과 땅을 마련하고 임대사업자를 낸 뒤에 나와 파트너, 지인 1이 전세로 들어가 사는 개념으로 설계하였음. 

* 나와 파트너는 신호부부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지인 1은 버팀목 대출을 받을 수 있음.  


1안 ) 총금액 5억.  대지 200평 + 주택 60평. 


* 출자금 : 5천만 원씩 2억 마련. 

* 대출금 : 2-3억 예상. 

  

 >>> 토지 담보대출 5천 + 준공공임대주택 건설자금 융자 

       (최대 1억. 10년 이내로 건물 처분 시 양도세가 많음) 

  => 건물 등기 후에 주택담보대출로 전환 1억 5천


* 땅 구입 : 1억-1억 5천.

* 건축비 : 3억-3억 5천.

* 세금 + 부대비용 + 예비비 : 5천. 


=> 건축 인 허가 후에 '신호 자금 전세대출 1억 (나 & 파트너)  + 버팀목 대출 1억 (지인 1)으로 대출 이자비율을 낮춘다. 


::: 장점 : 자금이 허락하는 한 원하는 형태로 건축이 가능하다. 

::: 단점 : 자금 조달에 관한 고도의 전략과 많은 발품이 필요하다. 

    자금 조달 문제로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음. 



2안) 하우스 빌드 업체 이용. (당장의 자금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될 때)



총공사비의 80%를 3.5~5.8% 이율로 대출 가능함 (중도 상환 수수료는 없음) 


::: 장점 : 각자의 로망을 실현해서 건축이 가능함. 

::: 단점 : 그 모든 게 비용이고, 높은 이자로 인해서 매달 상환해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부담스러워짐. 



3안) 농가 대지 개량 서업 대출을 받고, 집의 규모를 줄인다. (총금액 3억)


* 대지 100평 + 주택 40평 ( 땅 5천 + 건축비 2억)

* 출자금 : 1억 마련

* 대출금 : 2억 (농가 대지 개량사업 2억 + 주택담보대출) 

    => 5년 이내로 집을 처분할 수 없음.

* 기타 세금 + 부대비용 + 예비비 : 5천


::: 장점 : 대출금 부담이 적다. 자금 운용 계획 없이 바로 실행 가능함. 

::: 단점 : 개인 공간이 많이 줄어들고, 수영장 & DIY 창고 등 추가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농가 대지 지원 사업은 연면적 제한이 있다) 



4안) 두 세대 분리 건축 (총금액 5억)


* 대지 100평 + 주택 20평씩 두 세대를 분리해서 건축

* 출자금 : 1억

* 대출금 : 4억 (농가 대지 개량사업 2억씩 * 2 세대)

* 대지 구입비 : 5-8천 * 2필지 = 1억 - 1억 5천

* 건축비 : 20평 ( 1억-1억 5천) * 2 세대 : 2-3억. 

* 기타 세금 * 부대비용 * 예비비 : 각종 비용이 세대가 분리되면서 2배로 든다. 



::: 장점 : 농가 대지 개량사업비로 대지 구입 + 건축이 가능함. 

::: 단점 : 우리가 원하는 크기와 가격의 땅이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적음. 

공동 출자해서 함께 지내기로 한 의미가 퇴색됨. 

수영장과 창고 같이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한 공간을 만들기 애매함. 



5안) 1000평의 대지 구입 후 5가구 모집. 각 200평씩


::: 장점 : 토지를 저렴하게 매입 가능

::: 단점 : 토지 분할에 따른 행정 절차가 까다로움. 택지 조성이 안 되어 있으면 토목 공사 비용에 따른 계발 비용과 인허가에 많은 시간이 들어감. 


6안) 막 조성되어있는 전원주택단지를 들어간다. 


7안) 다 필요 없고, 지인 1이 20억을 벌 동안 기다린다. 


::: 장점 : 원하는 형태로 집을 지을 수 있음

::: 단점 : 지인 1에 모든 것이 달려있기에 실행 가능성이 너무 낮아 마냥 기다리는 건 도박과도 같다. 





여기까지가 지난 9월에 지인 1,2와 파트너가 함께 모인 자리에서 내가 브리핑을 한 내용이었다. 

내 예상과는 달리 반려인들은 따로 각자의 집을 짓는 4안을 제일 마음에 들어 했다. 

우리 모두 2세에 대한 계획도 없었고, 

서로가 서로의 후견인이 되어 고독사를 면하자는 취지에서 시작이 되었는데 

결국은 따로 사는 걸로 의견이 모아졌다. 


두 달간 혼자서 <메종 드 히미코> 영화에서 나온 공동체를 꿈꾸며 

계획들을 짜면서 다들 이러한 삶을 원한다고 착각을 했었다. 

'maicon de cinema'라고 짓고 '가제'라고도 붙이면서도 

따로 사는 건 나의 선택지에 올리질 않았었다.  

한 집에서 사는 건 여러모로 불편하다는 의견에 의욕을 잃어버렸다. 

그걸 몰랐던 건 아니었지만, 애초에 함께 살자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그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같이 사는 걸 택하리라고 생각을 했었다. 


지인 1은 

지금의 상황이 힘들지만 원하는 형태의 집에서 살기 위해 

돈이 모일 때까지 계획을 미루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지인 2는 

같이 사는 건 좋지만 귀촌해서 사는 삶에 확신이 없다고 했다. 


내 파트너는 

그와 내가 땅 구입비로 내기로 계획했던 5천만 원이 없었다. 


나는 

이 기간에 맞게 실행하지 않으면 가지고 있는 돈을 계속 까먹는 상황이라 마음이 급했다. 


결론적으로 혼자서 다른 이들을 배려한다고 계획을 짰지만, 

애초에 출발이 잘못되었다. 

내가 뭐라고 한 사람의 인생을 불행하다 평가했다. 

내가 옳은 일은 한다고 믿었고, 

내가 좋다고 생각한 대로 바꾸려고 든 것 자체가 문제였다. 

같이 살기 위해 영화를 관두는 것 까지 고려해서 계획을 짜며 노력한 한 내 마음을 너무 높이 평가했다. 


그날 그들 탓을 하진 않았지만 뭔가 섭섭했다. 

내가 계획을 짜기 시작했을 때 모여서 말한 것들을 미리 말해줬으면 

이런 노력을 안 해도 됐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들인 시간을 그들이 보상해줘야 할 이유도 없었지만 그땐 그런 마음이 들었다. 

애초에 그들이 같이 사는 걸 원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는 더 허무했던 것 같다. 


그날부터 지난겨울 나는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리며 

그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갖은 헛발질을 하며 보냈다. 


나는 이상주의자였고, 그런 나의 욕망을 제대로 모르니 다른 이들의 욕망도 이해하지 못했다. 

목표를 위해선 모두가 각자의 욕망들을 감내할 거라 착각했다. 


사실 그들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지만 

내가 왜 섭섭했는지 이해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은 내가 나를 몰랐기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그 목표라는 것도 그냥 내가 정한 이상적인 삶이었다. 


그때 당시 내가 짠 대로 계획이 실행되었다고 해도 우린 많은 다툼을 하며 보냈을지도 모른다. 

처음의 좋았던 의도와 달리 평생을 원수처럼 서로를 보지 않고 지냈을 수도 있다. 

누군가의 희생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희생을 하고 얻어낸 것들이 과연 좋았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냥 서로가 좋고, 각자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서로를 응원해 준다면

굳이 같이 살지 않아도 충분하다. 

나의 의도의 옳음에 너무 빠져있었다. 

내가 한 짓이 엘리트주의에 빠진 정치인들과 다를게 뭐가 있냐는 깨달음에 속이 메스꺼웠다.

나는 언제쯤 '헛똑똑'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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