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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smilewriter Oct 24. 2024

겁 많은 경찰 9

경찰 F 사라지다.


40대 엄마인 F가 갑자기 사라졌다. F의 남편인 E는 아내가 사라진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신고하러 간 F의 남편에게 경찰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건성으로 대했다. 접수를 하는 경찰이 '부부사이가 좋았냐, 부인에게 다른 남자가 없었냐, 가출할 이유가 없냐' 등의 질문을 했다. 분명 경찰은 F가 사라진 것을 실종이 아닌 가출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E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내가 가출할 이유는 없었다. 두 사람사이는 친구처럼 사이가 좋았다. 두 사람은 퇴근 후 평일 저녁, 주말 저녁에 자주 산책하고 외식도 자주 했다. 자녀 둘이 중,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가족 4명이 함께 외식과 여행을 다녔는데, 이후 학원이나 공부 때문에 바빠진 자녀들 빼고 부부끼리만 자주 다니곤 했다. 서로 성격도 잘 맞고 신뢰를 해서 싸울 일도 별로 없었다. 본인이 모르고 있을 수도 있지만 분명 F는 바람을 피우지도 않았다. 만약 상대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면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분명 티가 나는 점이 있었을 것이다. F는 항상 일관된 모습으로 지냈다. F는 말하기를 좋아해서 퇴근 후 하루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남편인 E에게 말했다. 하루라도 아내의 일과에 대해 듣지 않은 적이 없었다. 아내 F의 직장동료, 만나는 사람들, 하다못해 인터넷쇼핑몰에서 산 물건이나 옷 이야기, 자녀이야기 등 거의 모든 것을 남편에게 말했다. 그것도 그냥 대충 말한 것이 아니라 자세하게 말했기에, 아내의 바람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E는 아내가 만나는 사람, 아내가 매일 쓰고 있는 블로그, 스레드, 아내의 감정상태 등 거의 대부분을 알고 있고,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E는 실종접수 후 아내가 아는 거의 모든 사람을 만나 아내의 소식에 대해 묻고 다녔다. 경찰이 실종되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찰동료들의 반응에도 화가 났다. 동료 경찰들 말로는 경찰내부에서도 인정받는 F였고, 동료들을 잘 챙겨주어 배려 잘하는 사람으로 싫어하는 동료 한 명이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개인적이지 않고 동료를 배려해 줄 수 있는 상황이면 항상 본인이 솔선수범했다고 했다. 남편은 휴대폰 위치 추적 내역, 컴퓨터 사용 흔적, 일기장과 노트 등도 샅샅이 뒤졌다. 통신업체에 통화내역 등을 알려달라고 하니 본인이 아니면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아내가 실종되었다고 하니 영장을 받아오라는 말만 들었다. 며칠이 지나자 경찰에서는 단순한 실종사건이 아닌 중대 형사사건으로 다루었다. 처음 실종 사건을 접수한 경찰이 아니라 형사 I가 담당자로 배정되었다. 경찰이라는 직업 상 생길 수 있는 원한 있는 이가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통화내역도 분석하였다. 형사 I는 E와 연락하며 F 실종 사건에 대해 조사했다.
(8) F가 조사 중인 사건 – 친척아이
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20일 오후 2시 40분께 강원도 삼척으로 가는 고속도로 한 휴게소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조수석에서 쓰러져 있는 F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F는 이미 숨진 상태로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휴게소에서 며칠 동안 계속 주차되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차량 이동조치를 하던 중 F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F에 대한 실종신고가 있은지 보름이 지났다는 점, 차량에서 번개탄을 태운 흔적이 발견된 정황, 어느 정도 부패가 진행된 점 등을 바탕으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시신에서 육안상 특별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언론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살이라 추정했지만, F의 남편은 강력하게 자살일 리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였다. 부검결과 F는 사망 후 번이 조사하던 중 F가 마지막으로 조사하던 사건에 대해 관심을 두었다.
남편을 비롯한 F의 가족들은 실종 사건이 발생한 후 보름 넘는 기간 동안 못 찾은 것은 "경찰의 초동수사 실패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F는 사건 발생 전 8월 3일 오전 11시 50분쯤 쉬는 날이라 목욕탕을 다녀오는 길에 오토바이를 탄 날치기범에 의해 휴대전화가 들어있는 가방을 날치기당했다. 실종 이후인 8월 9일 오후 2시 17분쯤 누군가가 F 휴대전화로 발신한 명세가 있다. F 휴대전화가 발신될 수 없는 상황인데 이에 대해 경찰이 알아보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없다고 가족들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6월 5일 F가 실종되었다고 남편과 언니가 지구대에 가서 가출인 발행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바로 그날 경찰서 F책상을 동료 경찰들이 청소했다. 남편은 왜 하필 실종된 당일 동료경찰들이 F의 책상을 정리했는지 의문이었다. 경찰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아 남아있을 수 있던 증거들이 사라져 버리게 됐다.
자신의 집에서 2㎞가량 떨어진 00동 음식점에서 직장동료 10여 명과 모임을 가졌고, 다음 날 새벽 2시 30분께 집으로 귀가한 후 사라졌다. f의 직장인 경찰서의 컴퓨터에는 별 다른 게 없었으나, F가 마지막으로 조사하던 사건자료가 문서함에 있었다. 사라지기 전까지 열심히 자료를 조사한 흔적이 보였다. F의 집 노트북에 마약, 미얀마, 캄보디아 관련 검색 기록이 보였다. F의 책상 위에 작년 다이어리가 보여 뒤적이니 철이에 대한 글이 적혀있다.
친척아이인 철이가 사라졌다. 철이의 엄마, 친척인 나 외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경찰조차도 철이의 실종은 수많은 중대범죄에 의해 덮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류상으로만 존재했다. F가 끝까지 철이 관련 이야기를 물고 늘어졌다. 서류를 찾고, 조금이라도 관련 있다 판단되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들은 철이와 관련된 이야기, 즉 추측한 내용을 얘기했다. 철이는 주변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어 있는 존재들로 둘러싸여 그들의 도구가 되어갔다. 그들은 철이의 먼지 한 톨, 남은 피 한 방울이라도 뽑아내고 이익을 취해갔다. 철이는 그들에게 이용가치가 있는 이름 없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이득만 취하고 버리는 존재였다. 철이는 죄책감으로 피폐해져 갔다. 양심에 찔려 몸부림치며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려 했고, 온갖 방법을 사용해 범죄이니 속지 말라는 신호를 했다. 문제는 피해자들은 그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범죄에 노출되었다. 그 상황에서 인간임을 끝까지 고집하던 철이는 외롭고 쓸쓸한 상황에 놓여있다. 오히려 이 사실이 발각되었을 경우 미얀마 범죄조직의 표적이 되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나는 철이 이야기 속에 숨겨진 많은 탐욕에 놀랐다. 인간이란 무엇인지, 관계란 무엇인지. 사람은 자신의 탐욕을 위해 남을 짓밟고 목숨도 쉽게 빼앗는 존재인가? 사람들의 욕심과 이기심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임을 잊지 않고 살아갔던 철이를 응원한다. 꼭 철이를 찾을 것이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미얀마에 가서 철이의 데리고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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