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육부가 엉킨 그림자로 어제의 도시를 떠올리면 아무걱정 없이 흘러가는 시간들이 내 나이를 물었네
한 톨의 불행에서 시작된 유희로, 문둥병자는 피리를 불고 미치광이는 춤을 추었지 호흡과 호흡을 덧대는, 이 비극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퇴장뿐
한때 태양을 볼 수 있는 눈을 원했지
살아있는 것들의 뜨거운 피를 만지는 기분으로,
배는 흘러가네 끝없이 흘러가네 슬픔을 생략하고 고독을 생략하며
내일을 말할 것 같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질 않지 어제가 죄를 짓고 죄를 잊으니,
오늘의 운세는 속죄하지 않는 것
어린 수녀가 고성의 기도를 올리네 못난 우리들만이 아픈 우리를 이해하지
관절마다 하얀 소금이 쌓이고 목구멍엔 비린 꽃이 피도록
어떤 오늘도 노여워하지 않겠네 태초에 기나긴 오 분이 흐르고 간략한
평생이 흐르도록
- 박은정, 태초에 우리는 배에서 만났네 -
나의 일생은 왜 이리도 부끄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