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으로 컨설턴트로 일하기 시작한 초기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컨설턴시가 부족하다. 컨설턴시가 없다.”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족한 점이 무엇인 줄 알아야 고칠 수 있을 텐데, 누구도 그 정의를 내려주질 않고, 어디에서도 해답을 얻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컨설턴시는 말 그대로 컨설턴트가 가지고 있는 역량일 텐데, 깔끔하게 해석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쉽지 않은 말입니다.
"컨설턴시란 무엇인가"란 말은 "좋은 컨설턴트는 누구인가"란 질문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컨설턴시는 장표를 깔끔하게 잘 만드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도 했었습니다.
아마도 처음 컨설턴트로 일을 시작한 사람, 다른 업무를 하다가 커리어를 전환한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컨설팅 결과물로 장표를 만들고, 그것으로 고객에게 1차적으로 피드백을 받기 때문에 장표를 폼 나게 만드는 걸 컨설턴시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물론, 좋은 컨설턴트는 고객에게 보여줄 문서를 제대로 만드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게 다가 아니죠. 문서를 만드는 역량은 컨설턴트가 갖추어야 할 역량, 즉 컨설턴시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컨설턴트는 어떻게 일하는가”라는 책에 보면 컨설턴트가 가져야 할 역량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문제 해결
다큐멘테이션
프리젠테이션
인터뷰
퍼실리테이션
리서치
프로젝트 관리
타임 매니지먼트
교섭술
컨설턴시는 위 역량들이 복합적으로 발현하여 만들어지는 종합 역량입니다.
사실 장표를 만드는 건 두 번째 다큐멘테이션 역량에 국한됩니다.
그런데, 왜 컨설턴시 = 장표 잘 만드는 역량으로 오해하는 걸까요?
컨설팅 초기부터 장표를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 볼까요?
먼저 고객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파악해야 합니다.
→ 4. 인터뷰, 6. 리서치 역량이 필요합니다.
문제를 정리하고, 해결할 이슈를 추립니다. 그 안에서 해결책을 도출해야 합니다.
→ 1. 문제 해결 역량이 필요합니다.
해결책에 대해서 문서화하고, 고객사와 협의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비가 필요합니다.
→ 2. 다큐멘테이션, 3. 프리젠테이션, 5. 퍼실리테이션 역량이 필요합니다.
해결책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유관 부서 등 이해관계자를 설득하여 실행 준비를 합니다.
→ 5. 퍼실리테이션, 7. 프로젝트 관리, 8. 타임 매니지먼트, 9. 교섭술 역량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 문서가 포함됩니다.
문제를 정리할 때, 해결책을 도출하고, 설득할 때, 실행 준비하고 그 과정을 코칭 하거나 리딩 할 때 모두 문서가 필요합니다.
그러다보니 장표를 만드는 역량을 컨설턴시가 있다, 없다로 가늠하게 되는 것이겠죠.
결국은 다양한 역량의 결과물로 최종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위에 나열한 역량 중에서 단 한 가지만을 컨설턴시로 표현하자고 한다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문제해결 역량"을 앞에 세울 겁니다.
컨설턴트를 다른 말로 하면 “문제 해결사”입니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서 고용이 된 사람이고, 그것을 해야만 컨설턴트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겁니다.
다른 역량은 어떤 방식으로든 보충할 수 있지만,
문제 해결 역량이 없는 컨설턴트는 그 존재의 이유 자체를 의심을 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컨설턴시를 갖추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앞선 역량을 차근차근 갖추면 될까요?
책을 공부하듯이 그것도 도움이 되겠죠.
그렇지만, 제가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많은 프로젝트 경험을 쌓는 겁니다.
돈을 버는 능력을 재테크 책을 많이 보고, 동영상 강좌를 봐서 얻을 수 없듯이 컨설턴시 또한 누가 가르쳐 줄 수 없는 역량입니다. 그것은 스스로 깨치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얻어질 수 있는 성격의 것입니다.
물론, 프로젝트에 필요한 지식을 다른 식으로 얻을 수도 있습니다.
산업에 대한 지식, 고객사에 대한 지식, 기능에 대한 지식 등책으로 공부할 수 있고, 문서로 습득할 수 있고, 사람에게 물어서 취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컨설턴시는 아닙니다. 프로젝트의 방관자가 되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가르쳐 줄 수도 없습니다. 프로젝트 안에서 책임을 가지고 고민하고 부딪히고 장벽을 경험하고 스스로 깨쳐서 체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아직도 투입되는 프로젝트마다 배울 것투성이고, 역량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스스로 부족한 컨설턴시를 탓하면서도 성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마다 성장함을 느끼는 것이 컨설턴트라는 직업의 매력입니다.
이것 하나는 자신해서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수 시간의 교육을 받는 것보다, 수십~수백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헤쳐나가는 것이 컨설턴트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데, 컨설턴시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전에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잘 몰랐던 산업, 고객사에 대해서 공부해야 하고,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그것을 문서로 만들어서 고객에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관철해야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배우고 익힌 것이 그전에 책으로 배우고 루틴 하게 일했던 경험보다 휠씬 큰 성장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편한 프로젝트보다 힘들었던 프로젝트에서 더 큰 성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컨설턴시는 누군가 만들어 주거나, 전해주는 것이 아니고 온전히 자신만의 고민과 노력으로 취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