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을 향한 여정

첫 번째, 끝에서 끝으로 이동하다

by 우네바


캐나다에 오기 전에 가장 많이 했던 고민 중 하나는 지역 선택이었다. 어떤 이유보다도 영주권이 캐나다로 떠난 제일 큰 목표였기에 토론토에 오고 나서도 지역 이동에 대한 고민은 끝이지 않았다. 단기간에 최소 비용으로 영주권을 획득하는걸 꿈꿨지만 1년 간의 캐나다 근무 경험이라는 필수 조건을 충족하기엔 이미 시간이 흘러 이 조건을 채울 수 없을뿐더러 또 다른 조건인 제시된 직업군 중 적정 수준 이상의 일도 구하지 못해 초기 목표를 이룰 기회는 거의 희박해진 상황이었다.


그날도 다를 게 없던 날이었다. 새로운 레스토랑 일을 구해 트레이닝을 마치고 정식으로 출근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다. 한국에서도 안 해본 일을 해보니 심지어 잘 맞지도 않은 서비스직을 하려니 왠지 모를 현타가 크게 느껴져 계속 일을 하는 게 맞을지 고민을 하며 버스에 올랐다. 그러다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다른 지역에서 영주권을 지원해 줄 테니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그때 그 전화를 받았을 때의 감정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신을 마주하면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을 정도로 어둠 속에서 빛을 본 기분이었다.


임금은 물론이고 숙식 제공에 영주권 획득도 제일 빠른 사스캐쳐완 주이니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기회였지만 한편으로는 잘 알지 못하는 낯선 나라에서 심지어 현지 사람도 잘 가지 않는 지역으로 이동한다는 것에 대해 걱정이 이어져 주변에 물어보니 좋은 기회라며 도전해 보라는 반응이 있는 반면 어렵다고는 하지만 토론토에서도 충분히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며 시골로 가는 건 힘들지 않겠냐는 반응도 있었다. 힘들긴 하지만 토론토에서도 영주권을 받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흔치 않았다. 1년이라는 짧은 워킹 비자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을 잘 채용하지 않고 채용하더라도 비자를 지원해 주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운이 좋아 지원을 받는다 해도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현실적인 이유로 이동을 결심했다. 적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심지어 친구도 생겨 마음 둘 곳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었는데 이 모든 걸 뒤로하고 가도 될까 후회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영주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영주권을 따라 떠날 나를 잘 알아서 차라리 빨리 가서 빨리 영주권을 받고 돌아오자고 결심하고 토론토에 온 지 세 달이 되던 때에 온타리오에서 사스캐쳐완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토론토를 떠나는 과정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친구들과 만난 지 얼마 안 됐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낯선 땅에서 만난 인연이 자각하지 못한 사이 깊숙하게 스며들어 이별하는 게 많이 어려웠다. 결국 눈물이 흘러 눈물이 흐르는 채로 길을 지나면 나를 잘 몰라도 내가 울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로해 주고 가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었다. 이 날부터 선택에 대한 후회가 시작됐다.


항공권을 예매할 때는 오류가 나서 환불을 못 받을 뻔했는데 막상 비행기를 타는 날에는 통신 문제로 인해 10시간 이상 공항 묶인 신세가 되고 말았다. 원체 지연으로 유명한 항공사이다 보니 정시 출발할 거라는 기대도 안 했지만 이렇게 긴 시간을 기다려야 될지는 몰랐다. 하필이면 예상치 못하게 친구들이 마중을 나와서 이 친구들이 괜한 고생을 한다는 미안함과 동시에 다른 지역, 다른 공항에서 나를 마중 나와 있을 사장님을 생각하면 초조함이 안 둘래야 안 들 수가 없었다. 지연은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고 몇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안내 한 번에 한 시간이 지연되었고 6번째 안내를 받았던 시점에서는 더 이상의 지연 안내가 오지 않아 이제는 진짜 출발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급하게 친구들에게 감사와 작별 인사를 하고 체크인을 하고 들어갔다. 사실 당시에 이 친구들과는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에 장시간을 함께 해준 거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커서 빨리 보내려고 했는데 막상 보안 검사를 하고 탑승 구역으로 혼자 들어오니 고마움이 크게 느껴졌고 "네가 떠나는 게 싫어서 토론토가 너를 계속 붙잡나 봐", "너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니까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곳의 사람들도 모두 너를 좋아할 거야" 이런 말을 곱씹고 있자니 내가 무슨 선택을 한 거지, 왜 이렇게 소중한 인연을 두고 떠날 생각을 했는지 후회가 물밀듯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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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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