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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smilewriter Oct 25. 2024

회사옥상에서 달리기 하는 남자 10

꿈 그리고 그리움


아라는 어린 시절 꾸었던 꿈이 생각났다. 플라타너스 가로수 아래 놓여있던 누군가가 버린 책과 누군가의 일기를 통해 타인의 생각, 경험이지만 공감을 할 수 있고, 따뜻한 마음도 느낄 수 있는 작가의 꿈을 꾸었던 것도 생각났다. 누군가의 일기가 바로 남편의 일기였다니. 아라는 남편이 너무 그립고 보고 싶었다. 남편이 죽고 나서 1-2년간 넋 놓고 지냈던 시간 동안 그리움이라는 숲에 갇혀 아라 자신을 잊고 지냈는데, 남편의 일기와 편지 속에는 아라만을 위하고 아라의 행복을 그 누구보다 바랐던 남편의 마음이 들어있었다. 남편을 잊지 않아야겠다고 아라는 생각하며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그 사람은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민수 씨가 와서 남편이 20주년 기념으로 아라에게 주는 선물이 또 있다고 했다. 암보험금으로 대구 근교에 마련한 북카페 가게자리를 마련하고 기존 공장자리였던 이곳을 멋지게 인테리어까지 했다고 했다. 남편이 암 보험금을 타자마자 한 일이었다고 했다. 아픈데도 부동산을 다니며 아라가 할 가게의 건물을 사고 인테리어 업자와 10개월 계약으로 리모델링을 했다. 남편이 죽기 직전 민수 씨에게 리모델링 끝나기 전에 본인이 죽으면 마무리를 부탁한다고 했단다.
아라는 작가라는 꿈, 북카페 사장님이라는 꿈을 지지해 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오늘도 내일도 아라의 북카페에는 빵 굽는 냄새가 가득하고 구수하고 오묘한 커피 향기가 흘러넘칠 것이다. 그리고 남편이 매달 보내온 책과 작가님들로부터 받은 책, 아라가 용기와 힘을 얻었던 책들이 카페 책장에 쌓여갈 것이다. 심야서점 겸 심야카페를 운영하며 커피 향을 느끼며 남편을 추억할 것이다. 물론 서점 운영은 현실적인 문제이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남편이 좋아하던 책을 읽으며 기뻐하는 모습, 공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아라는 남편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더 알리고 싶었다. 분명 북카페 운영도 작가로 글 쓰는 삶도 쉽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래도 아라는 힘을 냈다. 곁에는 그녀를 항상 지지해 주고 묵묵히 응원해 주는 남편이 있으므로. 아라가 사랑하는 남편을 기억하는 한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은 계속 충전되리라. 아라는 남편이 그립고 보고 싶을 때마다 달렸다. 남편이 달리기로 고민과 슬픔을 날려버렸듯 아라도 달렸다. 아라는 계속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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