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남자 친구에게 날린 3가지 질문

남자 친구의 바람을 눈치챘다

by Enero

내가 연애할 때 상대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나를 두고 바람을 피우거나 몰래 놀러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절대 걸리지 마라. 나는 눈치가 아주 빠르니 걸리지 않을 확률이 매우 낮다. 그럼에도 네가 걸리지 않을 거라는 치기 어린 마음으로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면 절대 들키지 마라.


거짓말이나 외도를 나에게 들킨다는 건 그만큼 네가 치밀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며, 그만큼 네가 나를 얕잡아 보고 허술하게 생각했다는 뜻이다.

어떤 증거도 남기지 말고, 단 한마디의 말실수도 하지 말아라. 나는 절대 네 휴대전화를 검사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나, 그럼에도 들킨다면 그냥 네가 자초한 일이다 생각하고 이별을 받아들여라.

거짓말을 숨기지 못할 거라면 하지 말고, 할 거라면 확실히 마음먹고 나를 잃을 각오로 해라.


보통 이렇게 말을 하면 상대는 서운하다고 한다.

자기를 못 믿는 건지, 아니면 본인을 사랑하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는 그냥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형태를 너무 이상화하지 않을 뿐이다.



애인과 그의 친구들과 함께 술을 거하게 마셨다.

모두가 폭탄주에 거나하게 취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취기 섞인 목소리 데시벨이 점점 높아졌다.


그때, 애인의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온다.

술 때문에 흐릿해진 시야 속에서 메시지 내용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휴대전화 상단 가운데에 찍혀있는 상대방의 이름만은 정확히 보인다.


<붕어>


자, 저장된 상대방 이름이 '붕어'일 때 애인인 나로서 이해할 수 있는 사유는 딱 세 가지다.


1. 상대방 이름이 '김 붕어' 혹은 '박 붕어'다.

: 불가. 이름이 정말 '붕어'라면 나한테 말하지 않았을 리 없다.


2. 낚시터 사장님이다.

: 불가. 낚시 취미가 없다.


3. 별명이 '붕어'인 친구다.

: 불가. 절친한 친구 이름까지 실명으로 저장하는 그의 습관을 들여다보면 별명이 붕어일 수가 없다.



일단 못 본 척하고, 애인의 절친한 친구가 담배를 태우러 나갔을 때 슬쩍 따라나간다.


"오빠, 혹시 붕어가 누구예요?"


만취해서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눈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 지훈이 회사에 걔 좋다고 따라다니는 어린 여자애 있거든. 걔 말하는 건가?"

"아, 그래요? 오빠도 본 적 있어요?"

"응, 동네에 걔가 따라와서 두 번 정도 본 적 있어."


그냥 본인을 따라다니고 짝사랑하는 회사 여직원이라면 굳이 애인의 휴대전화에 친절하고 귀여운 닉네임으로 저장되어 있을 리 만무하며, 친구에게 두 번이나 보여줬다는 건 우연일 수가 없다.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않고 즐거운 척 하하 호호 웃었다.




아마 그 친구는 다음 날 아침 눈을 뜨고 바로 그에게 전화했을 것이다.

예상컨데, 분명 상기된 목소리로 "야, 지훈아. X 됐다. 어제 태은이가 '붕어'가 누구냐고 묻더라. 바로 생각나는 게 없어서 그냥 너네 회사 친한 직원이라고 했다. 두 번 정도 나도 봤다고 했어." 하며 욕을 섞어가며 말했을 테고, 지훈이는 "아.. 야 이 미친 X아! 일단 알겠어." 하며 대가리를 굴렸겠지.


그날 오후 카페에서 만난 그는 죄인처럼 내 눈은 못 보고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잔만 만지작거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그 처참한 눈빛 때문에 뜨거운 아메리카노로 변할 정도로 뚫어져라 커피만 바라봤다.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아니, 뭔가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야. 걔는 그냥 진짜 친한 회사 동료야. 폰 보여 줄 수도 있어."


나는 그의 휴대전화를 볼 계획이 전혀 없었다.

어차피 내가 할 말과 행동을 예상하고 기계 속 통화 목록과 문자 메시지를 싹 다 정리했을 건 안 봐도 뻔하니까.


"아니, 나 오빠 폰 볼 생각 전혀 없으니까 가지고 있어. 근데 내가 딱 세 가지만 물어볼 건데, 여기서 하나라도 거짓말하면 그냥 끝이니까 그렇게 알고 잘 대답해."

"알겠어."


"첫째, 그 여자랑 서로 사랑해?"

"아니."


"둘째, 그 여자랑 잤어?"

"아니."


"그래, 그럼 마지막. 그 여자가 내 존재를 알아? 여자 친구 있는 거 아냐고."

"응."


"그래. 그중에 거짓말한 게 하나도 없다는 거지? 그럼 지금 내 눈앞에서 그 '붕어'한테 전화해. 전화해서 여자 친구가 싫어하니까 연락하지 말라고 그대로 말해."


그는 당황한 듯 토끼 눈을 뜨고 휴대전화를 쥔 손을 덜덜 떨었다. "내가 해줘?" 하는 말에 "아니야, 내가 할게." 답하고는 그녀에게 전화했다. 그녀가 전화를 받자마자 지훈이 "내 여자 친구가 네가 연락하는 거 싫어해. 그러니까 연락하지 마." 자기 말만 남기고 끊어버렸다.


이제 다 된 건가, 하는 눈으로 나를 보기에 말했다.

"다시 전화해."

"응?"


"다시 전화해서 말해. 방금 여자 친구랑 헤어졌으니까 이제 연락 다시 하자고, 잘 만나 보자고."


새하얗게 질린 그의 얼굴을 뒤로한 채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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