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ss Dec 24. 2020

잠은 피시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요

전방위적 취업지원 서비스의 도약을 기대하며.....

필자는 '98년부터 고용센터에서 직업 상담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 업무도 현재는 점점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추세입니다.


  '13년도에 필자가 직접 겪은 일입니다.  


  당시 예전부터 계속 필자와 직업을 상담했던 구직자 A 씨가 나를 찾아왔습니다. 당시 20대 초반의 여성인데 그간 동생, 아버지로부터 폭력에 시달리면서, 자아가 많이 상해 있는 상태였었습니다. 그러나 일을 해야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센터를 찾았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손이 기억납니다.  20대 초반의 여성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손가락 하나하나 검은 멍이 들어 있고 손톱은 물어 뜻은 듯이 까칠까칠한  모습을,  그리고 피부는 벗겨져 진물이 엉겨 붙은 모습을 보게 되었던 것이지요.


  기초 직업상담 과정에서 본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아직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시간은 오후 7시가 훌쩍 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A 씨에게 물었습니다.

"이제 오늘 상담을 마무리해야 될 것 같습니다.  A 씨는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


"피시방이요."


  위험하지만 집으로 가기는, 아니 집으로는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A 씨를 보냈습니다. 전화번호를 주고 다시 만날 약속을 잡았습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많이 약해져 있던 A 씨는 어느 기관에서도 이렇게 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눈물을 보이며 돌아가던 A 씨가 이후 다시 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전날도 피시방에서 잠을 청했다고 했지요. 여자 혼자 무섭지 않았는지 물어보았으나, 현재 본인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때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이런 취약계층을 위한 취업지원 서비스가  관계되는 기관간 연계되어 실질적인 통합서비스 제공이 많이 부족하다라는 것을...  A 씨와 같은 여성들을 위한 제대로 된 취업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전문적 상담이 가능한 인력들 충원이 많았으면 좋으련만...


  구직을 원하는 사람 모두가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고, 특히 취약계층 고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보다 더 활발하게 논의되고 운용되는, 내담자 한명 한명이 일종의 개인별 취업주치의 형식으로 상담자와 상담을 할 수 있는,  그런 고용서비스 시스템이 더욱 발전된 방향에서 제공되어야하는 것은 아닐런지..


  우리는 몸이 아플 때 병원을 갑니다. 몸이 아프기 전에는  보통 종합 건강검진도 받습니다. 한편 각  분과(내과, 치과, 안과 등)의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처치도 받습니다.


  구직자에게 직업상담은 이런 종합검진 절차를 거쳐야 하지 않을까요?


  이날 A 씨의 경우 당장의 숙식 문제가 우선시된다고 생각하였기에 여성상담센터를 통해 우선 교회가 운영하는 선교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내용을 이야기하고 공유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목사님 말씀이 요즘 이런 내용으로 연락 오는 경우는 없다고 하시는 군요. 


'나중에 A 씨가 오면 제대로 상담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기뻤으나,  그러나 무조건 기쁜 것 만도 아니었던 것은 나의 자격지심  때문이었을까요?

이전 07화 쉼 없는 구직활동... 아직은 멈출 때가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