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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Dec 15. 2022

출판기념회 꼭 해야 할까

출판기념회


지금까지 단독 저서 다섯 권과 공저 20여 권 정도를 출간했다. 두 권은 문학이론서이고 한 권은 연구서이며, 두 권은 산문집이다. 공저 20여 권의 책도 종류는 같다. 단독 저서를 많이 출간하지 못했다. 변명한다면, 전업 작가로 살지 못했고,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다 보니 쉽지 않았다. 아무튼 이렇게 책을 내면서 출판기념회를 해본 적 없다. 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출판기념회를 하라는 요청이 들어온 적도 있다. 거절했다. 출판기념회가 필요한 사람은 하겠지만 나는 필요치 않다고 본다. 필요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기쁨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 나쁘고 좋고 떠나 원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럴 생각이 없어, 하지 않는 것일 뿐. 


출판기념회를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한 가지다. 지인들에게 신세 지고 싶지 않다는 것. 이 바쁜 세상에 출판기념회 한다고 사람들 불러 모은다는 게 내키지 않는다. 초청하면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남에게 부담을 주는 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나 좋자고 남에게 피해 주는 건 딱 질색이다. 


출판기념회에 꼭 한 번 가본 적 있다. 이십 년 전쯤이다. 한 시인이 시집을 출간하고 칠순잔치 겸 출판기념회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유의사항이 있단다. 책값이나 선물은 사절이란다. 그 점을 꼭 유념하고 와서 자리를 빛내달란다. 갔다. 물론 일정액이 든 봉투를 들고. 그러고 싶을 만큼 내게 각별한 시인이다. 


시인은 선물이나 책값이 든 봉투를 받지 않았다. 행사의 모든 비용을 아들과 딸이 마련했단다. 칠순과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 음식은 뷔페였고, 돌아갈 때 기념품과 책까지 주었다. 시인은 시종일관 흡족하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도 진심으로 축하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 출판기념회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시인이 그랬다. 현대인들이 모두 바빠 시간 내서 찾아주는 것만도 고맙다고. 그런데 선물이나 책값을 받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란다. 단지, 보고 싶고 한자리에서 식사라도 하고 싶어 초청한 것이지, 절대 어떤 부담도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요즘엔 대형서점에서 ‘작가 사인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럴 경우, 적어도 책 200-300권을 소비하는 게 암묵적 룰이란다. 유명 작가는 쉽겠지만 나는 그만큼을 몇 시간 만에 소비할 자신이 없다. 불특정한 독자들이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경우, 부득이 지인들을 동원할 수밖에 없을 텐데, 나는 절대 못할 일이다. 내가 가장 싫은 게 나를 위해 사람 동원하는 일이다. 그래서 서점에서 하는 작가 사인회도 생각조차 않는다. 


작가는 책장수가 아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다. 좋은 글을 쓰는 게 관건이지, 출간한 책이 당장 많이 팔리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하거나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인들이 책을 산다면 고마운 일이겠으나, 안 산다고 해서 마음 상할 일 아니다. 또 당장 안 팔려도 마음 상하지 않아야 한다. 아, 이론은 그런데 실제는……. 아무튼 책의 진가는 언제라도 드러나는 법이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시간이 걸릴 뿐이다. 


나의 태도도 문제는 있다. 요즘 시대는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기 때문이다. 책을 사는 사람이 작품성만 보고 사지는 않는다. 표지가 예뻐서 사고, 제목이 좋아서 사고, 부피가 적당해서도 산다. 출판사도 일차적으로야 내용이지만 외관이나 디자인 등 다양한 것에 신경을 쓴다. 나쁠 것은 없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책의 진가는 언젠가 드러난다는 내 생각은 무모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은 일단 양서라야 하지 않을까.


책을 출간하면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간혹 출판사에서 해주기도 하나, 일주일에 대여섯 권씩 나오는 책을 어떻게 다 홍보하랴. 솔직히 어려운 일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유명 작가가 아니면 대부분 작가 본인이 스스로 홍보해야 한다. 그러니 출판기념회나 작가 사인회 같은 걸 하는지도 모르겠다. 홍보가 확실히 될 테니까. 나는 그 부분도 휴대전화 프로필 배경으로 걸어놓는 것밖에 못한다. 제자들에게 조심스럽게 책 나왔다는 말을 하면서,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 부탁 정도만 한다. 


또 책을 낼 때, 어느 누구의 추천이나 해설을 받은 적 없다. 이것도 홍보 차원에서 보면 괜찮은 방법이다. 이름 난 작가나 학자가 추천하면 독자들의 신뢰를 더 얻을 수 있다. 그러면 판매부수와 관련되므로 중요할 수 있다. 또 독자가 책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못한다. 내 작품이니까 평가는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평가에 일희일비하지도 않는다. 모든 독자의 호평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양하니까. 


본질적으로 책은 작가의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추천하는 글이나 해설이 결혼식 주례사 같은 경우를 흔히 보게 되는데, 이는 참 민망한 노릇이다. 특히 해설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문학이론이나 비평 방법을 나열한 현학적인 글이라면, 독자에게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작품을 홍보하는 데에 출판기념회가 유용한 건 맞다. 다만 위에 밝혔듯 남에게 신세지기 꺼리는 사람은 못할 일이다. 아무튼 나는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할 생각은 없다. 이 모든 것은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출판기념회를 누가 한다고 해서 지탄할 일은 절대 아니다. 가고 안 가고, 하고 안 하고 모두, 개인의 결정에 달렸으니까. 


가족이나 지인들 몇이 조촐하게 모여, 작품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나누고, 축하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 정도면 출간 기쁨을 나누는데 충분하지 않을까. 순전히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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