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구급차 안에서 아기를 낳았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아기를 받는 사람입장에서 문득 날이 춥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온통 뉴스에는 아기를 받아낸 훌륭한 구급대원에게 칭찬을 하는 기사와 이 지경이 된 의료의 현실을 개탄하는 뉴스가 주를 이뤘다. 주인공인 아기와 산모에 대한 이야기는 '건강하다'라는 말 뿐이다.
당연히 건강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진통을 하며 병원을 돌아다니다 결국 구급차 안에서 아기를 낳은 산모 입장에서는 좀 섭섭했겠다.
출산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마음들이 보편적이었더라면 빙빙 돌아오는 수고로움은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저런 뉴스 또한 없었을 것이다.
아기가 태어날 조짐이 보이면 천천히 집안일을 정리하며 움직이고 아기를 맞을 물품들을 재확인한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깜박 잠을 청하고, 진통이 강해지면 출산을 도와줄 여자들을 부른다. 여자들은 산모의 손을 잡아주고, 허리를 다듬으며 위로와 용기의 말을 건넨다.
아기의 머리가 들락날락하면 모두가 더욱더 함께 용을 쓴다. 물커덩 양수와 함께 아기가 태어나자 그 자리의 모든 사람의 입에서는 덕담이 터져 나온다.
"오냐오냐 나오느라 애썼다. 어쩜 이리도 우렁찰까 가수가 되겠는걸 어머나 얘 눈뜨는 것 좀 봐라. 와! 엄청 활발하네, 그러고 싶어 어찌 뱃속에서 참았나. 야야 조심조심 만져라. 아기 다칠라. 얼른 엄마가슴에 얹어줘라. 발 차고 올라가긴, 축구선수 되려 나보다. 저저 산모 물 한 모금 먹이고. 아니 물 말고 매실 먹여라. 고것이 메슥거리는 빈속 푸는데 도움이 되니까. 얼른, 남편! 뭐 하고 있어요. 냉큼 가져와. 그리고 아까 끓여놓은 미역국에 불 켜라. 얼른 에미 이역국 먹어야 젖이 돌지"
그곳엔 찡그리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태어난다는 것은 잔치다.
사실 출산하는 장소가 어디든, 함께한 사람이 누구든 출산은 이루어진다. 전쟁터에서, 사람 드문 외진 곳에서, 심지어는 혼자서 여자들은 아기를 낳는다. 누군가 지시하고 유도하는 출산보다 훨씬 더 평화롭다. 억지스러운 의료적 도움이 아닌 자연스러운 정서적 도움이 아이 낳는 일에 더욱 중요한 것임을 어떻게 알려야 할까.
세상이 평화롭기를 바란다면 맨 먼저 출산이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를 풀어내야 한다.
인공출산이 자연출산이라는 이름으로 대체된 세상에서 진정한 자연출산을 한 구급차 아이에게 응원을 보낸다. 아무런 개입 없이 제힘으로 태어난 녀석은 그 누구보다도 잘 살아갈 것이라 삼신 할매가 확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