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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smilewriter Oct 23. 2024

회사옥상에서 달리기 하는 남자 8

운명


자신의 생각을 적은 남편의 일기를 보고 아라는 남편이 안쓰러웠다. 일기 중에 아라가 몰랐던 사실도 많이 발견되었다.
회사 옥상에서 점심을 먹지 않고 달리기를 했다는 사실은 아라에게 충격이었다. 회사 옥상에서 달리기를 몇 십분 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다고 했다. 매일 달리기 하면서 왕복 횟수와 시간 등을 적었다.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겼거나 아라에게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 때, 아픈 엄마를 생각했을 때 남편은 달리기로 힘든 마음을 달랬다고 했다. 마음이 힘든 날일수록 달리기 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찬 바람을 쐬며 달릴 때 나빴던 기분이 풀리고 잘 될 거라는 믿음이 가득해졌다며 달리기 예찬을 적은 글도 있었다. 암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에는 속이 메스껍고 복통이 있는 등 몸이 안 좋아져서 뛰었다고 했다. 암임을 알고 나서는 남겨질 아라와 아이들 생각, 왜 자신이 일찍 죽어야 되는지 속상한 마음을 떨쳐버리고자 뛰었다고 적혀있었다. 뛰면 온갖 걱정들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중 한 일기는 아라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10페이지가량 적어놓았다. 아내가 주택담보대출을 갚을 때 엄마의 암으로 병원비, 간병비를 낸다고 자녀에게 새 책, 장난감, 교구 등을 사주지 못한 점, 아내가 작가가 되고 싶다는 어린 시절 꿈을 펼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데 돈을 벌기 위해 꿈을 접은 것 같은 점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부부싸움 했을 때 아라의 마음을 더 헤아려주고 응원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미안해했다. 아라는 남편의 일기를 읽으며 당시 남편에게 심한 말을 하고 내내 화를 냈던 것이 생각났다. 아라는 당시 남편과 술 한잔 하며 대화를 하지 못하고 신경질적인 모습과 표정만 보였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노트를 거의 다 읽고 마지막 4페이지가량 남았다. 마지막 부분은 남편이 아라에게 쓴 편지였다. 아라는 다 읽으면 남편이 진짜 떠나갈 것 같아 안 읽고 남겨두었었다. 노트를 꺼내 읽다 깜짝 놀랐다. 남편의 편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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