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계세요."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아이. 그 모습이 귀여워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응~잘 가."
스르륵 미끄럼틀을 타듯 킥보드를타고 사라지는 아이의 뒷모습이 아쉽다. 몇 초간 바라보다 순간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흐른다.콧잔등이 시큰하다.
툭하면 울어서 아들 녀석이 엄마 갱년기야?라고 구박하지만 이번 눈물은 당황스럽다.
누가 혼을 내지도, 슬픈 영화를 보지도, 극 T의 남편이랑 싸우지도, 사춘기 녀석이랑 실랑이를 벌이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요동치니 정말 갱년기인가?
인정하고 싶지 않다. 벌써 그렇게 나이가 들었다는 게. 그럼 우울증인가? 그것도 싫다.
저 아이처럼 귀엽고 명랑했던 모습이 마술모자처럼 사라진 녀석은사춘기의 허세와 나를 무시하는 말과 눈빛들로 변신해서 다시 나타났다. 그 낯선 모습이 견디기 힘들 뿐이다.
주변에 아는 딸 엄마들은 (몇 명 밖에 없지만) 딸과 데이트하며 옷도 같이 입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 한다니 그 모든 것들이 부럽다. 며칠 전 평생학습관 수업을 들으러 갔다. 중 1 아들을 키우고 있다 말하자마자 강사님이 "아유 힘드시겠어요. 중3 지나면 정신 차리니 좀만 더 참으세요." 위로 아닌 위로를 하셨다. 5학년부터 시작된 사춘기가 아직도 2년이나 더 남았다니 깊은 한숨이 쉴 새 없이 나온다.
이건 마치 선전포고, 앞으로 일어날 폭풍우의 예고편 같다. 신생아 때 100일이 지나면 통잠을 잔다더니 그 후로도 계속 잠을 자지 않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중 3이 지나고 고등학생이 되면 내 마음도 우리 아이도 평화로워질까? 친정 엄마와 남편은 욕심을 내려놓고 내버려 두라는데 내 마음을 욕심과 집착으로 부정당하는 듯하다.
지난 14년간 한 사람에게 집중했던 내 삶이 누군가에게 도둑맞은 심정이다. 폭죽이 터지며 반짝였던 밤하늘의 불꽃들이 끝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