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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이년생 꼰대 Sep 21. 2021

광장과 밀실

 난 늘 혼자 있고 싶다가도 외로움에게 질 때가 진짜 많어.

 내 마음을 훔쳐 갖다 쓴 빈지노의 가사다. 날에도 인스타그램을 삭제하고 설치가 몇 반복인가. 사이버 광장에서 열린 셀프자랑식이 질려 밀실로 “으으으” 도주했다가 그 고적함을 못 이겨 재차 광장으로 겨 나와 “오오오” 하는 우유부단은 나로 하여금 인간이란 어떤 동물인가 고민케 한다. 하지만 낮은 교양으로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답하긴 무리요, 사이버 광장에 일절 들지 않으면서, 아니 그 소란에 애초 궁금증을 갖지 않으면서 그네의 밀실로 유유히 걸어 들어가는 현인스러운 친구도 있기에 나로서 기인한 답이 인류적이진 못할 듯하다. 결국, 나는 나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송OO은 어떤 동물인가? 나의 외향과 내향의 비율은 어떻게 되나?     


 고교 1학년 적에 일이다. 단체로 성격검사를 돌린 며칠 뒤 검사지는 말했다.

 “송OO님의 외향성은 50, 내향성은 50입니다.”

나를 잘 모르는 친구가 광대 같은 내 외향만 보다 내가 글을 씀을 알았을 때 “네가?” 우선 놀람과 그 글을 다 읽고선 “오, 너 이런 면도 있구나” 신기함을 표한 적이 적지 않다. 나는 아수라 백작이어라. 외향 50으로 칠판 앞에 나와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다 남은 내향 50으로 글을 쓴다 생각해 넘겼다.

 그 검사도 3년 전 일이요, 그때의 나와 오늘의 내가 동일 시공간에서 조우하면 전혀 될 수 없는 친구이다. 무엇보다 뒷동산부터, 비록 에베레스트는 아닌 인왕산까지의 해발고도 차이가 자존감에 상승해 나의 마음을 재는 일에 있어서, 계량컵을 퍼 마음이라는 웅덩이에 외향은 몇 밀리 내향은 몇 밀리니 그 비율은 총 몇 대 몇! 과학의 정의를 받고 싶진 않은 것이다. 그보단 백종원이 간장통을 허공에 훅 두르고선 “대충 간장 2스푼 정도유!” 말하는 식이 좋다.

 그런데 그 식으로 고교 시절을 다시 계량해도 검사지 대로 얼추 반반은 맞을 것이다. 학교와 기숙사에서 평일을 지낼 땐 그 50의 외향만 슬프게 태웠기에 홀로의 시간이 절실했다. 주말이면 집으로 돌아간 나는 내게 이제 유일한 내향 50으로 평일의 광장에서 쌓고 굳은 응어리를 글쓰기로 녹였다. 그 모습이란 방에 들어가 입 꾹 다물고 소통을 포기한 무뚝뚝한 막내였으니.

 올해는 그 생활과 사뭇 다르다. 오늘의 나를 자가계량하면 그 비율은 외4, 내6이다. 그 배경 첫째 대학생이 되었다, 둘째 그래도 코로나다. 대학은 고3이 없어 굳이 문을 열지 않는다. 집합금지라 학교 밖 광장에서도 외향성을 태울 일은 줄었다. 그러니 밀실에만 갇힌 3월부터의 꼴인데, 광장으로 외출이 없으니 밀실의 해우소 기능도 상실이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늘었지만 그때 고등학생의 글만큼 녹진한 감정이 써지지 않는 것도 마땅하다. 그땐 그땐 무척 나 홀로 있기를 바랐는데 광장과 밀실은 순망치한임을 깨닫는 요즘의 역병이다.   

  

 허, 돌림병의 활약을 보니 올 연말까지 이어질 밀실 생활인데······. 병이 소멸해 마스크 없이 광장으로 돌아갈 즈음엔 그 비율이 중년의 가르마일지도 모르겠다. 외향 2로 광장 생활함이 예전과 다른 미숙함일 수 있겠지만 달리 보면 남은 8은 자기풍부를 이룬 수치로 보아도 될 것인가. 자기풍부! 이는 이태준, 이상, 강원국, 하루키가 되려던 바가 아니었나! 이 역병의 시간을 자연이 준 천재일우(千載一遇)로 보라는 신문의 오피니언을 읽고 꼭두 서진 정신이다. 그래 여전히 열심히 밀실에서 글을 쓴다. 책상에 노트북, 화면에 한컴, 귀에 이어폰, 들리는 가사를 내가 The Q가 아닌데 비트 없이 달랑 옮기자니 물 많은 라면이지만 포스트 코로나 내가 되고픈 모습이다.      


 단지 꾸민다고 나지 않아 멋은!

 Air Jordan이 주지 않아 멋은!

 이건 내면의 깊이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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