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의 시들
때로는 말보다 더 깊은 것이 있다.
눈을 감고도 들을 수 있는 것,
마음으로도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소리’다.
어느 날, 문득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조용한 방 안에서,
어딘가 멀리서 흐르는 듯한 선율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한 마리 나비가 창가에 내려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다.
언젠가 들었던, 아니, 어쩌면
언제나 내 마음속 어딘가에 울려 퍼지던 소리 같았다.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
그 마음은 소리가 되어 흐른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흘러가
어느새 누군가의 귓가에 닿는다.
멀리 있어도, 말하지 않아도,
그 선율은 너에게 가 닿을 거야.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것은 단순한 음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누군가의 그리움이,
기억이, 그리고 기다림이 담겨 있었다.
눈을 감고 선율을 따라가다 보니,
나는 어느새 지나간 날의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거기에는 오래된 우체통이 하나 놓여 있었다.
⸻
기다린다는 것은 참 묘한 일이다.
아무런 소식도 없는데도,
마음 한편에는 언제나 작은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그 기대가 자라날 때마다,
우리는 누군가의 소식을 기다린다.
겨울이 내려앉은 작은 마을,
그곳에는 눈이 소복이 쌓인 우체통이 있다.
붉은 리본이 살랑이며 바람에 흔들리고,
새하얀 눈송이가 살포시 내려앉는다.
그 위에 두 마리 붉은 새가 앉아 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가만히 우체통을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올까?”
“기다리던 소식이 도착했을까?”
누군가의 손끝에서 적혀진 편지,
따뜻한 마음이 담긴 그 몇 줄의 문장이
아직 닿지 않은 곳으로 여행하고 있다.
기다림은, 보이지 않는 다리를 놓는 것.
아직 오지 않은 그날을 향해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이어 가는 것.
언제 올지 몰라도, 혹은 오지 않더라도,
기다림이 있기에 우리는 설렐 수 있다.
편지를 기다리는 마음은,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과 닮아 있다.
때로는 오래도록 닿지 않는 답장을 기다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뜻밖의 소식이 찾아오기도 한다.
기다림은 우리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고,
그 시간을 소중하게 해 준다.
오늘도 나는 기다려 본다.
빨간 우체통 속에,
반가운 소식이 들어 있을까.
⸻
어떤 날은 그저 조용히 있고 싶어진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만나야 할 이유도 없는 그런 날.
그냥 나만의 공간에서,
흐르는 음악과 기다리는 마음을 음미하며
그저 시간을 느끼고 싶은 날이 있다.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는 방 안에서,
나는 창밖을 바라본다.
나비처럼 가볍게 떠도는 음률,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그리고 여전히 조용히 기다리는 우체통.
이 모든 것들이
오늘의 휴식을 만들어 주고 있다.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잠시 멈추는 것.
기다린다는 것은
마음을 내려놓는 것.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이
쉼이 된다.
오늘은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좋겠다.
음악을 듣고, 창밖을 바라보고,
그리고 기다려 보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하루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