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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이년생 꼰대 Oct 22. 2021

50문 50답

 대학을 가면 블로그를 해보고 싶었다는 친구들이 많다. 그들의 블로그란 일상의 기록인데 엿보는 재미가 퍽 있다. 교실 바닥에서 발견한 쪽지를 주인의 책상에 올려두기 전 한번 펴보는 재미랄까. 물론 블로그는 쪽지보다 일기여라. 인스타그램보다 날 것의 생각이 있다. 또는 기억의 습작이라 해도 될까. “너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블로그가 그 통로다.   


 특히 재미난 글은 <100문 100답>. 요즘 블로그에서 유행인 듯하다. 중학교 때 한창 페이스북에도 문답식 자기소개가 인기였듯 한데 역시 유행은 문화의 궤도를 도는 행성인가, 생각하며 글을 엿보니 그 제목의 묘한 동질도 재밌다. <너무 심심해서 해본 블로그 100문 100답>, <잠 안 와서 하는 문답>, <할 일 없어서 하는 100문 100답>.

 그 질문들이란 이름, 생일, 발 사이즈를 묻는 인적사항부터 좋아하는 가수/영화/음식 등 취향에 관한 것, 민트초코 사상과 MBTI를 심문하는 세간의 관심도 반영이다. 답변자의 애인 될 자가 본다면 전문서적만큼 유용할 질문도 있다. 이상형, 친해지는 법, 답장 평균 시간, 연하vs동갑vs연상, 그리고 주량까지 대신 물어봐 준다.   

 솔직히 질문은 천편일률적이나 답변이 만인만색인 것이다. 100개나 되니 읽고 나면 글쓴이 내면의 몽타주가 그려진다. 나도 답해볼까 싶었지만 “찬혁이에게 저 대신 질문해주시고 그 답변까지 받아 알려주세요!” 부탁하는 자가 친구 중에 있을까? 수요 없는 공급이 될라 관두었다. 나 같은 자는 그 부탁받고 대신 질문하는 이어야 한다. 그래서 문답지를 만들어 보았다.

 이름하야 <할 일 있어도 하는 50문 50답>!

     

 구상은 주로 토요일에 했다. 피자집에서 개시부터 마감까지 알바하는 날인데 육체와 달리 생각은 강제되지 않으니 틈틈이 질문을 떠올렸다. 그 질문이란 02년생 꼰대가 평소 자문하던 것과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들려주고팠던 내 대답의 모체다. 블로그에 문답지를 업로드하니 고맙게도 친구들이 참여해주었다. 그들의 대답이 보인 성의에서 큰 용기를 받아 더 많은 분께 공개하고자 글을 썼다. 블로그에도 좋고, 일기장에도 좋다. 혹 마음장에도 좋으니 답해보시길!        


(*후술: 사료를 뒤적이다 발견하길, 페이스북 이전, 추측하기로 05학번 즈음에 싸이월드에서도 자문자답이 유행했다는 기록. 문화의 주기는 한 아이의 인생만큼 길군!)




<할 일 있어도 하는 50문 50답>    

  

1. (요즘) 안녕하세요?     

2. 이름으로 삼행시?     

3. 소장하는 짤 하나 공개?     

4. 다시 태어나면 (여성/남성)?     

5. 왜 사는가?     

6. 어떻게 사는가?     

7. “나는 변했다.” 다음 문장은?     

8. “나는 잃어버렸다.” 다음 문장은?     

9. 5년 전 당신과 오늘의 당신이 만나면 친구가 될 수 있는가?     

10.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은?     

11. 컵라면에 물을 적정선에 (적게/맞춰/넘치게)?     

12. 삼시 세끼 만들어 먹어야 하면 (산촌/어촌)?     

13. 밥은 먹고 다니냐?     

14. 야, 내가 ~가 없지 ~가 없냐?     

15.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16. 인생이 영화라면 이 순간 삽입될 OST는?     

17. 인생이 소설이라면 첫 문장은?     

18.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19. 어릴 적 그린 그림은?     

20. 오늘 그리는 그림은?     

21. 당신이 될 수 없는 것은?     

22. 길을 걷는데 행인이 다가와 묻는다. “좋은 기운을 봤어요. 도를 아세요?”     

23. 외국인 친구가 한국 여행을 한다고 가장 한국적인 장소를 추천해달라면?     

24. 외국인 친구가 또 물었다. “이봐, 한국인의 특징은 대체 뭐야?”

25. 책장의 한 부분을 찍으면?     

26. 믿는 말은?     

27. 믿지 않는 말은?     

28. (행운아/풍운아)?     

29. 운명은 (정해진 것이다/만드는 것이다)?     

30. 자신감에는 근거가 (필요하다/필요 없다)?     

31. 당신의 웃음소리를 표현하면?     

32. 당신의 울음소리를 표현하면?     

33. 유체이탈하여 당신의 외관을 3인칭 문장으로 묘사하면?     

34. 매력적인 사람은?     

35. 이상형과 현실형은?     

36. 시간이 아까울 때는?     

37. 생전 묘비명을 남기면?     

38. 1시간 동안 (벤치프레스/T익스프레스)?     

39. 감옥에 30일 동안 갇힌다. 한 향수만 가져갈 수 있다면?     

40. 주방에서 냄비 뚜껑을 열었더니 팡! K-지니가 튀어나와 묻는다. “타인의 능력 하나를 복제해 네게 주겠다! 뭘 갖고 싶던?”     

41. 무엇이든 회복시키는 약. 먹기 전 “~를 회복시켜줘!” 외쳐야 약효가 있다. 먹겠다면, 그 외침은?     

42. 당신은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다. 적을 급훈은?     

43. 이번에 당신은 레옹이다. 울상의 마틸다가 묻는다. “사는 게 항상 이렇게 힘든가요? 아니면 어릴 때만 그래요?”     

44. 노크 없이 우울이 찾아오면?     

45. (!/?)     

46. (,/.)?     

47.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48. 당신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 20살 시절의 부모님을 각각 1분 동안 마주친다. 당신 앞에 20살 여성과 남성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는다. “누구세요?”     

49. 이름의 뜻대로 살고 있는가?     

50. 당신은 꽃이다. 꽃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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